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기 위해서는 장을 봐야 했고, 밥을 다 먹은 뒤에는 사용한 그릇들을 설거지해야 했다. 설거지를 안 하면 다음 날 밥을 먹을때 곤란했다.
깨끗한 옷을 입기 위해서는 빨래를 해야 했고, 세탁물을 건조대에 넌 다음 바싹 말랐다면 개서 옷장에 다시 넣어야 했다. 빨래를 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졌다.
냉장고나 생필품이 보관된 서랍장을 살펴보며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시시때 때로 수량이 충분한지 헤아렸다. 그러지 않으면 여러모로 불편했다
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집안일을 했고, 자연스럽게 집안 일을 점점 더 싫어하게 됐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집안일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심지어 2년이 넘어가도록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물건도 있는 걸 보면, 그것들은 분명 나에게 쓸모없는 존재였다.
그런데도 ‘ 언젠가 ’ 라는 막연한 미래를 위해 놔두었으니, 어쩌면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놈의 ‘ 언젠가 ’ 일지도 모른다.
저렴한 옷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싸다는 이유로 쉽게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싼 옷을 살 때는 이것저것 재고 따지며 수십 번 생각하다가, 매장에서 나와 다른 옷 가게까지 둘러보고, 다시 돌아와서도 고민한다.
소비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저렴한 옷은 가격만큼 쉽다. 소비도, 방치도,버려지기도. 나는 오랫동안 쉬운 방식으로 소비해왔던 것이다.
‘ 이 중 하나는 건지겠지 ’ 라는 마음이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고, 돈만 낭비한 꼴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긴 시간 옷을 비우며, 지금껏 옷장을 채우고 있던 게 단순히 옷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공간은 욕심, 허영심,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꽉 채워져 있었다 (물론 추억이라는 아련한 감정 도 꽤 있었지만) .
지금이라도 그 감정을 옷과 함께 비워낼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안 그랬다면 나는 새로운 옷과 함께 부정적인 감정을 계속 더하기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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