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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71
찰스 디킨스 지음, 정회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고전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두 도시 이야기라는 제목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일부러 책 소개도 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마네트 박사는 오랜 시간 감옥에 갇혀 있다가, 과거 자신의 하인이었던 드파르주에 의해 발견된다. 그는 감옥에서 구두 수선이라는 일에 집착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루시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줄 알고 살았으나, 텔슨 은행 직원 로리에게서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전언을 듣고 그를 찾으러 간다. 그곳에서 만난 아버지는 늙고 쇠약했으며 정신도 온전하지 못해 보였다. 딸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오직 구두를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시의 금발 머리를 보고 잠시 아내를 떠올리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루시는 로리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영국으로 모시고 오고, 이후 마네트 박사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이후 영국 법정에서 반역죄로 재판을 받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은 찰스 다네이였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영국의 정보를 프랑스로 빼돌렸다는 혐의로 기소된다. 증인으로는 루시와 마네트 박사, 그리고 로리가 나선다. 루시는 기차에서 찰스를 만난 적이 있었기에, 자신의 증언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마음 아파한다.
찰스를 고발한 두 남자는 그가 프랑스에 정보를 넘겼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사기꾼에 불과했다. 이때 찰스의 변호사 시드니 카턴이 가발을 벗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며 두 사람이 얼마나 닮았는지를 보여준다. 증언의 신빙성이 흔들리게 되고, 결국 찰스 다네이는 무죄를 선고받는다.
시드니 카턴은 자기 연민과 자기 혐오에 빠진 인물로 등장한다. 자신과 닮은 외모를 가진 찰스 다네이를 보며 “왜 나는 저 사람처럼 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술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시드니는 루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이 루시를 행복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바라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루시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언젠가 자신이 도움이 될 날이 올 것이라 말하고, 자신의 마음을 기억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후 루시는 찰스 다네이와 결혼한다. 그 과정에서 찰스는 마네트 박사에게 자신의 프랑스식 본명과 출신 가문을 밝히고, 마네트 박사는 이 사실을 루시에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루시는 찰스와 소박한 결혼식을 올리고 딸을 낳아 평온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프랑스에서는 혁명의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귀족들은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며 시민들을 억압했고, 시민들은 굶주림 속에서 분노를 쌓아간다. 어느 날 폭정을 일삼던 귀족이 침대에서 칼에 찔린 채 발견되며, 프랑스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변해 간다. 드파르주 부부를 중심으로 시민들은 봉기하고, 귀족과 백작, 후작들을 차례로 끌어내린다. 그들이 저지른 개별적인 죄보다는 ‘귀족’이라는 신분 자체가 처형의 이유가 된다. 사람들은 계급에 대한 분노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무렵, 찰스의 옛 하인 가벨이 감옥에 갇혀 찰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수신인은 ‘에브레몽드 후작’으로 되어 있었고, 찰스 다네이의 본명이 바로 에브레몽드였기에 그는 편지를 들고 프랑스로 향한다. 자신이 재산을 포기하고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던 일을 설명하면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찰스가 여전히 귀족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느꼈다. 그는 왜 사람들이 분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찰스는 프랑스에서 체포되고, 망명자라는 이유로 사형 위기에 처한다. 마네트 박사는 딸과 함께 프랑스로 건너가 찰스를 구하려 애쓴다. 혁명 세력은 마네트가 오랜 세월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었고 훌륭한 의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를 존경했고, 그 덕에 찰스는 한 차례 석방된다. 그러나 자유를 얻은 지 몇 시간 만에 다시 체포된다.
그를 고발한 이는 드파르주 부부와 또 다른 한 사람이었다. 그 마지막 고발인은 다름 아닌 마네트 박사였다. 법정에서 드파르주 부인은 마네트 박사가 감옥에서 썼던 기록을 낭독한다. 그 안에는 에브레몽드 가문의 잔혹한 악행과, 그것을 고발하려다 감금당하게 된 마네트의 사연이 적혀 있었다. 이 일로 마네트 박사는 다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이번에는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음을 깨달은 찰스는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때, 과거 영국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던 사기꾼 바사르가 파리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시드니 카턴은 바사르를 찾아가 거래를 제안한다. 그의 범죄를 고발하지 않는 대신, 사형 집행 전 찰스를 꼭 만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시드니의 선택이 짐작된다.
결국 시드니와 찰스는 마지막으로 만난다. 시드니는 찰스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고 무언가를 적게 한 뒤, 그를 기절시켜 밖으로 내보낸다. 그리고 스스로 기요틴 처형대에 올라 생을 마감한다. 마네트 박사와 루시, 로리, 그리고 시드니로 위장한 찰스는 마차를 타고 영국으로 떠난다.
책을 덮고 난 뒤 여운이 오래 남았다. 마네트 박사는 에브레몽드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자신을 감옥에 가두었던 그들이 떠올랐을까. 아마 어느 정도는 기억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을 그 집안의 사람과 결혼시킨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인물은 단연 시드니 카턴이다. 존재감 없이 자기혐오에 빠져 있던 인물이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을 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한다. 그래서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시드니 카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인물들의 내적·외적 변화를 다루고 있어 내용은 무겁지만, 제목은 오히려 담담하고 가볍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 책이었다. 정말 좋은 작품이고, 꼭 추천하고 싶다. 아마 몇 년 뒤 다시 읽는다면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