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감각

잡화감각 -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
미시나 데루오키 지음, 이건우 옮김 / 푸른숲 / 2024년 8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난 일단 표지의 그림을 보았다. 그리고 표지에 제목과는 사뭇 다른 표현 바로 ‘이상하고 가끔 아름다운 세계에 관하여’라는 한 줄의 의미있는 글을 보았다. 그리고 표지 뒷면을 읽어보았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핵심적인 메시지를 함축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을 깨닫기까지는 읽는 내내 이 책이 과연 전달하고자 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께도 얼마 안되고 내용도 얼마 안되는 자그마한 이 책, 그것도 에세이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뭘까를 읽는 내내 생각하게 하였다. 그런데 다 읽은 후에도 이해되지 않는 사실은 잡화니 잡화감각이니 하는 것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듯 하나 핵심적인 내용을 또한 내포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닥치고 읽기에는 조금 무게감이 있어 보이고 아무 생각 없이 읽기에는 조금 더 생각을 해야 하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에세이다. 에세이는 형식이 없다. 논거도, 설명도 그런 것들은 사실 필요가 없다. 다만, 저자가 독자들을 바라보고 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신변잡기를 사색하며 써 놓은 글인 것이다. 이 책에서 꼭 고민 해 봐야 할 것은 ‘잡화’의 개념, ‘잡화감각’이라는 개념의 구분이다. ‘잡화’야 세상 모든 것이 잡화일 수 있다. 그러나 ‘잡화감각’은 그것을 알아 볼 수 있는 감각이다. 무용, 유용 이런 것 보다는 조금 더 깊은 의미의 ‘잡화감각’이다. 책에서야 책은 ‘읽을거리’도 되지만 ‘깔개’가 될 수도 있다는 내용도 있지만 ‘잡화감각’은 세상을 보는 감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가 책 속에서 지속 언급하는 것은 인터넷 속도만큼 세상은 급변화하고 잡화도 그것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기 한다. 과거의 회상과 미래에 대한 우려 등도 엿보였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낙엽’이라는 소제목의 글이었다. 어느 영화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 주제곡 같은 내용이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저자의 과거 회상의 글들, 느낀 점 등.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은 후 다시 앞,뒤를 읽어가며 내용을 생각해 봤는데 결국, 아라우치 유의 ‘조그맣고 느긋하고 허무한 도망’이라는 해설 내용을 읽고나서야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책장을 넘기니 ‘아, 이런 내용이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왜 해설이 나왔는지를 알게 해 주는 대목이다.

저자 자신이 실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잡화점을 운영하면서 주변과 소통하면서, 관찰하면서, 관조하면서, 변해가는 세상을, 인터넷의 급속도로 빨라지는 세상을 보면서, 자신은 멈춰서있는데 세상은 너무 빨리 속도내어 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각은 이곳에서 소개되는 ‘잡화감각’과 너무 결을 같이하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뭔소린지 하면서 읽었지만 별 내용도 없는 듯 한 가운데 속뜻은 그래도 세태를 반영하고 생각을 반영하고 있음을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조금은 볼 수 있었다. 나름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가볍게 읽고자 했던 나를 반성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작은 생각보다는 깊은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