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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밥벌이 -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곤도 고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우석훈 해제, 하완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최소한의 밥벌이_ 곤도 고타로
1인 생활자의
1년치 식량을 위한
1일 1시간 밥벌이 프로젝트
32년차 아사히신문 기자인 저자는 어느 날 뜬금없이 지방 발령 신청을 낸다. ‘더는 회사와 사회에 휘둘리기 싫다’라는 것이 이유. 밥은 굶지 않으면서 글만 쓰고 싶다는 저자의 소박한(?) 꿈은 직접 벼농사를 지으며 글쓰기를 병행하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 농부’ 프로젝트의 실행으로 이어진다.
얼터너티브 농부의 구체적인 계획법은 책 초반 짧은 일러스트를 통해 소개되어 있다.
첫째, 하루 한 시간만 벼농사를 짓는다는 것.
둘째, 농사는 식량 마련을 위한 방편일 뿐 본인의 정체성인 글쟁이를 잊지 말자는 것.
154p 농협은행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장화에 뉴욕메츠 모자, 진흙투성이 알로하셔츠를 걸친 얼터너티브 농부의 평소 패션 그대로다. 불안해서인지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가 커졌다. “볏모! 6개 주세요!” 단정하게 제복을 입고 앉아 있던 창구 여직원이 얼굴에 아주 큰 물음표를 띄우며 나를 바라본다. 당연하다. 이제 농협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금융 아닌가. 그런 도심 은행 창구에 진흙투성이 초짜 농부가 나타나 볏모를 내놓으라고 소리친 꼴이다.
218p 스승님의 헛간에 들어가면 농기구나 장비들이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 순서가 결코 뒤섞이는 법이 없다. ‘농부는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9할’이라고 한다. 농기구도 깔끔하게 정리정돈. 글쟁이에게 도구란 뭘까. 바로 어휘다. 어휘를 도구상자에 깔끔하게 정돈해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준비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다니기 위한 근력, 즉 문체를 단련해야 한다. 농부나 글쟁이나 다를 게 없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위트와 생동감이 넘친다. 이 책을 통해 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동시에 즐거움과 행복에 다가갈 수 있는 삶을 꿈꾸고 싶다.
341p 이른 여름 아침, 바다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본다. 손을 모아 해를 향해 합장한 뒤 논으로 출근한다.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면 파도가 없는 잔잔한 바다 위에 햇살이 부딪혀 부서진다. 논에서 돌아오면 글쓰기에 몰두한다. 저녁이 되면 글쓰기를 멈춘다. 서재 창밖, 산 너머 저편으로 해가 기운다. 숲이 우거진 산 너머로 커다란 오렌지빛 태양이 사라진다. 맥주를 한잔한다. 아… 정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