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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는 11년 간 도슨트로 활동해 온 한 저자가 마음에 담아둔 11인의 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10년간 70여 개의 전시에서 3000회 이상 해설을 진행했다고 한다. 단순히 미술 작품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각 화가의 인생과 그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다룬다. 친숙하지만 잘 알지는 못했던 예술가들의 고통스러웠던 성장통과 환희의 순간들과 그림이 함께 묘사되어 있고, 개인의 서사로 풀어내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들의 작품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했다. 화가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이 드는 건, 작가의 섬세하고 따뜻한 설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작품을 새로운 관점에서 감상하거나, 화가의 생애에서 교훈적 깨달음을 얻거나,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그는 예술을 향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예술, 예술가, 작품을 그저 무미건조한 정보로 대하기 보다는 빛나는 순간과 소중한 가치가 깃든 세계로 여긴다.
클로드 모네가 그림에 담은 것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그가 순간적으로 받은 감흥이며, 앤디 워홀의 작품은 상업성과 예술의 경계에서 워홀의 고민을 잔뜩 묻힌 느낌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사회 주변부에서 반복되는 노동으로 생을 이어가는 서민들의 생활과 타고난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묵묵히 제 몫의 역할을 하는 자연물을 소재로 주목한 고흐. 화려한 벨에포크 시대의 파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소외된 내면을 헤아린 로트렉. 둘은 교류를 갖기도 하며 후기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서클에 참가하기도 했다. 물랑루즈의 포스터를 그려주면서 생계비를 유지하며 무용수나 성매매 여성 등을 그리면서 소외받은 아픔과 신체 장애에 대한 한을 달랬다. 도시 하층 계급 여성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끔 만든 '침대에서' 는 꽤 오랫동안 머릿 속에 맴돌았다. 침대 위에 두 여자가 있고, 한 여자는 머리를 감고 있고, 둘 다 머리가 짧았다. 힘겨운 생활을 이어 온 그들의 두 눈에는 슬픔이 있었고, 곁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한 로트렉은 그것을 그대로 작품에 담았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소외시킬 권리는 없다. 그럼에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여인들을 이렇게 그려냈다. 예술은 우리 곁에 머물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만들기도, 잊고 지냈던 것들을 문득 회상하게도 만든다. 저자는 화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