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채송화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백일도 되기전에 엄마를 잃은 채송화는 마치 신데렐라 처럼 계모와 두 자매를 얻었다.  

언니인 박양지는 새엄마의 전남편 소생이었고, 동생인 채장미는 아빠와 새엄마의 소생이었다.  

새엄마의 화려한 인물을 닮아서인지 송화를 뺀 나머지 두자매(언니인 양지는 변호사,동생인 장미는 국민요정이라 불리는 배우) 는 똑똑했고 아름다웠다.  

그에 반해 송화는 완전 친탁을 해서 기골이 장대하고, 얼굴은 보통이었으며, 건설현장에서 감독을 맡을만큼 씩씩하고 튼튼했다. 그런 송화가 어느날 현장에서 사고를 당할뻔한 사람을 기발한 순발력으로 구해내느라 발목을 접찔리게 된다. 그렇게해서 운명처럼 그녀는 <자양 한의원>의 원장인 윤상엽과 만나게 된다. 

너무나 씩씩하고 용감한 송화지만, 그녀는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이 싫었다. 거기다 그렇잖아도 끔찍한 침을 놓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에게 반말을 찍찍해대는 동안의 잘생긴 한의사가 있어서 더 싫었다. 그래서 마침내 일주일간의 치료가 끝났을때 송화는 드디어 그 젊어보이는 한의사에게 한방을 먹인다. "야, 너 몇 살이야?" 라고. 황당해서 그가 대꾸할 말을 찾는 틈을 타서 그녀는 한번만 더 반말하면 '죽는다' 는 협박 아닌 협박을 남겨놓고 기분 좋게 한의원을 나선다.  

그런데, 그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얼마후에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집으로 한약상자가 배달되어 왔고, 그녀는 내내 찜찜한 마음에 결국 약상자를 들고 한의원을 찾아간다. 물론, 돌려주러. 그리고 그 자리에서 윤상엽에게 사귀자는 프로포즈를 받는다. 이번엔 송화가 기가막혔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가 한 말에 결국 송화는 은혜갚는 까치의 심정으로 그에게 밥을 한번 사기로 약속한다. 사연인즉, 공사마감이 도래하고 준공 즈음이 되서 술자리가 많아진 요근래, 아침이면 술냄새를 폴폴 풍기며 지하철을 타야했는데, 그때마다 전철안의 수면가스로 정신없이 졸아댔고 일주일전쯤 꿈속의 왕자님과 키스하기 바로 직전 누군가 '양재역' 이라면서 깨워준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 남자 윤상엽이란다. 그 남자는 더불어 자신의 비싼 아르마니 양복에 침까지 묻혀놨으니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책임감하면 채송화였으니, 어쩔수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 저녁 약속에서 상엽은 그녀에게 분명한 바가지를 씌웠고, 더불어 다음 데이트까지 약속 받는다. 기습 키스 두번으로. 
 

어떻게? 당황한 송화가 손목을 잡힌채로 머리를 들이받아서 상엽의 입술이 찢어진 것이다. 그런 사연으로 다시 사죄의 의미로 두번째 약속을 잡고, 여지없이 졸면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다시 만난 상엽은 여전히 송화에게 사귀자며 조른다. 송화는 자신에게 운명이라며 우겨대는 상엽을 보며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제안한다. 자신이 이기면 바이바이 지면 사귀는 게임. 상엽은 처음엔 확률게임을 거부하지만, 운명이라면 받아들이라는 말에 가위바위보를 하고 정말 운명처럼 송화는 지고만다.  

그래서 정말 애들 장난처럼 둘은 공식적으로 사귀는 커플이 된다. 드디어 그들의  공식적인 첫 데이트날, 상엽은 예상치못한 복병을 만난다. 그것은 채송화의 동생인줄 아무도 모르는 채장미의 방문을 받은것. 사실 장미는 너무 타이트한 스케줄에 며칠 쉬고 싶어서 꾀병을 부리려 왔다가 집안빵빵하고 수재에 잘생긴 상엽을 보고는 유혹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주변에 널려있는 꽃처럼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수많은 여자들을 보면서 자란 상엽에게는 장미가 떨어대는 아양과 애교등등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물론, 입원도 거절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장미의 상엽에대한 도전의지는 한없이 더 커져버렸고 장미를 거절하고 첫데이트 약속에 늦게 온 상엽은 분홍과 흰색이 섞인 귀여운 느낌의 '키위장미'한다발을 선물했다. 순수 순진의 꽃말을 갖고있는 그 꽃은 송화에게 잘 어울렸고 그 날의 데이트도 다른 커플들과는 차별화된 '찜질방' 데이트였다.  

상엽도 자신이 왜 데이트 코스를 찜질방으로 했는지 의문스러웠지만, 가잔다고 순순히 오는 송화도 특이하긴 했다. 첫 데이트에 샤워에 맨얼굴을 다 보여야하는 여자로서는 피하고 싶은 코스임에 분명했지만 덕분에 상엽은 송화의 맨얼굴이 깨끗하고 맑고 나이보다 어려보이고 귀엽기까지 하다는걸 알게된다. 점점 그녀의 내면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하자 상엽은 갈등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는 대그룹 명성전자의 후계자 계열에 속해있는 사람이었지만, 정략결혼으로 -게다가 어머니의 일방적인 계략으로 맺어진- 불행한 부모님의 결혼생활에 상처받고 할퀴어져 겉보다는 속이 차가운 인물이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즉흥적인 '앞으로 명성전자의 후임자는 제일 빨리 태어나는 증손주다' 라는 말에 온 집안이 들썩여도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사업에는 관심도 없었고, 한의사라는 직업도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오로지 명성전자의 안방이 목적으로 아버지를 유혹해 친구의 남자를 가로챈 어머니로서는 아들을 닥달하지 않을수 없었고, 그 귀찮음을 잠시나마-다른 사촌중에 누가 얼른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때까지- 미루기 위해 씩씩하고 무감한 여자가 필요했던 거였다. 그래서 선택한 여자가 송화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진면목을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진실되고 바르기만한 그녀에비해 자신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던 것이 양심에 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나기 시작한 둘은 점점 서로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중간에 동생 장미가 상엽을 유혹하기 위해 스캔들도 만들고 덕분에 마음고생도 하지만,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과정에서 상엽은 선물처럼 송화가 자신을 선택했다는것을 알게된다. 가위바위보라는 게임을 통해서 연인이된것이 운명이라 했지만, 사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한번도 게임이라는 것에서 이겨보지 못했던 송화만의 선택이었던것. 장미의 스캔들 소동으로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던 둘은 약속대로 2박3일 여행을 떠나고 그곳에서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약속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상엽은 송화의 집에 인사를 드리고, 자신의 집에는 통보를 한다. 예상대로 어머니의 반응은 거셌지만,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손을 들어줘서 결국 상견례 날짜를 잡게되었다. 운명의 그날. 상견례 자리에서 상엽의 어머니는 송화에게서 남편의 첫사랑 얼굴을 보았고, 평생을 친구의 남자를 빼앗은 죄로 사랑받지 못하고 불행하게만 살아온 상엽의 어머니는 이제 죄책감이 아니라 분노만이 남아서 송화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송화의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들인 상엽과 송화만이 이 상황에 당황했고, 억울했다. 그리고 상엽은 분노의 화살을 어머니에게 돌렸고 결국 그날밤 어머니는 치사량의 수면제를 먹은 채 병원으로 실려갔다. 마침내 상엽과 송화는 다시 만나 두번째 가위바위보로  이별을 결정한다. 운명이 아닌 선택.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만 하는 두 연인은 마지막으로 이별여행을 떠나고 상엽은 그녀의 손에 커플반지를 선물한다.  'Always with me'란 글씨가 새겨져 있는 그 반지는 그후 송화의 손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와 이별 여행을 다녀오고 한달 후. 그녀는 신문을 통해 상엽의 약혼소식을 알게되고 동시에 임신 사실을 알게된다.  

10개월후 그녀는 100일이 얼마 남지 않은 아기의 미혼모가 되어 있다. 그 아기의 100일을 축하하기 위해 장미가 온식구의 제주도여행을 제안했고 공항에서 10개월만에 상엽과 재회한다. 단10분. 그들에게 허용된 시간이었다. 여전히 서로를 향해 마음이 뜨거운 사람들. 여전히 서로의 반지를 끼고 있는 사람들. 하지만, 헤어졌고 여전히 그 상황은 변함이없었다.  

제주도에 도착해서도 송화는 밝지 못했고, 양지와 장미는 송화에게서 그와의 만남을 듣게된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콩이를 너무 이뻐하는 장미가 인터뷰를 하면서 슬쩍 자신에게 조카가 생겼으며 둘째언니의 아이라는 얘기를 흘린것이다. 꿈에도 자신에게 아이가 있는줄 몰랐던 상엽은 그제서야 이 세상에 자신이 꼭 지켜주어야만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음을 알게된다. 그리고는 송화를 찾아온다. 그녀의 입을 통해 자신의 아이임을 확인하고는 기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며 드디어 결단을 내린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둘은 결혼에 골인할수 있게되었고, 아기는 아직 돌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온식구들의 사랑을 흠뻑 받을수 있었다. 여전히 아무도 용서못하는 어머니때문에 상엽의 마음 한켠은 비어있지만, 그래도 이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어깨를 붙이고 있을수 있다는 사실에 상엽은 행복했고 송화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의 사랑 현고운님이다. 어쩜 이렇게 글들을 맛있게, 입에 쩍쩍 달라붙게 잘 쓰시는지 너무 즐겁게 너무 감동적이게 너무 가슴졸이면서 재밌게 잘 봤다. 아~~~ 우리집에 내가 구입해서 소장한 책이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 사야지.
이 글속에 나온 송화도 예쁘고, 남주인 상엽도 너무 좋다. 말도 재밌게 하고 성격도 좋고, 음… 다분히 현실적이다.
멋있긴 하지만, 너무 카리스마적인 남주들은 현실적이지 않은데, 상엽은 충분히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히 멋있다. 그래서 좋다. 귀엽고, 다정하고, 유머있고, 능력있고, 사랑스럽고. ㅋㅋㅋ
(그래봤자 남의 남자지만! ) 


"그렇게 성격이 까칠한 거 몸이 허해서 그럴 수 있어요."
상엽의 느긋한 진단에 송화는 대놓고 혀를 찼다.
"까칠한 성격은 약 먹으면 낫는다 치고, 그 밥맛없는 성격은 뭘 먹어야 고친대요?"
"다들 나더러 성격 좋다고 하던데."
성격이 좋긴. 개뿔. 성격 좋은 사람이 다 죽었다.
"관두죠"
"우리 사귑시다."


"가만, 잠깐만요. 그럼 일주일 내내 당신이 날 쫓아다녔단 말이에요, 지금?"
"설마. 비싼 아르마니에 침 묻히고 자는 여자를 쫓아다닐 만큼 한가하진 않다고. "
"누가 침을 묻혀요?"
"누가 하는 여자가."
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잔뜩 긴장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 보며 상엽은 피식 웃고는 미소를 지었다.


"미치게 귀여운 정도는 아니고."
"그럼 왜 네가 그렇게 목을 매고 사귀자고 사정을 하는 건데?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아마 이런 여자는 또 없을 거 같아서.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대기실에서 소리 지르면 원장실까지 다 들린다. 주먹도 세고. 아니,주먹질은 아니고 머리뼈가 정말 튼튼하더라."
"침 흘리고 자던 여자가 대기실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주먹을 휘두르니까 막 애정이 샘솟는다면, 그건 네가 변태라는 뜻인데."  (난, 이 친구의 논리정연함이 너무 웃겨서 죽을 뻔 했다. ^^)
"변태가 아니라 여자 보는 눈이 높은거지" 
 

"그여자, 전철 안에서 졸기는 해도 아마 지각은 안할거야. 매 시간 칼같이 같은 시각에 지하철을 타는 걸 보면. 매일같이 숱을 마신다는 건, 술 마실 친구가 충분하다는 뜻이고. 강제로 키스한 남자, 상처까지 걱정하는걸 보면 정도 많은거고."  ............윤상엽


"나한테는 충분히 매력적이야. 귀여워 죽겠어."  ..............윤상엽


"미치겠구만." ..............상엽의 친구


"내가 왜 필요한지는 몰라도 너무 애쓰지는 말아요. 사람 일은 진심이 통하지 않으면 아무리 애를 쓰고 무리를 해도 소용없는 짓이니까."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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