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의 익명이란건 보여리즘과는 완전히 다른 애기야.
보고만 있는게 아니라 자기도 끼어드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백여년전에 웰즈가 투명인간에서 확실히 해 두었는데,
투명인간은 자신을 들어내지 않는 개입자지.
웰즈의 투명인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철학적 이슈는 도덕성이란거야.
내가 한일임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내 행동이 도덕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머 이런거지.
간단히 생각해보자고.
네가 투명인간이 되어서 할 일의 리스트를 한번 만들어 보라고.
확신하건데 전혀 도덕적이지 못한 일로 가득 채워질게 뻔하거든.
그렇다고 탓할건 못 돼.
투명인간이란게 원래 비도덕적인 행동을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니까.
그리고,
최근에 본 하우스의 한 에피소드를 들어 보자.
그 환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게 된다는 요상한 병에 걸려 있는데.
그러니까 솔직함이 병이지.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면에서 매우 치명적이어서 현실적으로 보면 죽은거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는 거야.
환자 본인도 이 병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어서 죽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자기 머리 뚜껑을 따달라고 아우성 치는 거지.
자 이제 요약.
도덕이란게 사람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임을 생각해 보면
속마음을 솔직하게 들어낸다는 건 비도덕적이 되버려.
그러니 사람들이 비도덕적임을 무릅쓰고서라도 할 말을 해야겠다면 당연히도 익명이란 투명망또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다는 거지.
그래서 자기가 누구인가는 밝히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러면 자기가 누구인가를 밝히면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먼가?
소위 확신범이란 거야.
도저히 말릴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냥 그렇게 행복하도록 내벼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