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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사 코끼리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12월
평점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
철사 코끼리의 시작은 이러하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한 위로의 책이다. 다시 살아가는 힘을 주기도 하고, 지금의 힘든 상황을 다독거려 주기도 한다. 누군가 반드시 사별을 경험할 수 있고 그 아픔을 안고 삶을 이어갈 것이다. 그 삶은 그 일이 있기 이전의 삶과 같을 순 없다. 분명히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고, 그것이 그 후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할 것이다. 영원한 이별 앞에서 우리는 눈물을 멈추고 새로운 기운을 얻어야 할 것이다.
철사 코끼리에는 돌산 아래 사는 소년 데헷과 늘 그 옆을 지켜주는 아기 코끼리 얌얌이 등장한다. 날마다 고철을 주워 산 넘어 대장장이 삼촌에게 갖다주는 일을 하는 데헷은 늘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얌얌이 늘 의지가 되었을텐데, 그러던 어느 날 얌얌이 죽고 만다. 데헷은 눈물을 쉽게 멈추지 못하고 몇 날이 흘러도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 사랑했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인생의 위기와 마주한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치는가 하면 꼼짝 못하게 내리누르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겨울인 건지 앙상한 나뭇가지만 가지고 있는 나무 아래에서 우두커니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슬픔에 잠겨있는 소년 데헷의 모습은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다. 그림책만이 전해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의 전달이 제대로 느껴지는 장면이다. 슬픔은 표면화된다. 철사들을 끊임없이 모으던 데헷이 철사들로 만든 건 다름아닌 얌얌의 형상이었다. 물론 울지도 움직이지도 따뜻하지도 않지만 데헷은 그것을 얌얌이라 믿고야 만다. 어디를 가든 얌얌을 데리고 다니는 데헷, 아직 슬픔을 받아들이지 못한 체, 끊임없이 대상을 그리워하는 데헷의 마음이 전해져 보는 사람의 마음도 참 아프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던 데헷.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아무도 데헷 곁에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의 슬픔이 너무 커서 그 슬픔에 잠겨있느라 주위에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든 무관심했던 것이다. 막 사별의 고된 여정에 들어선 사람이라면 데헷처럼 세상과 떨어져 있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데헷은 거대한 철사 코끼리를 데리고 돌산을 넘어 대장장이 삼촌에게 가서 온 힘을 다해 뜨거운 용광로에 밀어 넣는다. 어떠한 형태의 슬픔이든 슬픔에는 끝이 있다. 슬픔에 잠긴 채 남은 생을 살아간다면 그것은 자신을 위한 삶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철사코끼리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듯 슬픔을 간직한 우리들도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힘을 얻어 살아가야 할 것이다. 늘 그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번씩 떠올려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슬픔에 대한 예의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