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의 익명이란건 보여리즘과는 완전히 다른 애기야.
보고만 있는게 아니라 자기도 끼어드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백여년전에 웰즈가 투명인간에서 확실히 해 두었는데,
투명인간은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개입자지.

웰즈의 투명인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철학적 이슈는 도덕성이란거야.
내가 한일임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내 행동이 도덕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머 이런거지.

간단히 생각해보자고.
네가 투명인간이 되어서 할 일의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보라고.
확신하건데 전혀 도덕적이지 못한 일로 가득 채워질게 뻔하거든.
그렇다고 탓할건 못 돼.
투명인간이란게 원래 비도덕적인 행동을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니까.


그리고,
최근에 본 하우스의 한 에피소드를 들어 보자.
그 환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게 된다는 요상한 병에 걸려 있는데.
그러니까 솔직함이 병이지.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면에서 매우 치명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보면 죽은거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는 거야.
환자 본인도 이 병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죽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자기 머리 뚜껑을 따달라고 아우성 치는 거지.


자 이제 요약.
도덕이란게 사람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임을 생각해 보면
속마음을 솔직하게 들어낸다는 건 비도덕적이 되버려.
그러니 사람들이 비도덕적임을 무릅쓰고서라도 할 말을 해야겠다면 당연히도 익명이란 투명망또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는 거지.

그래서 자기가 누구인가는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러면 자기가 누구인가를 밝히면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먼가?
소위 확신범이란 거야.
도저히 말릴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그렇게 행복하도록 내벼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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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9-10-1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투명인간이라면,

1. 돈이 필요할 때마다 사람들의 지갑을 털고 싶다. 은행이나 재벌의 돈은 좀 무섭고.
2. 미운 아이 뒤 졸졸 따라다니며 메롱도 날리고 꿀밤도 먹이고.
3. 김현중이랑 김남길 옆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자고 있을 때 볼에 뽀뽀도 하고 머리카락도 넘겨보고 손도 잡아보고.
4. 중년의 밉상인 아저씨 아줌마 옆에 서 있다가 슬쩍 발 걸어 넘어지게 해서 코피 나게 하고 싶다.
5. 집주인 아줌마가 계단 내려올 때 발을 걸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병원에 입원하게 하고 싶다.
6. 코스코에 가서 제일 비싼 와인 훔쳐와서는 호텔 스위트룸에 몰래 들어가 밤새 술 마시고 늘어지게 자고 싶다.
7. 의외로 좀 슬플 것 같다.

그리고 의외로 재미있는 일이 없네요. 흐음.

hanalei 2009-10-20 00:04   좋아요 0 | URL
전 하고싶은게 한개도 없어요.

Joule 2009-10-22 04:22   좋아요 0 | URL
쩝... 괜찮아요. 미원을 좀 더 드시면 나아지실 거예요.

하이드 2009-10-19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인지 밝히고, 싸잡아서 욕먹는거보다는, 익명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편으로는 누구인지 밝힌다는 것이 더 정치적인 경우도 있고.

위의 이야기는 괴상하지만, 수긍은 가네요. 끄덕끄덕

hanalei 2009-10-20 00:05   좋아요 0 | URL
제가 나름 펜이라는거 아실까나요? (그럴 이유가 없지 아마. 끄덕끄덕)

chika 2009-10-1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글은 제대로 안읽고 그냥 '하우스'보고 싶구나,라는 생각만 ㅡㅜ
(아는 애를 통해 한다리 건너서 누가 하우스를 궈 줬는데, 무식하게스리 영어자막으로 궈 줘서 좌절한 이후로 못보고 있음. OTL.... ㅋ)

덧글은 오랜만인 듯 한데.. 잘 지내시나요? ^^;

hanalei 2009-10-20 00:06   좋아요 0 | URL
한번 올라오세요.
맛난 밥도 먹고 하우스도 같이 보고 등등...그리고 같이 갈데도 있고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