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싱글과 아직 싱글
이새늘 지음 / 두레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이새늘 작가님의 글은 늘 그렇듯이 따뜻하다.

그래서 마음이 좀 춥고 빙그레 미소짓고 싶을때면 이작가님의 책을 편다.

 

 

돌아온 싱글, 유나영.

그녀는 한번의 결혼을 이혼으로 끝장내고 2년만에 다시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복귀한 32살의 이혼녀다. 그녀의 꿈은 소박했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를 위해 살림을 해주고 아이를 낳고 늙어서도 서로를 마주보며 의지가 되어주는것.

하지만, 3년을 연애하고 2년을 같이 산 남자는 어느날 갑자기 첫사랑이 나타나자 그녀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이미 자신에게서 몸도 마음도 다 떠나버린 그에게 매달리는게 구차스러워 선선히 이혼도장을 찍어준 것이다. 그렇게 빈집에 홀로 남겨져서야 담담한 척했던 겉모습은 무너졌고, 홀로 울고있을 외동딸이 걱정되 찾아온 부모님을 따라 결혼전처럼 부모님과 함께 살게된다. 나영의 아버지는 평생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얼마전에 정년퇴직한 교육자라 딸의 이혼이 더 큰 충격이었지만,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헤아려 아무렇지않은듯 오히려 의기소침해 있을 딸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나영이 그런 부모님의 사랑에 더 가슴이 메어오는것은 당연했다.

 

 

아직 싱글, 최재우.

나영이 복직한 고등학교의 유일한 35살 노총각 영어선생님.

훤칠한 키와 준수한 외모, 서글서글하고 친절한 말씨등으로 미루어 그가 아직 결혼을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너무 눈이 높거나 아님 아직 생각이 없어서 '안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사실이 또 그랬다.

그는 아직 결혼까지, 즉 자신의 미래안에 들여놓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고 그래서 가족들의 결혼하란 성화에도 느긋하기만 했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날부터인가 '이혼녀'란 타이틀이 붙었으면서도 잘 웃고 유쾌한 작은 여자가 나타났다.

처음엔 <이혼녀란 색안경>을 쓰고 보느라 유난히 잘웃고 밝은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꼈고, 나중엔 그것이 그녀를 향한 관심으로 변하다가, 마침내 색안경이 벗겨지자 가슴 가득 그녀가 들어와버렸다.

 

 

그녀는 어떤 타이틀이 필요없을정도로 사랑스럽고, 재밌고, 똑똑하고, 가슴 따뜻한 여자였다. 단 한가지, 아직은 이혼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주위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을뿐. 겉으로는 담담한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자신이 초래하지 않은 이혼이라는 결과는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상관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생각없이 그녀를 가벼이 대하는 대학동기부터, 언젠가부터인가 <이혼>이라는 금지어를 만들어 쉬쉬하는 학교 선생님들까지 그녀를 불편하게하는건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그녀를 웃게하고 힘내게 하면서 아무 편견없이 잘 따르는 제자들이있기에 그녀는 그만두었던 교편을 다시 잡게된걸 감사했다.

 

 

그러다 같은 동네로 이사온 재우와 우연히 부딪히게 되고, 한 두 번 대화도 하게 되고 식사도 하면서 참 괜찮은 남자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뿐이었다.

이혼4개월만에 첫사랑 그녀와 결혼식을 올린다며 청첩장을 보내온 전남편에대한 미움과 원망이 아직 삭지 않아서 재우가 자신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고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생전 처음 결혼이라는 그림속에 들여놓고 싶은 여자가 생긴 재우는 마침내 나영에게 고백을 하고 나영은 당황한 마음에 거절을 한다.

이미 각오했던 일이라 재우는 오히려 더 열의를 불태우지만.

그날, 친구를 찾은 나영은 재우를 거절했으면서도 그렇게 괜찮은 남자의 프로포즈를 편하게 웃으며 받아들일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그렇게 어색한 며칠이 지나고 피하기만 하는 그녀에게 재우가 밤을 세워 쓴 편지를 전해주고, 그녀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그녀에게 그녀의 절친 명희가 용기를 북돋아 주고 마침내 그녀가 그의 손을 잡게된다. "우리 연애할래요?"라는 귀여운 물음과 함께 그의 품에 날아든 나영을 재우는 상처없이 꼭 자기의 곁으로 데려오리라 다짐한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사랑은 친구 명희와 재우의 조카이자 나영의 제자이기도 한 민교에겐 충분히 축복을 받았지만 재우의 부모님과 형님 내외에게는 어려운 난관이었다. 먼저 <이혼녀>란 화려한 타이틀은 나영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생긴거였어도 책임져야할 이력이었으므로.

다행히, 먼저 형님 내외의 허락을 받아낸 나영과 재우는 한고비를 넘기고 그제서야 뒤로 미루었던 나영의 부모님께도 정식으로 재우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한편, 나영과 재우의 사랑이 차차 무르익어 갈무렵, 나영의 전남편 대윤의 결혼생활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모든 여자가 나영처럼 가정적이고 모든것을 남편인 자신의 의견에 맞춰줄거라 착각했던 남자의 벌이었다. 2년여간 나영에게 길들여져 있던 대윤에게 첫사랑에 대한 콩꺼풀이 벗겨지자 하나하나 비교하게 되었고, 부부생활은 싸우는 일이 더 많아졌다. 문득 나영이 생각나 찾아간 명희에게서 나영이 결혼을 전제로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말을 듣자 자신이 한짓은 생각도 안하고 공연히 배신감까지 느끼는 대윤이었다.  

 

 

 

이제 재우와 나영에게 남겨진 아주 커다란 산은 재우의 부모님이었다. 아무리 35살 노총각이래도 우리 나라의 사회 통념상 이혼녀란 타이틀은 어르신들에겐 격노할 일어었고, 예상대로 소식을 들은 재우의 어머니가 제주도에서부터 쫒아올라왔다.

그 분들의 소망도 별다른것이 없었다.

대단한 집 규수를 바란것도 아니고, 그저 저 좋다는 참하고 얌전한 여자면 충분했다. 그런데 이혼녀라니. 다행히 얌전하고 교양있는 재우의 어머니는 나영에게 차분히 부모의 욕심이라 생각하고 재우를 단념해달라 말하지만, 이미 형님 내외에게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결코 그를 놓을 수 없을만큼 사랑한다는 걸 알게된 나영은 간절하게 부탁을 한다.

5번의 기회를 달라고. 이혼녀란 타이틀도 빼고, 아들과 결혼허락을 받으려는 여자라는 사실도 빼고 그냥 '유나영'이란 여자로만 5번을 봐달라고.

그렇게 해서 시작된 한달여간의 주말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것은 재우에게도 비밀이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혼녀라는 타이틀을 떼어내기 위한 나영만의 투쟁이었기에.

하루는 찻잎을 같이 따고, 하루는 관광을 했으며, 하루는 영화도 보며 나름대로 나영은 자신만의 모습을 보여주며 친해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다섯번째 -이때쯤엔 재우도 알게되었다- 재우의 격려까지 받으며 갔지만 끝내 허락을 받지 못했다.

무너질려는 가슴을 안고 서울로 돌아와 이제는 어쩔수 없이 재우와 함께 매달려보리라 결심할때 마침내 그동안의 나영의 모습에 마음을 열었던 재우의 부모님으로부터 조금 늦게 진심이 담긴 편지가 도착한다. 결혼 허락이었다.

 

얼마전 결혼해서 아직도 깨소금 냄새가 솔솔나는 신혼부부 재우와 나영에게 아기라는 선물까지 찾아오고 비로서 나영은 자신이 소박하게 꿈꾸었던 행복이 이루어짐을 느낀다.

 

 

 

 

잔잔하면서도 이쁜 책이었다.

내용 줄거리상 나영이 학교의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여학생 한명에게 지극정성을 들여 결국 삐뚤어진 마음도 잡아주고 이혼한 그애의 부모대신 가정이라는 울타리도 만들어주는 과정도 가슴 따뜻했다.

그리고 평범한 고등학교 교사인 남주의 가슴 깊은 따스한 사랑법이 재력이니 카리스마니가 난무하는 여타 로맨스소설에선 보지 못했던 감동을 주었다. 또 그 사랑을 소중하게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여주의 모습도 이뻤다.

 

끝으로 점점 이혼율이 높아지는 우리나라에서 다시한번 <이혼녀><이혼남>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도 됬다. 



 

"그 사람이 나 좋다고 말하는 그 순간, 내 처지가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오더라. 아, 나 좋다는 사람 마음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웃을 수 있을 만큼 내가 평범하지 않구나, 싶었어.

나는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이십 대 때나 삼십 대 때나 변함없이 유나영인데, 세상은 날 그렇게 봐주질 않아.

아, 얘는 이혼 했었지? 아, 얘 한 번 결혼했었지? 그렇게 밖에 안 본다고...."



 

"..그러니, 차라리 나한테 마음 열어봐요. 최선을 다해 당신 지켜주고, 사랑할 테니까. -재우. "   ---편지글

 



'그 순간 나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 나를 떠올렸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 들떠서 웃는 날 용서해줘요. 사랑에 빠져서 그래요. 바보가 되어서 그래요. 아이처럼 웅크려 있던 당신 모습에 또 한 번 생각햇어요. 이 사람, 내가 감싸야 할, 내가 안아 주어야 할,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이구나.....유나영 씨, 당신도 이제 나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고, 그렇게 착각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평범한 서른다섯 살 노총각 교사일 뿐이야. 절대 네가 나보다 못한 건 없다는 거야. 내가 잘난 게 없기 때문에, 네가 주눅들 필요 전혀 없다는 말을하고 싶었어. 혹, 우리 부모님을 만나 무슨 말을 듣더라도 네가 못나서가 아니란 말을 해주고 싶었어. 상처 안 받게 잘 데리고 오겠다 약속했으니, 그리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상처 입힐까 봐 미리 보호막을 쳐놓고 싶어서...'
 

 

"유선생, 서른다섯 살 노총각한테 시집올래요? 좀 느린 거북이 같고, 간혹 느끼하기도 하고, 허풍도 세고, 좀 변태 같단 소리도 누구한테 듣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유나영 씨한테만큼은 잘하며 살 자신 있는데. 결혼삽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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