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의 쓸모 - 어른의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66개의 단어들
김범준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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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의 쓸모를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글자 크기가 컸다는 것이다. 요즘은 전자책으로 주로 책을 읽는데, 항상 글자를 크게 설정해두고 읽는 편이라 종이책을 읽을 때 눈이 피로하곤 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본 글자 크기가 커서 오랜 시간 읽어도 눈이 편했다. 형용사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처럼, 여백의 미가 책을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내가 모르는 형용사가 꽤 많았다는 점이다. ‘늘차다’, ‘결곡하다’, ‘늡늡하다’, ‘쌉쌀하다’, ‘끌끌하다’, ‘실쌈스럽다’, ‘여낙낙하다’ 같은 단어들은 익숙하지 않거나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일상에서는 '했어?', '했습니다'처럼 주로 동사 위주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아서 형용사의 존재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형용사는 주로 글을 쓸 때만 떠올리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형용사의 다양성과 그 아름다움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문장을 수식하고, 감정을 담아내고, 세상을 좀 더 풍성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형용사들의 쓰임을 보며 앞으로 내 삶도 더욱 풍요롭고 늘찬 모습으로 꾸며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문장이 길고, 중간중간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쉼표가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읽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꼈지만, 형용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점에서는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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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말하기 수업 -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테리 수플랫 지음, 정지현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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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말하기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 중 하나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백악관 말하기 수업'이다.

나는 사실 오바마의 연설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의 태도나 이미지에는 호감이 있었지만, 영어로 진행되는 연설은 자막 없이 집중해서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어쩌다가 우리나라 뉴스에서 짧게 다루는 장면을 본 것이 전부다. 그런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저자인 테리 수플랫이 오바마의 임기 8년 동안 백악관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말하기 비법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보고, 기록하고, 다듬었던 그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무엇보다 궁금했다.

요즘은 말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시대다.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되고, 코로나19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사람을 직접 만나 말하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그래서일까, 나 자신도 말하는 실력이 느는 속도가 더딘 것 같고, 특히 요즘 어린 세대의 말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나는 낯가림이 심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였다. 심지어 수업 중에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손을 들고 선생님께 말하지 못해 그대로 바지에 실수를 한 적도 있다. 그런 내가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말하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여러 경험과 훈련, 그리고 책들을 통해 조금씩 변해온 결과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난 것도 어쩌면 운명처럼 느껴졌다.

말하기를 할 때 발성이나 발음, 제스처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결국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것이 내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50-25-25 법칙’도 인상 깊었다. 말하기를 준비할 때, 50%는 조사와 분석, 25%는 원고 작성, 나머지 25%는 연습에 쓰라는 원칙이다. 나는 그동안 완벽한 원고에 너무 집착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법칙을 보고 나니, 조금 더 힘을 빼고 말하기 자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겠다고 느꼈다.

언젠가는 나도 듣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공감 가는 말하기를 하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이 책은 그 여정을 함께해줄 좋은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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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최혜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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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팝니다'라는 제목부터 강렬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과연 목숨을 판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는 주인공 하니오라는 인물을 따라가게 된다. 그는 도쿄 애드라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며 제법 괜찮은 급여와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던 사람이었다.


어느 날, 하니오는 지하철역에서 신문을 읽다 사회면에 나열된 여러 사건들을 바라본다. 그러다 신문 사이에 낀 바퀴벌레를 본 순간, 그가 보던 활자들이 모두 바퀴벌레처럼 기어다니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 일 이후, 그는 약국에서 수면제를 사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자살 시도였다. 뚜렷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충동적이었다. 하지만 죽음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 하니오는 마치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느낀다. 직장을 그만두고 신문에 ‘목숨을 팝니다’라는 광고를 낸다. 그 광고를 통해 여러 의뢰인을 만나면서 하니오의 일상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첫 번째 의뢰인은 노인이었다. 그는 하니오에게 전 부인을 유혹해서 함께 죽어달라고 한다. 하니오는 노인의 부탁을 수락하지만 그녀도 자신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다음 날, 그 여자가 강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실린다. 죽음을 향한 그의 의지는 늘 어긋나고, 대신 주변 인물들이 죽어간다.


그 다음은 도서관 사서인 노처녀였다. 그녀는 20엔을 걸고 책을 사겠다는 광고를 보게 되고, 자신의 도서관에 있는 책을 훔쳐 팔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50엔을 더 벌고 싶지 않냐는 말을 들었지만, 뛰쳐나온다. 그것이 약 실험이었다는 의심을 품게 되었고 하니오에게 50엔을 받기 위한 실험 대상이 되어 달라며, 죽음을 의뢰한다. 하지만 하니오가 자살을 시도하려는 찰나, 그녀가 대신 죽고 만다. 역시 하니오는 살아남는다.


이후에도 수상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흡혈귀 어머니에게 피를 주러 왔다는 소년, 암호를 풀기 위해 당근을 사용하는 첩보 활동, 그리고 레이코라는 망상에 빠진 여자의 등장까지. 모든 이야기는 기묘하면서도 우화적이다. 레이코는 매독에 걸린 줄 알면서, 정신병, 불안정한 모습으로 하니오와 얽히다가, 어느 순간엔 차분하고 정상적인 주부의 모습으로 변해 이상적인 결혼생활을 꿈꾼다. 하니오는 그녀의 그 ‘정상적인’ 상상 속 삶을 오히려 바퀴벌레처럼 느끼며 역겨움을 느낀다. 그렇게 그녀에게서 도망치지만, 자신의 몸에 위치 추적기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를 찾아온 이는 처음의 노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ACS'의 일원임을 밝힌다. 가까스로 도망친 하니오는 파출소에 도움을 청하지만, 경찰은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주소도 없고 직업도 없는 하니오에게 경찰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세상에 성인 남자라면 가정을 이루고, 직장을 가지고, 자식을 키우고, 주소가 있어야 정상적인 거야.” 결국 하니오는 파출소 앞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이 작품을 통해 하니오가 겪는 내면의 변화는 인상 깊다. 처음엔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죽음을 피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오히려 삶에 대한 집착과 의지를 불태운다. 그러나 그 의지가 ‘정상’이라는 틀 밖에 있다는 이유로 사회는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쓰레기’로 취급된다.


책의 배경은 1960년대 일본이다. 하지만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과거에는 가정을 이루고, 직장이 있고, 자식이 있는 삶만이 정상이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1인 가구, 비혼, 친구와의 동거 등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형태의 삶이 배제되곤 한다. 그 이분법적인 시선을 비틀며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읽는 내내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리라’는 말이 떠올랐다. 죽음을 팔겠다는 남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결국 삶의 의지를 되찾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살아간다’고 부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기묘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시대를 넘어선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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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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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도입부는 충격적이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누군가의 칼에 찔려 사망한다.

아들인 이준혁은 충격 속에서도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범인의 이름은 차혁진. 그는 과거 부모님이 운영하던 비영리단체 ‘희망재단’에서 일하던 인물이었다. 그에 따르면, 재단 때문에 아내가 죽임을 당했고, 딸마저 팔려버리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 복수심으로 이준혁의 부모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언제나 따뜻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 부모님이기에 그런 비윤리적인 행위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을 마주하게 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모님의 통장에 찍힌 61억 원이라는 거액, 지하방에 숨겨진 장부들과 30억 상당의 현금, 그리고 집안 곳곳에 드러난 부유함이 하나씩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준혁은 진실을 추적하던 중 ‘장박사’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는 타임머신을 개발해 특정한 사람에게 미래를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며, 그 대가로 50억을 요구한다. 이준혁은 고민 끝에 거래를 수락하고, 부모님이 죽기 직전의 시점으로 돌아가려 한다.


사건 속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욕망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희망재단의 차기 이사장 자리를 노리는 진승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대식, 그리고 아들의 백혈병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타협한 형사 이병찬. 이병찬은 이번 사건을 담당하면서도,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 사건을 은폐하고 공조를 회피한다. 그는 장박사의 연구소에 있는 돈을 보면서 “이 돈이면 아들 병원비, 학비, 결혼자금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되뇐다. 정의보다 앞선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전개는, 타임머신을 타는 인물이 이병찬이 되어 진승일과의 거래를 거절하고, 정의를 선택하는 결말이었다. 그랬다면 미래는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타임머신을 타는 인물은 이준혁이었다. 육체는 가지 않을 줄 알았지만, 결국 그의 몸까지 함께 과거로 돌아가게 되고, 그는 부모님을 살려낸다.


하지만 모든 것을 되돌린 뒤에도 문제는 남았다. 이준혁은 자신이 알고 있던 부모님의 모습과, 새롭게 알게 된 부모님의 이면 사이에서 혼란과 괴리감을 겪는다. 그리고 결국, 진실을 감당하지 못한 그는 스스로 부모님을 죽이게 된다. 그 순간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장박사’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결국 이준혁은 또다시 시간을 되돌리기를 원하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누군가 그를 따라가며,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며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인간의 본성과 선택, 믿음과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는 전제 속에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붙잡고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 믿음이 허상이었을 때, 그 무너짐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


만약 처음부터 희망재단의 비리를 세상에 공개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병찬의 사정이 이해는 되지만, "내 자식만 살릴 수 있다면 남은 모두 상관없다"는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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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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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열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제목 하나만으로도 독자의 본능을 건드리는 책이라니, 첫 인상부터 인상적이었다. 사실 나는 쓰네카와 고타로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그의 대표작인 '야시'를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야시'에는 두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람의 도시’가 더 인상 깊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존재처럼 움직이는 그 세계관에서, 쓰네카와 고타로가 얼마나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작가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야시'를 통해 그의 작품이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복잡하게 얽힌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열어보지 말 것'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열어보지 말 것'은 총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이야기의 조각’이라는 다섯 개의 짧은 연결편이 삽입되어 있다. 처음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책을 읽을수록 각 이야기들이 인물, 도구, 사건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단편이라 하기엔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장편이라 보기엔 이야기의 형식과 구조가 너무 흩어져 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서사적 파편으로 엮은 미스터리 파노라마’쯤 될까.

여섯 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즈와 긴타의 은시계'였다. 내가 좋아하는 타임루프 장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야기 구조가 흥미롭다. 스즈는 우연한 계기로 시간여행이 가능한 ‘은시계’를 얻게 된다. 시계는 미래의 시간으로 돌려주는 기능이 있고 최대는 50년이 가능했다. 스즈와 긴타는 도둑질을 하여 시간 이동을 했다. 그리고 시계를 통해 그들은 괴이한 존재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고, 반복적인 위협 속에서 시계는 생존의 도구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반복이다. 이들은 매번 쫓기고, 매번 시간을 감는다. 어느 날 둘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위기가 찾아오고, 스즈는 시계를 최대치인 50년까지 돌려 괴물의 입에 던진다. 그 순간, 괴물은 사라지고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시간이라는 개념의 한계와 인간의 두려움,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조각’에서는 이 은시계가 다시 등장한다. 만약 내가 이 시계를 갖게 된다면, 나는 과연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궁금증이 나를 밀어붙이겠지만, 동시에 그 이후의 삶은 무서울 것 같다. 시간은 도피처가 아니라, 결국은 나를 다시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한 번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위에 놓여 있고, 그 속을 걷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진실을 끌어안고 있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인 '끝없는 대륙, 불멸의 야차'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이전과는 또 다른 결의 세계로 확장된다. 퀸플레어가 만들어낸 록은 과연 루루펠이었을까? 책에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작품은 독자에게 단순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상상을 선물한다. 그가 던지는 단서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처럼 맞물리며, 결국 독자 스스로가 그 의미를 해석하게 만든다. '열어보지 말 것'을 열어보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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