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평점 :
‘아제 아제 바라아제’는 반야심경의 가장 마지막 구절에 쓰여있는 ‘가자 가자 넘어가자’라는 의미의 범어 문구이다. 전체 문구는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로 ‘가자 가자 넘어가자. 모두 넘어가서 무한한 깨달음을 이루자’라는 뜻이 된다. 수십년 전 내가 대학에 다닐 때 고 강수연 배우 주연의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고 강수연 배우의 깎은 머리가 어색하면서도 배우의 두상이 얼굴만큼이나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 수행자 중에서 남자 승을 ‘비구’, 여승을 ‘비구니’라고 한다. 오랜 세월 깊은 역사만큼이나 비구의 역사는 길고도 길었다. 그러나 비구니의 역사는 그리 길지 못했고 그 짧은 세월 동안 비구니가 불교 수행자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뿌리를 내리기에는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임은 분명했다. 사실이 그랬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은선 스님 또한 어려운 시기 그 모진 풍파 다 겪으며 자리 잡는데 기여한 비구니 스님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한승원 소설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부친이다. 한강 작가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한승원 소설가는 이름을 떨치고 있었고 우리나라 소설가 중에서도 명망 높은 인물이었으니 이제는 한강 작가의 아버지로서 한승원 소설가의 이름으로서 알려지는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은 수없이 많고 지금도 또한 그는 수많은 소설을 정리하고 있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진성’이라는 비구니 스님의 눈으로 보는 책에 등장하는 비구니들의 사연, 그리고 그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비구니 수행의 시작부터 과정, 마무리까지 그 여정과 수행이 얼마나 어려운 길인지를 상황 상황마다 전개하면서 말해주고 있다. 단순히 승려로서의 수행의 어려움에 여자로서 승려로서 더해지는 어려움을 이 책에서 알 수 있었다. 청하 스님이 파계하여 순녀가 되고 그녀가 겪게 되는 세상 풍파, 진성 스님이 어렸을 때부터 스님의 길을 가기로 하였고 가족들의 반대에서 불구하고 스님이 되어 수행하는 과정, 스승 은선 스님으로부터 받은 ‘달마 스님은 왜 수염이 없느냐?’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무뢰한을 통해, 또한 은선 스님을 통해 서서히 깨닫게 되는 과정, 순녀가 마지막으로 은선 스님의 다비식 후 몰래 유골을 가슴에 품고 앞으로의 일을 다짐하는 것 등 여러 갈래로 다양한 이야기로 전개되었지만 의도하는 바는 하나로 일관되게 귀결됨을 알 수 있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는 법도 없고 방향도 없고 답도 없다. 그것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책의 곳곳에서의 방법론, 그리고 그들 속에서 말할 수 없는 어려움과 고뇌 등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과거 영화로 보았을 때에는 이런 느낌이 없었다.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었는데, 그 때는 이렇게 깊이있는 의미를 가진 줄 정말 몰랐다. 직접 책으로 읽다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차후에라도 한승원 소설가의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보겠다는 다짐도 해 봤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리고 비구니들의 삶과 그들의 수행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