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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얼굴
이현종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도입부는 충격적이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누군가의 칼에 찔려 사망한다.
아들인 이준혁은 충격 속에서도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범인의 이름은 차혁진. 그는 과거 부모님이 운영하던 비영리단체 ‘희망재단’에서 일하던 인물이었다. 그에 따르면, 재단 때문에 아내가 죽임을 당했고, 딸마저 팔려버리는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 복수심으로 이준혁의 부모를 죽였다고 고백한다.
처음엔 믿을 수 없었다. 언제나 따뜻했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던 부모님이기에 그런 비윤리적인 행위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실을 마주하게 된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모님의 통장에 찍힌 61억 원이라는 거액, 지하방에 숨겨진 장부들과 30억 상당의 현금, 그리고 집안 곳곳에 드러난 부유함이 하나씩 의문을 증폭시켰다.
이준혁은 진실을 추적하던 중 ‘장박사’라는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그는 타임머신을 개발해 특정한 사람에게 미래를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며, 그 대가로 50억을 요구한다. 이준혁은 고민 끝에 거래를 수락하고, 부모님이 죽기 직전의 시점으로 돌아가려 한다.
사건 속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욕망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희망재단의 차기 이사장 자리를 노리는 진승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대식, 그리고 아들의 백혈병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타협한 형사 이병찬. 이병찬은 이번 사건을 담당하면서도, 자신의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 사건을 은폐하고 공조를 회피한다. 그는 장박사의 연구소에 있는 돈을 보면서 “이 돈이면 아들 병원비, 학비, 결혼자금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되뇐다. 정의보다 앞선 것은 결국 ‘가족’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전개는, 타임머신을 타는 인물이 이병찬이 되어 진승일과의 거래를 거절하고, 정의를 선택하는 결말이었다. 그랬다면 미래는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타임머신을 타는 인물은 이준혁이었다. 육체는 가지 않을 줄 알았지만, 결국 그의 몸까지 함께 과거로 돌아가게 되고, 그는 부모님을 살려낸다.
하지만 모든 것을 되돌린 뒤에도 문제는 남았다. 이준혁은 자신이 알고 있던 부모님의 모습과, 새롭게 알게 된 부모님의 이면 사이에서 혼란과 괴리감을 겪는다. 그리고 결국, 진실을 감당하지 못한 그는 스스로 부모님을 죽이게 된다. 그 순간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장박사’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결국 이준혁은 또다시 시간을 되돌리기를 원하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한다. 누군가 그를 따라가며,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하며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인간의 본성과 선택, 믿음과 진실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난다는 전제 속에서,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붙잡고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 믿음이 허상이었을 때, 그 무너짐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가.
만약 처음부터 희망재단의 비리를 세상에 공개했더라면, 더 많은 생명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병찬의 사정이 이해는 되지만, "내 자식만 살릴 수 있다면 남은 모두 상관없다"는 선택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