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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지만, 용기가 필요해 - 도망가고 싶지만 오늘도 이불 밖으로 나와 ‘나‘로 살기 위해 애쓰는 모든 어른들에게
김유미 지음 / 나무사이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문득, 숨이 턱 막혔왔다.
딱히 힘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웃기도, 울기도 애매한 날이었다.
‘별일 아닌데 왜 이러지?’ 싶은 마음과, ‘그냥 좀 기대고 싶다’는 마음이 뒤엉킨 채 하루를 또 넘기고 있을 뿐이었다.
이 책의 '용기'가 눈에 띈 건 그때였다.
이 책의 글자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글자체부터가 따뜻했다.
그저 나의 흩어진 감정을 옆에 앉히는 책이었다.
자책과 두려움, 후회와 외로움 같은 것들이 고개를 숙이고 나란히 앉는다.
작가가 말한다. 힘들면 돌아오라고, 누구나 다 불안하다고.
평소에는 쉽사리 넘길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도 목이 잠겼다.
아무도 몰랐던 내 속이, 아주 작게 들킨 것 같았다.
실은 외롭다고 고백할 줄 몰라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 척 굳어진 날들이 불현듯 생각났다.
김유미는 이 책에서 ‘용기’라는 단어를 아주 낡은 모서리에서 꺼내 다시 빛을 쬐게 해준다.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일,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는 일, 타인의 기대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일.
이 모든 작고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을 용기라고 이름 붙인다.
누구도 손잡아주지 않는 일상을 지나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용기를 써가며 살아내고 있었는지를, 작가 덕분에 조용히 되짚게 된다.
난 꽤 용감한 사람이었는 걸?
눈앞이 흐려질 만큼 다정하지 않지만, 마음 한구석이 조금 덜 외로워졌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계속해서 작아지는 나를 매일 다시 받아들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부끄러움을, 서툶을, 무너짐을 견디는 나날들을.
‘어른’이라는 말 속에 담긴 것만 같던 책임, 체면, 강인함 같은 것들은 내가 만들어 욱여넣은 걸까? 그 누군가가 그런 것이었을까?
책에는 작가가 삶 속에서 직접 마주했던 두려움과 망설임,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씩 선택해온 용기의 순간들이 담겨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인간관계의 상처, 꿈을 향한 불안, 스스로에 대한 실망 등 평범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감정들이 담백하게 그려진다.
‘용기’라는 말을 일상으로 끌어내렸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용기는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용기,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나를 쉬게 하는 용기처럼,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절실한 마음의 선택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