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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인 세상에서 사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이동연 편역 / 평단(평단문화사) / 2024년 10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 정말 큰 기대를 하였다. 무엇보다도 책 제목에 ‘세속적인 세상’이라는 단어가 우선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으로 ‘세속’이라는 단어는 불교서 말하는 ‘속세’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조금은 깊은 내용을 생각했었는데, 처세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결국 ‘처세술’이 사는 ‘지혜’ 아니겠는가? 이 책은 ‘지혜서’이다. 삶을 통찰하고 그 통찰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다. 생각한 것과는 조금은 다른 내용이었기에 조금은 실망을 했지만 소재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생각해 보니 역시 수많은 책에서 보았던 내용들, 바로 ‘지혜’롭게 사는 방법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확실히 진리였다. 이제는 이러한 내용들이 좋다. 알고도 한번 더 상기해주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이 이 책에 들어있었다.
저자인 발타사르 그라시안 이 모렐라스는 종국에 비극적으로 감금과 감시에 시다리다가 영면했다. 그에게서 왜 이런 글들이 나올 수 있었는가 하는 답을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스페인 사람이며, 장남으로서 가문에서 자신의 역할을 강요받았고 그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마음껏 산 게 아닌 누군가에 의해 주어진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은 ‘재능의 기술’, ‘사람을 얻는 지혜’ 등 주로 자기계발서들이다.
책은 총 6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핵심 문구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설명이 들어가는 식이다. 전통적인 책 구성법을 따르고 있다. 다행히 이 책은 편역자의 번역 글이어서 저자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더 많이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만약 이 책이 번역자의 생각을 더 많이 넣었다면 조금은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제1장은 ‘오늘날 성숙해진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성숙’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가지고 저자가 우리에게 하고자 하는 말들이 들어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의 말에는 요즘을 사는 사람들도 바로 적용 가능한 지혜로운 말과 행동에 대한 조언들이 많다. 제2장 ‘언제나 시작보다 마무리를 좋게 하라’이다. 처세술이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사회활동을 하며 현명한 언행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상황에 맞게 현명한 답을 주고 있다. 제3장 ‘자신의 호감도는 높이는 요령’이다. 자신을 어떻게 남들에게 보이고 어떻게 자신을 채워나가며 호감을 얻는 방법 등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내용 중 ‘측근의 약점도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단순히 기독교적인 사랑의 정신보다는 적절히 나와 남의 장,단점을 이용할 수 있는 처세에 대해 꿰뚫고 있음을 알수 있다. 제4장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려라’이다. 결국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얻고 버리고 하는 것들에 대한 내용이다. 내용들을 쭉 읽어보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이미 수많은 지혜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결국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제5장 ‘무엇이든 어설프게 하지 마라’이다. 살다보면 열심히 하는데 하는 일마다 어설프게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환영받지 못한다. 일은 끊고 맺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주로 환영받고 성공하기 쉬운 사람들이다. 이 장에서는 그러한 것을 강조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제6장 ‘누구나 자기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이다. 내용 하나하나가 참 살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중요한 것은 늘 그렇듯이 실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난세에는 확실히 ‘처세술’을 담은 책들이 월등하게 세상에 더 많이 나온다. 저자가 살던 시대적 배경이 ‘마녀사냥’으로 횡횡하던 그러한 시대였다. 자칫하면 ‘마녀사냥’ 당할 수 있는 시대였기에 ‘처세술’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 저자는 ‘신명나는 처세 매뉴얼’을 담은 책을 발간했는데, 교회의 허락도 없이 발간하다보니 결국 그로 인해 감금과 감시하에 시다리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처세라는 것이 결국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법 아니겠는가?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하고 싶은 일은 서로 하려고 하는 세상이다 보니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남는 방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꼭 한번 제대로 읽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