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일기장

다산의 일기장 - 백문백답으로 읽는 인간 다산과 천주교에 얽힌 속내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저자 정민님은 이 책에서 ‘나는 다산에서 이제 벗어나서 다른 인물을 탐구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저자는 다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 왔고 그 연구결과 여러권의 책을 냈다. 저자는 국문과 교수이면서 조선 지성사의 한문학 문헌에 대한 연구와 성찰을 하는 인문학자이자 고전학자이다. 그의 저서들을 보면 연암 박지원과 관련된 책 등 다수가 새로운 물결이 몰아치는 역동적 시대의 선각자들의 책들을 주로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 이야기들 사이의 행간을 연구하는 쪽의 책들을 주로 내었다. 이 책 또한 다산 정약용의 일기장 속에 들어있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천주교와의 인연, 다산의 성격 등 사실을 바탕으로 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다산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또는 사뭇 다른 다산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솔직하면서도 사실에 근거하고 천주교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결국 천주교에 대한 배교보다는 처세를 택하면서의 고뇌, 그리고 정조의 다산에 대한 아낌없는 사랑과 배려 등은 단순히 지금까지의 완벽한 인물 다산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다산의 일기장을 통해 저자는 보고자 했고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자는 끊임없이 시종일관 그 일기장 속의 행간에 들어있는 사실적이면서도 숨은 의미를 찾고자 줄기차게 노력했던 흔적들이 보인다.

책의 구성은 백문백답을 열며 - 금정일록 - 죽란일기 - 규영일기 - 함주일록 - 부록 순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일기장의 기록들에 들어있는 내용을 100가지의 질문과 답을 통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로 다산의 젊은 시절 쓴 4종의 일기이며, 금정일록은 약 5개월간의 일기인데 다산이 금정찰방으로 부인하였을 때의 이야기들이다. 함주일록은 16일간의 일기인데 곡산에 부임한 뒤의 이야기들인데 추가적인 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란일기는 약 2개월간의 일기이며 금정일록의 부록으로 합철되어 있는데 규영일기와 함주일록은 별도의 책이다.(20페이지) 다산의 일기를 보면 일기라기 보다는 객관적 사실을 기술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일기라는 것이 사실은 개인적인 일상의 소회를 적는 것인데 반해 다산은 누군가에게 증명하고자 하려는 의도, 또 뭔가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입증적 자료로서의 내용들이 들어있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읽는 내내 그러한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 저자도 이러한 점을 염두해 두고 책을 썼다는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따라갔다는 생각도 든다. 다산과 정조대왕이 혼란한 당파 속에서 헤쳐나가면서 조선의 중흥을 의도했던 그 사이에서 극복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실천, 그리고 엄청난 성과들을 내게 된 사실들의 뒷모습을 읽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일기장에 나와 있는 한명한명의 등장인물들의 특징, 그들과의 관계 등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다.

책의 분량을 볼 때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내용을 쉽게 풀어쓰고 또한 맥락과 숨은 의도 등을 저자가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한자들이 많은 책들은 겁부터 먹기 쉽고 분량이 제법 있는 책은 읽으면서도 부담요소가 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전혀 그러한 느낌은 없었고 차라리 다산의 숨겨진 이야기를 저자의 100문 100답식의 편한 진행으로 궁금증을 해소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다산에 대한 진면목을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한번 읽기를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