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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어보지 말 것 - 미니어처 왕국 훔쳐보기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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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디지털감성e북카페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열어보지 말 것’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열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제목 하나만으로도 독자의 본능을 건드리는 책이라니, 첫 인상부터 인상적이었다. 사실 나는 쓰네카와 고타로라는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그의 대표작인 '야시'를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야시'에는 두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바람의 도시’가 더 인상 깊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존재처럼 움직이는 그 세계관에서, 쓰네카와 고타로가 얼마나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작가인지 느낄 수 있었다. '야시'를 통해 그의 작품이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서, 복잡하게 얽힌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열어보지 말 것'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열어보지 말 것'은 총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이야기의 조각’이라는 다섯 개의 짧은 연결편이 삽입되어 있다. 처음엔 별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책을 읽을수록 각 이야기들이 인물, 도구, 사건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단편이라 하기엔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장편이라 보기엔 이야기의 형식과 구조가 너무 흩어져 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서사적 파편으로 엮은 미스터리 파노라마’쯤 될까.

여섯 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스즈와 긴타의 은시계'였다. 내가 좋아하는 타임루프 장르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야기 구조가 흥미롭다. 스즈는 우연한 계기로 시간여행이 가능한 ‘은시계’를 얻게 된다. 시계는 미래의 시간으로 돌려주는 기능이 있고 최대는 50년이 가능했다. 스즈와 긴타는 도둑질을 하여 시간 이동을 했다. 그리고 시계를 통해 그들은 괴이한 존재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고, 반복적인 위협 속에서 시계는 생존의 도구가 된다.

하지만 문제는 반복이다. 이들은 매번 쫓기고, 매번 시간을 감는다. 어느 날 둘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위기가 찾아오고, 스즈는 시계를 최대치인 50년까지 돌려 괴물의 입에 던진다. 그 순간, 괴물은 사라지고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시간이라는 개념의 한계와 인간의 두려움,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조각’에서는 이 은시계가 다시 등장한다. 만약 내가 이 시계를 갖게 된다면, 나는 과연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궁금증이 나를 밀어붙이겠지만, 동시에 그 이후의 삶은 무서울 것 같다. 시간은 도피처가 아니라, 결국은 나를 다시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한 번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 위에 놓여 있고, 그 속을 걷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진실을 끌어안고 있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인 '끝없는 대륙, 불멸의 야차'에 이르러서는, 이야기가 이전과는 또 다른 결의 세계로 확장된다. 퀸플레어가 만들어낸 록은 과연 루루펠이었을까? 책에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쓰네카와 고타로의 작품은 독자에게 단순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상상을 선물한다. 그가 던지는 단서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처럼 맞물리며, 결국 독자 스스로가 그 의미를 해석하게 만든다. '열어보지 말 것'을 열어보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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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라는 착각 -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법
황규진 지음 / 북스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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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혹시 내가 ‘나르시시스트’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 주변에도 나르시시스트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놀랍게도, 내가 과거에 만났던 이성 친구들 중에도 그런 유형의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 여겼지만, 비슷한 만남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이것이 나의 문제는 아닐까 자책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에게 그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어떤 요소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책의 제목처럼,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운명’이라는 착각 속에 갇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나르시시스트’라는 단어를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은, 정작 나르시시스트는 스스로를 나르시시스트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안도감을 느꼈고, 나는 적어도 나르시시스트는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운명이라는 착각'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눈물이 났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겪어온 상황들, 그리고 최근까지도 이어졌던 일들이 책 속에 하나하나 나열되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내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만남은 즐겁고 기대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런 사람들과의 약속은 그 전날부터 불안감을 안겼다. 내가 혹시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진 않았는지, 나도 모르게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진 않았는지 늘 신경이 곤두섰다. 결국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룬 채,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는 삶을 선택하고 있었다. 그들은 불편함을 느끼면 말 대신 ‘침묵’으로 나를 더 깊은 불안 속에 밀어넣었다.


책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어쩌면 내 이야기 같기도 했고, 그들의 이야기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이다. 내 감정은 나의 것이고, 내 삶 또한 내 것이다. 나는 최근까지 그들로 인해 ‘신체화’ 증상을 겪으며 많이 힘들었다. 이제는 나를 지키기 위해, 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그들과 거리를 두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점점 더 두려워졌지만, 이 아프고 힘든 과정을 통해 내가 더 성장하길 바란다.


이전까지 읽었던 나르시시스트 관련 도서들은 대부분 외국 서적을 번역한 것이라 문체나 표현에서 어색함이 느껴졌는데, 황규진 작가의 '운명이라는 착각'은 그런 이질감이 없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혹시 내가 나르시시스트는 아닐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내나, 실제로 나르시시스트라면 어떤 점을 돌아보고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 조금만 더 추가되었더라면 더욱 풍성한 책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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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여름 캐드펠 수사 시리즈 18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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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번 서평 이벤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으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어 더 세련된 표지로 만날 수 있었다.

'욕망의 땅'을 먼저 읽고 이어서 접한 18권 '반란의 여름'은, 캐드펠 시리즈 중에서도 특히 정치적 격변과 인간 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웨일스 왕위 계승을 둘러싼 형제 간의 투쟁과 외세인 덴마크 용병의 개입 속에서, 수도사 캐드펠은 단순한 살인 사건의 해결자를 넘어,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갈등과 선택을 지켜보며 조용한 중재자 역할을 해 나간다.

이번 작품은 사건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신념, 충성, 혈연, 야망 같은 내면의 동기를 깊이 있게 다룬다. 캐드펠은 물리적인 진실보다 더 큰 ‘삶의 균형’을 고민하며,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개입으로 상황을 이끌어간다. 중세라는 배경 안에서도 인간 본연의 고민과 선택이 중심에 서 있는 점이 인상 깊다.

밀도 높은 역사적 묘사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가 어우러져, 작품은 단순한 미스터리를 넘어선다. 전쟁과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물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는지를 묻는 이 이야기는, 마치 오래된 그림을 바라보는 듯한 정제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거대한 시대의 흐름 안에서도 끝끝내 ‘인간’이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준다.

읽고 나면 마음에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거창한 반전이나 빠른 전개 없이도, 깊은 성찰과 침묵의 힘으로 긴 시간을 이끌어가는 이야기. 반란의 여름은 분명히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조용히 통과하는 한 인간의 고요한 신념에 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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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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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이번 서평 이벤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으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되어 더 세련된 표지로 만날 수 있었다.

이전 권들을 읽지 않았음에도 17권인 '욕망의 땅'만으로도 무리 없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중세 영국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수도사 캐드펠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형식으로 시리즈가 구성된 듯하다. 책을 펼치자마자 등장하는 지도로 잠시 긴장했지만, 곧 흐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중세라는 시대적 배경과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로 초반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이야기가 지닌 힘은 그것을 충분히 넘어선다. 수도원에 기증된 땅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한때 실종된 루알드의 아내 제너리스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사건은 점차 과거의 상처와 얽힌 인간관계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침묵과 욕망, 상처와 후회가 얽힌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모두 조금씩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드러난다. 종교적 제약과 개인의 고통이 교차하는 상황 속에서, 이야기는 ‘누가 죽였는가’보다는 ‘왜 이들은 침묵했는가’를 묻는다.

사건의 진실을 좇는 과정 속에서도, 끝내 오래 남는 것은 인물들의 마음과 삶의 무게다. 비록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인간의 본성과 도덕에 대한 성찰은 지금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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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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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의 친절함이 매우 인상 깊었다. 책 초반에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이 정리되어 있어, 읽다가 등장인물이 헷갈릴 때마다 다시 돌아가서 확인하기 좋았다. 책 제목에 ‘밀실’이 들어가므로 밀실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었고, 요즘 유행하는 ‘클로즈드 서클’ 장르의 밀실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클로즈드 서클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화자인 구즈시로 가스미의 여사친인 아사히나 요즈키는 사람의 이름에 별명을 붙여 부르는 습관이 있다. 이 점이 흥미로워 나도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별명을 통해 범인을 추리해 보려 했다. 아직 책의 내용을 깊게 들어가기 전이었고, 등장인물이 모두 등장했을 때 느낀 점을 이야기하자면, 이름에 별명이 들어가지 않는 인물이 총 5명이었다. 그들은 하세미 리리아, 펜릴 앨리스해저드, 간자키 사토루, 아사히나 요즈키, 미쓰무라 시쓰리였다. 그래서 나는 이 5명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그 중 첫 번째로 죽은 인물이 바로 간자키 사토루였다. 따라서 범인은 4명으로 좁혀졌다. 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겠다.


책 속에서는 녹스의 십계나 모세의 십계 등도 언급 되어서, 유키 하루오의 방주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읽었던 책들과의 연관을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나는 이 책을 한 번 펼치면 도저히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들었다. ‘조금만 읽고 자야지’ 하고 시작했지만, 어느새 300페이지를 넘겼고, 결국 잠이 들었을 때는 책을 품에 안고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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