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3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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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앤와이드에서 출판된 30day 시리즈는 총 세 권이다.


사색, 철학, 그리고 인문학


이 책은 시리즈 중 세번째 인문학 책이다.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제목은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크기는 아담하고, 표지는 잡지 혹은 신문의 한 페이지를 옮겨 놓은 것만 같은 예쁜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디자인만큼 가볍지 않다.


이 책은 현대인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심리 증후군 43개를 토대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심리 현상을 통해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의 순간들을 점검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펴낸 책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는 수많은 증후군들이 등장한다.


예전엔 미처 이름붙이지 못했던 증상들에 적절한 이름을 찾은 시기에 뒤늦에 이름 붙여진 것들도 있겠지만, 전례없이 수많은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현대인들은 책에 등장하거나 혹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했을 수많은 증후군을 겪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에 소개된 증상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사회에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된다​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의 결정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저자는 칼 융의 이 문장을 이해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진정 나를 보살피며 살고 있을까? 혹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느라 바쁘고, 보이는 껍데기에 혈안되어 죽어가는 나를 방치하고 있진 않은가? 진정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끌려가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책은 목차만 본다면 각종 증후군들을 나열해 놓은 책으로 보여 현대인의 증후군 모음집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증후군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떤 감정과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담백하게 쓰여진 내용을 읽어본다면 이 책에 제시된 수많은 불완전함이 만들어 낸 심리현상과 자신의 삶을 대입해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저자가 진정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어내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이 책의 내용 이면에 있는 소외감, 아픔, 상실감 등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겪는 모든 감정과 경험은 결코 그저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존재의 일부이며, 그 모든 조각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이룰 것이다. 복잡하고 모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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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철학하다 가슴으로 읽는 철학 1
사미르 초프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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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 뭔가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한, 나는 늘 불안과 함께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조차 불안감은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어도 불안했고,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 불안은 거의 나를 잠식할 정도였다.


이 책의 소개글 중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한 대목은 바로, 불안의 고통을 철학으로 치유한다는 설명 부분이었다.


이 책이 불안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성철하고, 다시 개념화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강렬한 믿음이 생겼었다.



모든 인간은 불안하다.로 시작하는 첫 대목은 불안한 나를 잠시 안심시킨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불안하다. 불안은 바로 우리의 '실존'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철학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싶었다고도 고백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 그가 알게 된 것은 불안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당연한 진실이었다. 우리는 늘 불안과 함께 살아야 한다. 불안은 우리 자아의 일부이며, 놀랍게도 자아의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이기까지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불안이 어떻게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살게 했는지, 그래서 우리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철학이 바로 이 부분을 돕는다. 



우선 인류 역사에서 맨 처음으로 불안을 철학적 사유의 중심에 놓고 고찰한 붓다의 ‘불교 철학’ 관점을 살핀다. 


붓다는 불안을 우리 자신의 본성에 대한 깊은 오해에서 비롯된 고통이라고 봤다. 


만약 불안이 우리의 실존에 고통을 주는 요인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땅히 제거해야 하고 제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태를 '무아'라고 부른다.


붓다에게 불안과 괴로움은 우리의 경향, 의도, 습관에서 비롯되며, 그로부터의 구원과 해방은 평생에 걸쳐 우리 스스로 자기 자신을 얼마나 바로 세우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실존주의 철학’ 은 자유를 향한 열망이 불안과 결합해 우리의 의식을 구성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입을 모아 불안과 함께 성장하라고 말한다. 


불안을 애써 모른 척하며 사는 삶은 우리 삶을 능동적으로 붙잡기보다 살아지면서 생긴 ‘나쁜 믿음’에 휘둘리는 거짓된 삶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안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실제로 불안이 없으면 우리는 한 치의 발전도 할 수 없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세계 내에서 우리 마음이 취해야 할 방향을 재고하도록 돕는다. 


프로이트의 불안 이론은 사회적 불안을 이해하는 데 유용했다. 실제로 우리가 타인과의 갈등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복합적인 관계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끊어지면 모든 것이 다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연결된다. 사실 이렇게 만들어진 불안감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가장 크고 가장 두려운 모습의 불안과 닮아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철학들로 불안을 비추어 본다. 우리가 불안을 철학한다는 것은 우리가 실존하는 동안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우리는 실존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우리에게 불안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인간임을 방증한다. 불안하지 않는 한 인간이 아니다. 이 책은 끊임없이 불안한 나를 살아있는 나로, 불안을 당연한 감정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불안’은 ‘감정’이다. 우리가 불안의 본질과 불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르게 ‘인식’하면 불안을 느끼는 우리의 ‘감정’도 바뀌게 된다.



나는 그저 불안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생각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불안이 곧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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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지음 / 싱긋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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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관찰과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 변화의 흐름을 분석하여 흥미롭게 집필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시리즈, 다섯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는 트렌드 변화의 원인과 그 변화가 궁극적으로 가져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시사점과 활용 가치에 주안점을 둔 특별하고도 흥미로운 책이다.


2024년 가장 화두가 된 것은 AI의 확장이다. AI가 바꿀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행동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고객 경험 자체가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그 중 브랜드 공간은 고객과 브랜드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고 분석, 이 책은 부록 '스페이스 트렌드' 를 통해 공간 트렌드 키워드를 풍성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요즘 시대의 소비자들은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기꺼이 비용을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특별한 시간과 경험을 하게 해 준다면 기꺼이 그곳을 직접 찾아갈 용이가 있다. 지역적인 한계로 인해 좋아하는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기 힘들지만, 지금도 나에게 특별한 시간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그곳을 찾는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콘텐츠를 보면서 쇼핑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한 번 잘못 클릭했던 제품의 정보가 어떻게든 내 삶에 찾아 들어와 어느 순간 쇼핑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경험을 나는 수도 없이 해왔다. 그렇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의 잠재된 니즈를 자극하거나 일상 안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차별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그저 웃으며 읽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철저히 조직화된 그물에 걸려 낚여 버리고 만 소비자였다.


자신만의 이상형을 설정하고 수정하며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추구ME’, 나는 이것이 막연하고 허무맹랑하지 않아서 더 사람들이 너도 나도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도달할 수 있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목표로 설정하였고,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비용 투자를 하는 것이기에,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일환으로 생각되었다. 한가지로 일원화되어 있던 긍정적인 자화상들이 다양성을 갖게 되는 것이 요즘 소비의 요점이 아닐까.


인터넷 밈이 Z세대와 만나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자리잡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도구로 진화한 현상을 다룬 ‘밈코드’, 어떤 텍스트들을 읽으면 특정 안무와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이 당연해지고, 이것이 다양한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되는 것을 보아왔다.


새로운 오프라인 경험을 추구하게 된 MZ세대를 타기팅한 다채로운 페스티벌 ‘별다페’, 요즘 페스티벌은 그저 일탈이나 쾌락의 수단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다양해졌다. 구미 라면 축제는 구미 농심 공장에서 당일 생산된 라면을 구매해서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경험과 다양한 라면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고, 김천은 MZ세대가 김천하면 김밥천국을 떠올린다는 점에 착안하여 김밥축제를 열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가고 싶었던 축제는 수면 위 수면 콘서트였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공연을 관람하며 하룻밤을 보내는 이벤트였다. 뮤지션의 공연과 전문 성우의 고전 낭독, 수면 전문가의 강의 등으로 채워진 깨알같은 축제 정보가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잠재 고객이 느끼는 즐겁고 행복한 감정과 기억을 브랜드에 연결하는 것은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자비와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페스티벌은 어떤 미디어보다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이 준비된 브랜드 경험의 장을 만들 수 있다.


돌멩이, 키링 등 하찮아 보이는 것이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는 애착템 열풍.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아이들의 가방에 달린 수많은 종류의 키링을 따스한 시선을 가지고 이해해보기로 했다. 별걸 다 꾸미는 젊은 세대의 행태에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를 포착한 ‘데코덴티티’, 이것에 등장한 신발 데코는 정말 불편해보였지만 예쁘긴 했다. 디지털 과부하로 디지털을 디톡스하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디지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갈 방식을 보여주는 ‘도파민과의 밀당’, 누구나 이것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래보았다. 회빙환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과거의 후회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게 하며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는 설명에서 내가 왜 이런 드라마류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이 더더욱 다채로운 형태로 혁신적인 기술과 결합되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문명의 발전과 진보에 감탄할 나를 그려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러 흥미로운 트렌드들을 다양한 시각자료들과 함께 관심 갖고 읽어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몇 년전부터 유행하던 것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트렌드들에 대한 정보도 많아 30년 차이가 나는 아이의 세상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영업자로서 내 일에는 어떤 부분을 적용하면 좋을까 자연스레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에 대한 책을 더 관심있게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글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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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오늘의 청소년 문학 43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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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미는 조선시대 자기 주도적 삶을 지향하는 한 인물이다.

역관의 딸인 다미와 가족들. 천주교를 믿은 대가로 어머니가 잡혀가고 아버지도 함께 연루되어 모진 벌을 받고 반신불구가 되며 10대인 다미가 돌보아야 할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남녀차별과 신분의 차이로 자신이 능력이 있다고 해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 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돈이 더 많이 필요했던 다미는 궁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다미의 주변에서 하나 둘 다미에게 보여주는 작은 나비효과 같은 움직임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엄마가, 아비가, 또리아재, 김무생, 다산 어른 등 다미의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미의 마음은 굳건해진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두려움을 이길 용기를 갖게 되고 나를 믿고 홀로 우뚝 서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것이 다미의 가수저라, 카스테라이다.


그녀의 솜씨를 알아보고 도와주는 사람들로 인해 그녀는 외국 간식인 카스테라를 만들게 되었고 서구와의 무역의 기회가 조금씩 열리고 있을 시기, 항구에서 다과방을 하며 장사를 하게 된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 카페를 열어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다미는 빙허각에게 ‘여성도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재능을 펼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끊임없이 그 말을 곱씹으며 고민했다.

또 이미 가진 재능도 계속해서 갈고닦았는데, 카스테라와 별사탕 같은 서양 음식 조리법을 책에서 우연히 접했을 때도 낯선 것이라며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재능을 더 넓은 분야로 확장해 냈다.

결국 다관을 운영해 보겠느냐는 김무생의 제안을 받았을 때, 다미는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단단해진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누구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꾸준한 날갯짓이 끝내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야 만다는 것을 21세기의 청소년들에게 19세기 소녀 다미가 보여 준다.

요즘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면 다미처럼 아픈 마음을 알아주고,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내 주위엔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까?

작가는 우리 시대도 아직 주도적인 삶이 아닌 남들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며 자신을 찾아 제물포에서 찻집을 하는 다미처럼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기를 바람을 전한다.


네 귀퉁이의 기둥 가운데 하나만 부실해도 건물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쌀과 물의 양, 불의 세기, 조리 시간 중 한 가지만 틀어져도 못 먹게 된다.

다미의 삶도 그랬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좋은 어른들의 도움 덕에, 그리고 타고난 재주 덕에 어두웠던 다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것 같지만, 다미가 그 도움과 변화를 받아들이려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다미는 아마 계속해서 암울한 현실 속에 갇혀 있었거나, 자기 이름을 포기하고 궁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찮아 보이는 우리의 미세한 꿈틀거림이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당장은 그 사소한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시간을 넘어 저 먼 미래로 가면, 바로 그 꿈틀거림으로 인해 우리는 남들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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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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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는 11년 간 도슨트로 활동해 온 한 저자가 마음에 담아둔 11인의 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10년간 70여 개의 전시에서 3000회 이상 해설을 진행했다고 한다. ​단순히 미술 작품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 화가의 인생과 그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다룬다. 친숙하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예술가들의 고통스러웠던 성장통과 환희의 순간들과 그림이 함께 묘사되어 있고, 개인의 서사로 풀어내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들의 작품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했다. 화가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건,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설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감상하거나, 화가의 생애에서 교훈적 깨달음을 얻거나,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그는 예술을 향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예술, 예술가, 작품을 그저 무미건조한 정보로 대하기 보다는 빛나는 순간과 소중한 가치가 깃든 세계로 여긴다.


클로드 모네가 그림에 담은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그가 순간적으로 받은 감흥이며, 앤디 워홀의 작품은 상업성과 예술의 경계에서 워홀의 고민을 잔뜩 묻힌 느낌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사회 주변부에서 반복되는 노동으로 생을 이어가는 서민들의 생활과 타고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묵묵히 제 몫의 역할을 하는 자연물을 소재로 주목한 고흐. 화려한 벨에포크 시대의 파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소외된 내면을 헤아린 로트렉. 둘은 교류를 갖기도 하며 후기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서클에 참가하기도 했다. 물랑루즈의 포스터를 그려주면서 생계비를 유지하며 무용수나 성매매 여성 등을 그리면서 소외받은 아픔과 신체 장애에 대한 한을 달랬다. 도시 하층 계급 여성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끔 만든 '침대에서' 는 꽤 오랫동안 머릿 속에 맴돌았다. 침대 위에 두 여자가 있고, 한 여자는 머리를 감고 있고, 둘 다 머리가 짧았다. 힘겨운 생활을 이어 온 그들의 두 눈에는 슬픔이 있었고, 곁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한 로트렉은 그것을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소외시킬 권리는 없다. 그럼에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여인들을 이렇게 그려냈다. 예술은 우리 곁에 머물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만들기도, 잊고 지냈던 것들을 문득 회상하게도 만든다. 저자는 화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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