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오늘의 청소년 문학 43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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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다미는 조선시대 자기 주도적 삶을 지향하는 한 인물이다.

역관의 딸인 다미와 가족들. 천주교를 믿은 대가로 어머니가 잡혀가고 아버지도 함께 연루되어 모진 벌을 받고 반신불구가 되며 10대인 다미가 돌보아야 할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남녀차별과 신분의 차이로 자신이 능력이 있다고 해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 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돈이 더 많이 필요했던 다미는 궁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다미의 주변에서 하나 둘 다미에게 보여주는 작은 나비효과 같은 움직임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엄마가, 아비가, 또리아재, 김무생, 다산 어른 등 다미의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미의 마음은 굳건해진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두려움을 이길 용기를 갖게 되고 나를 믿고 홀로 우뚝 서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것이 다미의 가수저라, 카스테라이다.


그녀의 솜씨를 알아보고 도와주는 사람들로 인해 그녀는 외국 간식인 카스테라를 만들게 되었고 서구와의 무역의 기회가 조금씩 열리고 있을 시기, 항구에서 다과방을 하며 장사를 하게 된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 카페를 열어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다미는 빙허각에게 ‘여성도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재능을 펼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끊임없이 그 말을 곱씹으며 고민했다.

또 이미 가진 재능도 계속해서 갈고닦았는데, 카스테라와 별사탕 같은 서양 음식 조리법을 책에서 우연히 접했을 때도 낯선 것이라며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재능을 더 넓은 분야로 확장해 냈다.

결국 다관을 운영해 보겠느냐는 김무생의 제안을 받았을 때, 다미는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단단해진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누구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꾸준한 날갯짓이 끝내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야 만다는 것을 21세기의 청소년들에게 19세기 소녀 다미가 보여 준다.

요즘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면 다미처럼 아픈 마음을 알아주고,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내 주위엔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까?

작가는 우리 시대도 아직 주도적인 삶이 아닌 남들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며 자신을 찾아 제물포에서 찻집을 하는 다미처럼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기를 바람을 전한다.


네 귀퉁이의 기둥 가운데 하나만 부실해도 건물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쌀과 물의 양, 불의 세기, 조리 시간 중 한 가지만 틀어져도 못 먹게 된다.

다미의 삶도 그랬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좋은 어른들의 도움 덕에, 그리고 타고난 재주 덕에 어두웠던 다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것 같지만, 다미가 그 도움과 변화를 받아들이려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다미는 아마 계속해서 암울한 현실 속에 갇혀 있었거나, 자기 이름을 포기하고 궁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찮아 보이는 우리의 미세한 꿈틀거림이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당장은 그 사소한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시간을 넘어 저 먼 미래로 가면, 바로 그 꿈틀거림으로 인해 우리는 남들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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