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돈과 인생과 행복에 대해
야마자키 하지메 지음, 정유진 옮김 / 노엔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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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경제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숫자 뒤에 있는 삶을 가르쳐주는 책



『경제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제목만 보면 경제 조언을 담은 실용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평생 경제를 바라보며 쌓아온 통찰을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건네는 인생의 문장들에 가깝다. 돈과 삶을 어떻게 연결해 바라봐야 하는지, ‘경제’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담담하고 다정한 어조로 풀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경제를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선택의 언어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다.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 덕분에 문장은 자연스럽고 설명은 친절하다.

‘이것을 모르면 안 된다’는 엄포 대신, ‘이렇게 보면 네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질 거야’라는 격려에 가깝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경제적 판단을 이야기하면서도 끊임없이 사람, 윤리, 미래의 지속성을 함께 놓고 바라본다는 점이다. 성장과 성공을 강조하는 대신, 건강한 소비의 방식, 안정이라는 감각, 욕망을 다루는 법 등이 깊이 있게 다뤄진다.





책 곳곳에는 ‘경제적 지혜’보다 더 넓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정보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



성공보다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깨달음



부를 쌓는 것보다 자립하는 능력이 더 오래간다는 조언



돈을 버는 일과 내 삶을 지키는 일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



편지 형식이라 그런지,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인생 경험이 압축된 문장을 조용히 건네받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경제를 통해 삶을 설명하는 동시에, 삶을 통해 경제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경제는 주식시장과 지표 속에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쓰는 돈, 내가 버리는 시간, 내가 선택하는 관계 속에서 흐르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서이면서도, 동시에 한 권의 인생 에세이에 가깝다.

어떤 챕터는 따뜻하고, 어떤 문장은 묵직하다.

가끔은 잔잔한 잔소리 같기도 하지만, 결국엔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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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로 가야겠다
도종환 지음 / 열림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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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시집은 고요하다. 소요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고요로 가야겠다” 라는 메시지는 많은 것들을 내포한다.

이번 시집에서는 그의 언어가 과거보다 더 부드러워진 것 같다.

시집은 고요라는 개념을 단순한 정적인 상태로 제시하지 않는다. 고요는 회복이자 성찰의 공간이며, 행동의 전제 조건이다. 소요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지혜롭고 균형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분노나 소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그는 본다. 이 지점에서 시집은 윤리적·철학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시집은 여덟 부의 나뉘어져 있고, 시를 쪽마다 나눠 배치하는 전개, 마지막에 전체 시를 다시 보여주는 구조 등이 독특했다.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고 깊다. 분노, 슬픔, 외로움, 사랑, 이해 등이 시 속에서 자유롭게 오간다.

이 시집은 현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을 잠시 멈추고, 고요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를 권한다. 동시에 그 고요가 단순한 피난처가 아니라 삶의 중심을 회복하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요는 결심을 담은 선언문이다. 삶의 소요가 잠시 멈춘 순간, 그는 그 틈을 지나 고요로 향한다. 이 ‘고요’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의 상태가 아니라, 삶의 중심을 다시 찾기 위한 의식적인 선택이다.

이월은 겨울이 떠오른다.

‘이월’은 계절적으로 겨울의 끝자락으로, 가장 추우면서도 봄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는 시기다. 시인은 이 계절적 분위기를 이용해, 가장 차가운 순간이 오히려 삶을 정제시키는 때임을 보여준다.

슬픔을 문지르다는 제목을 한참 들여다보게 했다.

슬픔을 ‘감당’하거나 ‘극복’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대신 어떤 사물을 닦듯이 “문지른다”.라니.

문지른다는 행위는 폭발도, 외면도 아닌 천천히 다가가는 행위이다.

슬픔을 문지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나도 내 슬픔을 스윽 문질러본다.

달팽이는 시집의 중요한 상징 이미지다. 달팽이는 느리고, 작고,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집을 등에 지고 묵묵히 간다.

이는 시인이 말하는 고요의 성질과 닮아있는 것 같다.

당신의 동쪽에서 화자는 누군가의 삶의 동쪽이 되어주고자 한다.

소리 없이, 조용하게.

도움을 주되, 강요하지 않고.

함께하되, 방해하지 않고.

이 시는 관계에 대한 성숙한 거리를 보여준다.

사랑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옆에 서주는 것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독자를 자연스럽게 ‘고요의 자리’로 이끈다.

한 편 한 편을 천천히 읽을수록,

그 속에서 우리가 잊었던 마음의 결이 다시 보인다.

그리고 시집은 말없이 이렇게 권한다.

“너도, 잠시 고요로 가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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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삼키는 아이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사사프라스 드 브라윈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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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아이’가 낯설지 않았다. 나도 어릴 적부터 감정을 잘 삼키는 아이였다. 울면 혼날까 봐, 화내면 미움받을까 봐, 늘 조심스럽게 웃는 얼굴을 붙잡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참는 게 ‘성숙한 일’이라 믿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그건 성숙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는 걸. 사랑받기 위해 나를 꾹 눌러 담았던 시간들이 내 안의 감정을 얼마나 병들게 했는지,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책 속의 아이도 나처럼 감정을 삼켰다. 엄마의 눈치를 보고, 친구의 표정을 살피며, 자기 감정보다 타인의 기분을 먼저 헤아렸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지금의 나처럼, 마음 한구석이 늘 답답한 채로 살아가겠지.

작가는 말한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약한 게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힘이라고. 그 문장을 읽는데, 가슴이 이상하게 따뜻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내 감정을 무시하고 있었을까. 기쁨보다 평온을, 분노보다 이해를, 슬픔보다 이성을 선택하려 애쓰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나를 잃는 방법이었다.

책을 덮고 나서, 거울 앞에 서서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봤다. 오늘은 그냥, 기분이 그렇다고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 슬프면 슬프다고, 화나면 화났다고. 감정을 삼키지 않고 꺼내어 보는 연습을 조금씩 해보려 한다.

『감정을 삼키는 아이』는 결국, 어른이 된 나에게 쓴 편지 같았다. 삼켜온 감정들로부터 나를 다시 구해내라는, 늦지 않은 다정한 부탁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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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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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헤세에게 구름이란 무엇일까? 헤세는 자연을 자주 묘사하면서, 그 속에서 인간의 삶과 운명을 비유한다. 구름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것,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인생의 덧없음과 순간성을 드러내는 매개체.

책을 읽다 보면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아래로만 보던 시선이 한번씩 구름을 향하기도 한다. 헤세는 우리가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것들을 집요하게 응시한다. 그리고 그것들 속에서 인간의 마음과 닮은 결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그는 구름을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변화 속의 지속성”으로 그려낸다. 이는 우리 삶의 불안정함과 동시에 변치 않는 희망을 닮아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여백’이다. 헤세의 문장은 강요하지 않는다. 짧은 단상 속에서도 독자가 스스로 길을 찾도록 남겨둔다. 그래서 읽고 나면 답을 얻기보다는 질문을 새롭게 품게 된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 자신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그리고 자연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겸손해질 수 있는가 하는 물음들이다.

구름은 정해진 땅에 매이지 않고 흘러가는 존재로, 헤세가 동경한 방랑과 자유의 상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빛과 어둠을 함께 품고, 때로는 하늘을 열고, 때로는 가린다. 이는 인간 영혼의 변화무쌍한 상태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는 헤세 특유의 자연 묘사와 은유가 가득 담겨있다.

구름이 ‘나’와 닮은 존재라는 느낌, 고독과 갈망이 은근히 스며드는 표현들이 많아서,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나도 모르게 “이 삶, 이 방황”이 나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구름은 형태가 일정치 않고 바람에 따라 쉬이 변해요. 이 무상함이 삶의 변화, 예측 불가능성,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생각하게 한다. 해방감도 있지만 불안감을 느끼게도 한다.

구름처럼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것, 바람이 불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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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 - 메시지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명언의 힘
김정미(조안쌤) 지음 / 다온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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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를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쓰는 시간’의 가치를 다시 떠올렸다. 요즘 하루를 돌아보면, 손으로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 자판에 짧은 글을 입력하고, 화면을 스치듯 넘기며 읽고, 기억은 금세 흘려보낸다. 그런 내게 저자는 묻는다.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책을 따라 고전을 필사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고요한 아침, 빈 노트 한 권과 펜 하나. 눈앞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활자 속에 갇혀 있던 고전의 숨결이 내 손끝을 통해 되살아나는 느낌일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는 과정은 느리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서 오히려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던 단어가, 손으로 적을 때는 마음에 오래 머문다. 마치 오래된 책 속 문장이 내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 같다. 저자는 이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표현한다. 수백 년 전 사상가의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동시에 내 안의 목소리도 듣게 된다.

책은 필사의 효과를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단지 하루 10분의 필사가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되찾아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단순한 행위가 주는 울림은 크다. 사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록하며 살아왔던 존재 아닌가. 일기, 편지, 메모…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손글씨는 사라지고, 마음은 더 바쁘고 조급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책장을 덮고 나니, 나도 노트 한 권을 꺼내고 싶어졌다. 꼭 멋진 문장이 아니어도, 오늘 나를 스친 한 구절을 옮겨 적으며 하루를 채워 보고 싶다. 그렇게 쌓인 페이지가 언젠가 내 삶의 기록이 되고, 또 하나의 고전이 되지 않을까.

『고전 필사로 채워지는 하루』는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작은 습관 하나로 삶을 단단하게 세워가는 길을 보여준다. 빠른 세상에 휩쓸려 지칠 때, 잠시 멈추어 펜을 드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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