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는 법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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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도 내 아들에게 정말 많은 조언을 해 왔다. 그런데 그 조언도 시기적절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조언은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때로는 조언이 필요 없을 때도 있다는 것, 부모가 자식 잘되라고 하는 조언은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 등 이러한 모든 것이 자식에게 조언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다. 부모는 자신의 삶을 통해 자식들이 더 잘 살아줬으면 하는 오로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언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식은 조언보다는 잔소리정도로 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냥 내 생각인데, 아주 무례하고 아주 건방지며 아주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인데, 이 책에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언을 하는 체스터필드 경의 그 욕심이 결국 자식을 일찍 죽게 한 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어쩜 내 자식에게 내가 했던 그 숱한 조언들이 체스터필드 경이 한 내용과 그리 유사한지. 그런데 내 아들에게 이제 더이상 조언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모든 조언이 아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것 같다. 차라리 믿고 그냥 맡겨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든다. 체스터필드 경이 자신의 자식에게 했던 그 부모의 마음은 너무 잘 알지만 만약 내가 체스터필드 경의 아들이었다면 나는 정말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유력 가문의 자녀들은 열다섯 정도 되면 그랜드투어를 통해 삶을 배운다. 그 여정이 3-4년씩 되었으니 그 많은 경험이 인생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했을 것이다. 귀족이 아니면 감히 그 많은 시간 동안의 딸린 하인, 선생, 여행비용, 틈틈이 이루어지는 수많은 만남 등에 드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러한 경비를 대면서까지 그랜드 투어를 시키는 부모 심정은 아마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체스터필드 경은 그 그랜드 투어 중인 아들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썼고 아들은 틈틈이 아버지에게 답신을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들의 언행 하나하나를 모두 동행하는 선생에게서 보고를 받았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감시받고 있다는 생각이 잊혀지지 않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늘 들었다. 물론, 이 편지의 내용이 책으로 엮어 누군가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편지 형식으로 보내진 수많은 서신이 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16세기 연구로 신학대학원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학 학장, 인문학 아카데미 교수 등을 역임했다. 주로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시리즈 등 연구서를 출간했다.

 

책은 3개 장으로 나뉘었는데,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그랜드투어를 하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들에게 도움을 될 만한 내용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형식은 일단 서신을 먼저 소개하고 저자의 해설이 요약식으로 수록되었다. 저자의 해설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숨 막힐 정도의 아버지로서의 아들에 대한 조언은 내가 내 아들에게 하는 그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실패했다. 그리고 지금은 조언보다는 그냥 믿어주고 가급적 간섭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니 아들과의 관계도 개선되었고 아들도 자신의 길을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자식이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 교훈으로 읽히면 정말 좋을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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