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리게, 더 천천히 - 애벌레가 알려주는 마음의 쉼표
김윤탁 지음, 김운홍 그림 / 솔과학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그냥 책이 아니다. 늘 바쁘고 고달프고 힘들고 어렵고 복잡한 마음이라는 우리의 내면에 잠시나마 휴식을 주는 책이다. 그림과 글이 참 조화롭고 따뜻하다. 겉보기에는 그냥 그림책 같기만 그 속의 내용에는 마음, ‘이라는 미학과 속도 조절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애벌레에서 나비로 변태하기 위한 과정 전반을 그린 것같기도 하다. 작가가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삶의 철학이 애벌레로부터 나비까지의 변태 과정을 고스란히 그림과 함께 글로 표현되어 우리에게 감동적인 교훈을 주고 있다. 짧은 글과 그림 속에서 더 깊고 따뜻하게 주는 교훈은 짧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느림과 변화,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을 삶이라는 인생 전반을 애둘러 보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찾은 감동은 단순히 긴 글과 장황한 설명의 책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줄 수 있음도 살짝 알 수 있었다.

 

느리면 느렸지 왜 조금 느리게일까? 천천히면 천천히지 왜 더 천천히라는 용어를 썼을까? 시인의 표현은 정말 섬세함을 느낀다. 바로 김윤탁 시인의 표현력이다. 그리고 김운홍님의 그림은 봄날의 개나리꽃을 연상시킨다. 한 겨울을 지나서 더욱 그럴 수 있는 그러한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봄날의 아지랑이가 눈을 희롱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애벌레의 뒹굴고 느슨하고 조금은 게으르기까지 느끼게 하는 그림을 보면서 한 순간이라도 쉼표를 보았다. 그러다가 고치가 된 애벌레를 보면서 자신의 변화를 위해 자신을 완전히 고치 속에 가두는 모습, 그리고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나비를 보면서 그래, 그게 바로 인생이야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다. 시인은 우리에게 느리게, 천천히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림 속에서는 나비가 되어 비상하기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계획적이면서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비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아있는 껍데기는 아마 우리가 죽음으로써 남는 육신을 보는 것 같았다. 죽어 영혼으로 날아가는 우리도 이 세상에 라는 껍데기를 저렇게 놔두고 훌훌 털고 날아가 버리겠지.

 

시인의 글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영화 컨텍트의 조지포스터라는 배우가 한 대사가 생각난다. 우주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면서 그 황홀한 광경에 이곳에는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 왔어야 했어라고. 우주의 자연스런 현상, 우주의 교훈, 우주를 담을 수 있는 오로지 한 명이 있다면 아마 시인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을 그릴 수 있는 것은 화가가 아닐까. 그 시인과 화가가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 책, 바로 그 점이 참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