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 리스트
나태주 지음, 지연리 그림 / 열림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태주 시인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읽게 되어 정말 고마운 시간을 보냈다. 서울을 왕래하는 동안 시 하나 읽고 눈 감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니 어느새 서울이었고 내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시라고 하면 그냥 말장난 같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특히,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철학적인 것은 좋았지만 저자의 의도를 쉽게 파악하지 못할 것만 같은 시는 그리 내 곁에 와닿지 못했다. 그러나 나태주 시인의 시 만큼은 내게 그런 편견을 없애주는 좋은 시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 주었다. 시집에 나와 있는 모든 시들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정말 공감가고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고 또한 시인의 마음을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서 더 좋았다.

 

왜 책 제목이 버킷 리스트일까?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 리스트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시집을 아무리 읽어봐도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달성하고 싶은 목표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해 봤다. 이 시집의 시들이 독자들에게 뭘 알게 하려고 했는지? 그 의도파악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자 조금씩 연관이 있었고 모두가 그렇지만 확실히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시 중 하나가 바로 216페이지 사랑에 답함이라는 시다.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라고 쓰여있다. 아내에게도 읽어주었다. 아내도 무척 공감되는 시라고 평가했다. 또하나의 시는 바로 책 뒷 표지에 쓰여져 있는 시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은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라는 시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는 시, 그리고 언제 그런 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답하고 있다. 자면서 그 내용이 뇌리를 스쳤다. 역시 시인의 시는 짧은 글 속에서도 큰 임팩트를 주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접한 것은 오래되었지만 이번 시집은 정말 멋지고 가치있고 고마운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버킷리스트 형식으로 시를 편집했지만 꼭 버킷리스트가 아니더라고 시 하나하나가 명문이다. 좋은 시집으로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