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 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 1
김혜연 지음 / 발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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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왕조에 가상의 시대와 왕을 살짝 끼워 넣고, 그 속에 남주는 혼란스런 정세속에 어질지만 힘없는 왕을 아비로 둔 세자로, 여주는 그 세자를 지키기 위해 어려서부터 남장을 하고 세자의 호위무사가 된 무가의 딸로 그려냈다. 절대 이루어 질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이야기.

현 조선의 왕권은 동인과 서인의 당파싸움으로 약해져있었고, 그 동인과 서인의 양대 산맥이 선왕의 계비였던 경성대비였고 한쪽은 현왕의 왕비 효영왕후였다. 후사가 없었던 경성대비는 어쩔수 없이 정비의 후생이었던 현왕의 등극을 막을수 없었고 왕비마저 동인 집안의 며느리를 얻자 경성대비는 급하게 손을 써서 세자빈이라도 자신의 사람으로 두었으나 원래 몸도 마음도 심약한 사람이라 6년째 병석에 누워 후사도 못잇고 있었다. 그러자 이제는 중전의 입에서 양제(세자의 후궁)를 들인다는 소리가 나왔다. 세손마저도 동인의 집안에서 나오면 자신의 세가 더 위축될것을 염려한 경성대비는 이미 스물이 된 세자 단의 마음을 휘어잡을 자기 사람을 심어놓을 계략을 세운다.  

한편 세자 은 서인 세력 모두의 저주와 미움 속에서도 명민하고 굳건하게 자라 훤칠한 헌헌장부가 되었고 그의 곁에는 항상 세자익위사들이 함께 했다. 그 중 정6품 우익찬 최무영도 있었다. 그는 세자 단이 특히 가까이 여기는 인물로서 궁술은 가히 따라올 사람이 없었고 검술 실력도 뛰어났다. 조선 최고의 충신 무가武家의 자식으로 그 아비도 현왕의 오랜 지기이자 당에 매이지 않은 진정한 무인이었다. 그런 무영에게 한가지 흠이라면 얼굴의 반이상을 덮고 있는 커다란 점이있다는 것과, 벙어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특출한 무예실력때문에 아무도 그를 무시하지 못했고, 단 역시 말없이 충직한 그를 좋아했다. 요사이는 종종 표정없는 무영을 놀리기 위해 짓궂은 장난까지도 하는 단이었다. 오늘도 단에게 검술에서 밀리고 얼굴의 점때문에 놀림을 받은 무영은 얼굴을 붉히고 있다가 급하게 돌아서갔는데, 언뜻 눈물이 비친듯했다. 
 

그런 무영이 보름만에 찾은 사가에 들어서자 어려서 유모였던 예산댁이 아가씨라고 부르며 반겨준다. 사실 무영은 무가 최씨 집안의 고명딸이었는데, 조금 모자란 오빠대신 가문의 대를 물려받아 무인이 된것이었다. 또 현現 왕의 특별한 부탁도 있었다. 세자의 충직한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딸을 세자위에 넣어달라고 한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궁생활은 아영을 무영으로 바꿔놓았고, 이제 분첩이나 댕기머리보다는 검은 무복과 그을린 얼굴, 변장을 위한 커다란 점이 더 어울리게 되었다. 하지만 열여덟이 된 무영은 요사이 세자 단을 볼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꼈고, 동시에 그때마다 자신에게 친언니처럼 잘 대해주는 빈궁에게 죄스러움을 느꼈다. 빈궁은 궁에서 무영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있는 소수의 사람중 하나였고 원래 천성이 착하고 어진 빈궁은 무여을 여동생처럼 잘 대해주었다.  

한편 세자 단을 쥐고 흔들 여인을 양제보다 먼저 들인다는 경성대비의 계략이 성공해 옥여라는 나인이 단의 눈에 띄게 된다. 명민하고 똑똑하다해도 아직은 어린 세자단은 옥여를 욕심없고 이쁘기만한 궁녀로 보고 할마마마나 어마마마의 누구편도 아닌 자신의 대를 잇게 하기위한 여인으로 삼는다. 이에 빈궁은 말할것도 없고 무영 역시 크게 상심하지만, 이제 처음으로 여인에 눈을 뜬 단으로서는 그것이 경성대비의 계략인줄도 모르고 한동안 옥여에게 빠져산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성대비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동인도 서인도 아닌 여인에게서 자신의 후사를 잇게 하겠다는 뜻일뿐이었다.  

세자는 곧 궁안의 물갈이를 시작한다. 화강이라는 것을 이용해 옛 문헌들을 곧이 곧대로 해석함으로써 대신들의 숨통을 조여주는 것이다. 으레 수십년간 관례로 행해지던 것을 타파해버리는 것이다. 동인이든 서인이든 재물도 줄어들고, 사병도 줄어들고, 집안에 부리는 하인의 수도 줄일수 밖에 없게되었다. 그렇지않으면 반역죄나 충신이 아닌것이 되버렸으므로. 특히 경성대비의 서가쪽은 죽을맛이었고, 드디어는 역모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눈엣가시같은 세자 단을 죽이기로 계획을 세운것이다.  

서인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명백한 증거를 잡을수 없었던 무영이 역모가 있을거라는 사실을 사색이 된 얼굴로 알려준 빈궁마마와 자주 접촉을 하게 됬고, 확실한 증거를 찾기 전에 단에게 알리지 못했던 무영의 행적은 불행히도 빈궁을 독살하려 드나들던 옥여에게 알려지게된다. 자신에게 아무 해를 입히지도 않음에도 단지 빈궁이라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독살하려던 옥여는 빈궁과 세자의 호위무사가 정을 통하는 사이라며 헛소문을 퍼뜨렸고, 빈궁은 처소에 감금되고 무영은 즉시 의금부에 갇히게되었다.  

이로인해 무영이 여자이며 벙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빈궁과 정을 통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단은 그때만 해도 하필 빈궁을 마음에 두었을 무영의 마음만 짠했을 뿐이었지만, 뒤이어 듣게된 무영이 여자였으며 벙어리도 아니었다는 소리에 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오랜세월 그녀를 신하이자 지기로서 함께 했던  세월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를 살리기위해 방법을 찾다가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감옥으로 찾아간다. 그리고는 자신의 후궁이 되라고 말한다. 무영 역시 여자라는게 밝혀진 마당에 은애하던 단의 옆에 있을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는걸 알면서도 자신을 위해 죄를 대신 받겠다던 빈궁의 얼굴이 떠오르자 도저히 수락할수 없었다. 그래서 차갑게 거절한다. 그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잔혹한 말로 그를 끊어낸다. 그말에 상처를 받은 단은 홧김에 무영에게 거칠게 입맞춤을 하지만 그 입맞춤은 오랜 세월 같이 하며 알게모르게 통했던 감정들을 확인하게 해주는 역할을한다. 오랜세월 남자로 알고 있었던 사람치고 단은 무영을 안는순간 너무나 황홀하고 행복했지만, 무영은 이를 악물고 다시한번 차갑게 단을 거절한다. 화가 난 단은 무영을 다시는 안볼것처럼 내치지만, 결국 반목하던 동인의 수장격인 어마마마께 부탁을 해서 무영을 사가로 내보낸다.  

이로써 무영은 다시 아영으로 살수 있게 되지만, 그것은 무영으로써는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둘은 몸이 떨어졌지만, 결국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이길수 없어서 아픈 빈궁을 미끼로 단을 끌어내서 죽이려던 옥여와 일부 서인의 반란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무영은 최고의 궁술솜씨로 위험에 처한 단을 구하고, 단은 무영을 대신해 칼을 맞는다. 싸움은 뒤쫒아온 무영의 아비에 의해 종결되었고 얼마안가 단의 상처도 아물고 반란을 주도했던 서인세력에겐 피바람이 불었다. 그즈음 피바람을 피해간 옥여의 계략에 의해 독을 장복했던 빈궁이 죽자 옥여는 이제 세자의 씨앗을 품은 자신이 당연히 빈궁이 되리라 생각하지만 중전은 가례도감을 세워 다시 세자빈을 맞을 계획을 세운다.  

한편, 싸움터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러 달려왔던 무영의 얼굴이 지워지지 않고 날마다 그리움만 쌓여가던 단은 밤마다 무영의 집앞까지 찾아가 나무에 댕기를 매어놓고 오지만  자신을 끝내 거부했던 무영이 떠올라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때에 단의 호위무사의 동생으로서 이번 반란의 무리를 처단하는 일에 첩자로서 훌륭한 역할을 해주었던 홍길이란 자가 무영을 맘에 품고 그 역시 무영의 주변을 맴도는걸 보게된다. 그때까지 무영에게 거절당할까 전전긍긍하던 단은 연적이 생기자 급해졌고, 홍길을 불러 못을 박으려다가 오히려 사내들의 거짓 치기에 졸지에 무영은 두 사내 모두에게 안긴 여인이 되버렸다. 홍길이 거짓을 말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은 오해의 씨앗을 가슴에 품고 말았고, 그것은 어느날 엇비슷하게 무영의 집에 도착한 홍길과 단을 구분 못하고 홍길에게 은애한다 고백하는 무영의 모습에 애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는 그때까지 애틋하던 모습을 버리고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남에게 주느니 억지로라도 자신의 곁에 두리라 결심하고, 어마마마가 어쩔수 없이 옥여보다는 충신인 무예도감의 딸인 무영을 며느리로 받아들일수 있도록 계략을 짠다. 이런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무영은 그저 꿈에 그리던 단의 아내가 될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기만 하다. 그리고 드디어 단과 무영은 꿈에 그리던 가례를 치르지만, 서로의 속마음과 달리 상처만 주고 단은 첫날밤에 무영을 소박 놓는다.  

그 후로도 단은 계속 마음에 없는 트집을 잡아 무영을 괴롭히고 무영은 무영대로 밤마다 사가에 찾아와 댕기를 매어놓고, 자신의 고백까지 다 들어놓고도 이렇게 변해버린 단이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단은 단대로 감시하기 위해 자신의 호위대로 삼은 홍길이 얼씬거릴때마다 그와 무영이 안고 어울렸을거란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마침내, 아직까지 첫날밤도 치르지 못한 무영에게 전날 빈궁을 모셨던 한상궁이 옥여처럼 먼저 유혹해보라 충고를 하고, 간신히 용기를 내어 단에게 먼저 입맞춤을 하지만 단은 이것을 무영이 경험이 많은것으로 오해하고 분노에 치를 떨며 그녀를 실내도 아닌 대련을 했던 실외에서 거칠게 갖는다. 일부러 수치심을 느끼도록 처음인 그녀를 배려하지 않았고, 창녀라 칭하며 무섭게 대했다. 이유도 모르고 이 모든것을 당한 무영은 차갑게 일별하고 떠나버린 단을 기다리다 빗속에서 정신을 잃고 처소로 돌아와 그제서야 피묻은 자신의 몸을 보고 모든것이 오해였음을 깨닫게 된 단은 미친듯이 무영을 찾지만 그녀는 이미 생명이 위험할 지경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이 모든것을 알게된 왕은 크게 노해서 세자에게 태형을 명하고, 단은 후회와 자신을 향한 혐오스러움에 무영을 안고 오열한다.  

단의 지극정성의 간호로 무영의 몸은 완쾌가 되었지만, 한번 상처입은 가슴은 단을 향해 열리지 않는다. 그때부터 6개월 동안 단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궁안의 꽃이란 꽃이 다 마를때까지 무영에게 갖고온다. 몇개월동안 돌아보지 않던 무영이 궁안의 꽃이 씨가 마르고, 단이 왕이나 중전마마가 아끼는 귀한 꽃까지 꺽어 들고오자 기가막힌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조금씩 닫힌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9월에 읽고 뒤늦게 리뷰을 쓰느라 다시 한번 훑어보니 정말 재밌는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내용의 흐름이 이지환님의 <화홍>과 살짝 비슷한 듯도 하고, 여주의 설정만 보면 이혜경님의 <비단속옷>과도 느낌이 비슷하고... 

하지만, <화홍>처럼 말투가 맛깔스럽지 않다해도 질질 끌거나 질척이지 않고 2권으로 간결하게 끝나니 좋고, <비단속옷>처럼 마음이 찢어지는 감동은 없어도 사건이나 인물들이 너무 많이 나와 정신없는 것보다 주인공들의 행복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김혜연님의 <춘궁…궁에도 꽃피는 봄이 온다>가 맘에 들었다.  

9월에는 빌려서 본 거였는데, 이제 구입을 했더니 더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 
  

 

"저하가 사내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영의 말에 무언가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단이었다. 기분이 나빴다. 내 어디가 사내로 안 느껴 진단 말인가. 그는 심히 불쾌하였다.  

"걱정마라. 너도 여인으로 안 느껴진다." 
 

되받아 치는 단의 말에 무영의 가슴에도 생채기가 나고 있었다. 알고 있음이다. 자신이 어디 여자로 보이겠는가. 이리 못난 여인은 자신도 본 적이 없음이다. 굳이 단이 지적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주자 무영의 마음이 울컥하였다. 

'무영아……어디에 있느냐……제발……제발…. 무엇이든 해주마, 원하는 거 무엇이든 해주마…정말 잘못하였다. 정말……다시 웃어 줄것이지? 다시는…아니 그럴게…응? 제발 다시는 옹졸하게 굴지 않을게….내 목이라도 주마. 원한다면, 그것으로 상처받은 네 마음 풀어 줄 수만 있다면, 내 목숨도 줄 것이니.. 정말 내가 잘못하였으니…어디에 있느냐..' 
 
  

훗날 왕이 될 세자의 처소, 동궁. 그 동궁을 이르는 또 하나의 말.....  춘궁(春宮)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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