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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 - '나'를 위한 관계 덜어내기 수업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큰숲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제목부터 이미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울림을 지닌 책이다.
이별, 상실, 관계의 끝맺음 같은 무겁고도 섬세한 주제를 다루지만, 작가의 문장은 결코 날카롭거나 차갑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놓는다’는 것이 어떻게 슬픔과 동시에 자유로움이 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말해준다.
나 역시 예전에는 나를 얽매는 관계를 놓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런 관계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이미 지쳤는데도 죄책감과 책임감, 익숙함에 발목 잡혀 주저앉은 채로 머물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감정의 실체와 내가 왜 그 관계에 매달리고 있었는지를 조금씩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작가가 집착과 두려움, 그리고 이별을 둘러싼 내면의 감정을 하나하나 짚어주는 부분은 마치 내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은 단순히 관계를 정리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나를 아끼며 놓을 수 있는가’, ‘상처를 최소화하며 나아갈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끝’의 이야기이자 ‘다시 나로 돌아오는 길’에 관한 이야기다.
놓는다는 건 포기가 아니라, 나를 위한 선택일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책은 관계에서 오는 많은 문제의 원인을 홀로 설 수 없는, 독립되지 못한 자아로 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혼자 살 수는 없다지만 그 누군가를 항상 갈구하며 의존하는 그 마음에서 관계의 불편함이 나오는 것 같다.
의존함으로써 얻어지는 잠깐의 기쁨과 안정감에 그 마음을 잃기 싫어 나를 얽메는 관계까지도 쉬 놓지를 못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말을 자조섞인 말로 이해했던 지난날에 비해 이제는 정말 인생은 혼자서 꾸려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에 담담히 동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