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새긴 이, 김상유 - 100년의 시간, 작품 회고집
김상유.김삼봉 지음 / 아이리치코리아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상유는 1962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평양에서 졸업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김상유는 종군화가로 입대했다. 제대 후 1954년 다시 동산중학교로 돌아갔다. 화가의 작품집을 읽고 일대기를 적으며 서평을 시작하는 것은 그의 작품은 그의 생이 유소년기의 일제강점기, 청년기의 해방과 6·25동란기, 중장년기의 한국 도약기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예술가는 숙명적으로 자신이 경험한 것과 시대적인 관점을 작품에 남기는 것 아닐까.



1958년 ‘한국판화가협회’가 탄생하고 홍익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 판화과목이 생기며 한국에 판화가 자리잡았다. 이때부터 김상유는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가 판화가로 한국에서 미술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 전·후다. 김상유는 비슷한 시기에 앵포르멜 미술에 근접하며 인정받기 시작한다. (엥포르멜 양식은 프랑스 중심의 서정적 추상회화 경향을 띈다.)


김상유는 일반 사람들의 미술 통념을 깨기 위해 동판화에 접근했다. 동판화는 다른 판화에 비해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고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그가 동판화를 누구에게 배운 게 아니라 스스로 익혔다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미술의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1963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동판화 부문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김상유는 새로운 기법으로 판화를 선보였다. 물은 확산하는 성질이, 아교는 응집하는 성질이 있다. 그는 화선지에 엷은 연두색을 색칠하고 아교를 떨어뜨려 추상적인 번짐을 유도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또 그는 동판에 강한 산을 부어 부식이 일어나는 것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추상 효과를 만들었다. 녹슨 판은 오묘하고 절묘한 효과를 만들었다.



김상유가 현대미술 판화부분에서 이름난 작가로 활약한 이유는 남다른 지적 능력과 판단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문명사회 모순에 괴리를 느껴 이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정신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김상유는 점차 동판화를 지양하고 목판화로 작업했다. 그는 소재 역시 엥포르멜에서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토속적인 내용으로 변화시킨다. 동양스러운, 한국스러운 작품을 목판화로 표현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은 목판화의 부흥기를 맞이한다.



김상유는 변화를 멈추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그는 목판화 작업을 유화로 확대했다. 그는 유화 재료를 유화답지 않은 장르에 접목해 유형을 파괴하는 등 초월적 작업에 몰입했다. 당시 전국의 고건축을 순례하며 한옥과 법당의 아름다움을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한국적인 정서와 무위자연의 세계, 고요와 청렴이 공존하는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이로써 아연판을 이용한 동판화의 세밀한 표현에서부터 목판화를 통한 고요하고 간결한 풍경까지 다양한 양상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판화뿐만 아니라 유화 작업을 통해 예술 역량을 확장시킨다. 동판화에서 목판화, 사진과 유화, 어쩌면 판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집은 보는 내내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만의 특별한 사유가 곳곳에 담겨있어 그것을 읽는 재미도 있었고, 특히 오일페인팅으로 그려졌던 70년대 판화에서 등장한 인물은 귀엽기까지하고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 없었기에 특별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결국 친근해져 버리기까지 했다. 눈을 감고 편안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김상유 작품은 기교 없는 기교의 맛이 있다. 그의 작품은 항상 새로움에 도전하지만 절제된 미학이 담겨있다. 작품의 면모는 역동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음에도, 그 감흥과 울림은 깊고 길다.



김상유 작가의 예술적 삶은 ‘시대가 안았던 불안한 현실과 층위가 다른 자연과 고요, 평온을 향하여 구도했던 삶’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가 평생 동판과 목판 그리고 유화의 화폭에 새기고 그린 작품들은 현대 문명의 모순에 대한 비판과 저항, 달관과 해탈이 각인된 예술적 결정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고윤(페이서스코리아)의 첫 생각 시리즈 3부작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딥앤와이드에서 출판된 30day 시리즈는 총 세 권이다.


사색, 철학, 그리고 인문학


이 책은 시리즈 중 세번째 인문학 책이다.


'아침과 저녁, 나를 위한 인문학 30day' 


제목은 '왜 당신은 죽어가는 자신을 방치하고 있는가'



크기는 아담하고, 표지는 잡지 혹은 신문의 한 페이지를 옮겨 놓은 것만 같은 예쁜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디자인만큼 가볍지 않다.


이 책은 현대인이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심리 증후군 43개를 토대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에 존재하는 심리 현상을 통해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의 순간들을 점검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펴낸 책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는 수많은 증후군들이 등장한다.


예전엔 미처 이름붙이지 못했던 증상들에 적절한 이름을 찾은 시기에 뒤늦에 이름 붙여진 것들도 있겠지만, 전례없이 수많은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현대인들은 책에 등장하거나 혹은 아직 이름 붙이지 못했을 수많은 증후군을 겪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에 소개된 증상들을 보고 있으니 정말 사회에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된다​


나는 나에게 일어난 일들의 결정체가 아니다.


나는 내가 선택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저자는 칼 융의 이 문장을 이해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진정 나를 보살피며 살고 있을까? 혹시 타인을 위해 희생하느라 바쁘고, 보이는 껍데기에 혈안되어 죽어가는 나를 방치하고 있진 않은가? 진정 행복한 삶을 꿈꾼다면 ‘끌려가는’ 삶이 아닌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책은 목차만 본다면 각종 증후군들을 나열해 놓은 책으로 보여 현대인의 증후군 모음집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증후군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면 좋을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앞으로 나아가려면 어떤 감정과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담백하게 쓰여진 내용을 읽어본다면 이 책에 제시된 수많은 불완전함이 만들어 낸 심리현상과 자신의 삶을 대입해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 저자가 진정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을 이루어내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이 책의 내용 이면에 있는 소외감, 아픔, 상실감 등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겪는 모든 감정과 경험은 결코 그저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존재의 일부이며, 그 모든 조각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이룰 것이다. 복잡하고 모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을 철학하다 가슴으로 읽는 철학 1
사미르 초프라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있는 한, 뭔가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한, 나는 늘 불안과 함께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조차 불안감은 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어도 불안했고, 걱정거리가 있으면 그 불안은 거의 나를 잠식할 정도였다.


이 책의 소개글 중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한 대목은 바로, 불안의 고통을 철학으로 치유한다는 설명 부분이었다.


이 책이 불안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성철하고, 다시 개념화하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강렬한 믿음이 생겼었다.



모든 인간은 불안하다.로 시작하는 첫 대목은 불안한 나를 잠시 안심시킨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불안하다. 불안은 바로 우리의 '실존'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철학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싶었다고도 고백하고 있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 그가 알게 된 것은 불안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당연한 진실이었다. 우리는 늘 불안과 함께 살아야 한다. 불안은 우리 자아의 일부이며, 놀랍게도 자아의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이기까지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불안이 어떻게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살게 했는지, 그래서 우리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철학이 바로 이 부분을 돕는다. 



우선 인류 역사에서 맨 처음으로 불안을 철학적 사유의 중심에 놓고 고찰한 붓다의 ‘불교 철학’ 관점을 살핀다. 


붓다는 불안을 우리 자신의 본성에 대한 깊은 오해에서 비롯된 고통이라고 봤다. 


만약 불안이 우리의 실존에 고통을 주는 요인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땅히 제거해야 하고 제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태를 '무아'라고 부른다.


붓다에게 불안과 괴로움은 우리의 경향, 의도, 습관에서 비롯되며, 그로부터의 구원과 해방은 평생에 걸쳐 우리 스스로 자기 자신을 얼마나 바로 세우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을 멈추지 않으면 우리는 소중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실존주의 철학’ 은 자유를 향한 열망이 불안과 결합해 우리의 의식을 구성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입을 모아 불안과 함께 성장하라고 말한다. 


불안을 애써 모른 척하며 사는 삶은 우리 삶을 능동적으로 붙잡기보다 살아지면서 생긴 ‘나쁜 믿음’에 휘둘리는 거짓된 삶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안에 전적으로 의존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실제로 불안이 없으면 우리는 한 치의 발전도 할 수 없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문화적 세계 내에서 우리 마음이 취해야 할 방향을 재고하도록 돕는다. 


프로이트의 불안 이론은 사회적 불안을 이해하는 데 유용했다. 실제로 우리가 타인과의 갈등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복합적인 관계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끊어지면 모든 것이 다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연결된다. 사실 이렇게 만들어진 불안감이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가장 크고 가장 두려운 모습의 불안과 닮아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철학들로 불안을 비추어 본다. 우리가 불안을 철학한다는 것은 우리가 실존하는 동안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우리는 실존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우리에게 불안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인간임을 방증한다. 불안하지 않는 한 인간이 아니다. 이 책은 끊임없이 불안한 나를 살아있는 나로, 불안을 당연한 감정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불안’은 ‘감정’이다. 우리가 불안의 본질과 불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르게 ‘인식’하면 불안을 느끼는 우리의 ‘감정’도 바뀌게 된다.



나는 그저 불안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생각하며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불안이 곧 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이노션 인사이트전략본부 지음 / 싱긋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비자 관찰과 각종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 변화의 흐름을 분석하여 흥미롭게 집필된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시리즈, 다섯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5'는 트렌드 변화의 원인과 그 변화가 궁극적으로 가져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시사점과 활용 가치에 주안점을 둔 특별하고도 흥미로운 책이다.


2024년 가장 화두가 된 것은 AI의 확장이다. AI가 바꿀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행동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고객 경험 자체가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고, 그 중 브랜드 공간은 고객과 브랜드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고 분석, 이 책은 부록 '스페이스 트렌드' 를 통해 공간 트렌드 키워드를 풍성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요즘 시대의 소비자들은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기꺼이 비용을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특별한 시간과 경험을 하게 해 준다면 기꺼이 그곳을 직접 찾아갈 용이가 있다. 지역적인 한계로 인해 좋아하는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를 구경하기 힘들지만, 지금도 나에게 특별한 시간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그곳을 찾는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콘텐츠를 보면서 쇼핑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한 번 잘못 클릭했던 제품의 정보가 어떻게든 내 삶에 찾아 들어와 어느 순간 쇼핑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경험을 나는 수도 없이 해왔다. 그렇기에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의 잠재된 니즈를 자극하거나 일상 안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차별적인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그저 웃으며 읽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철저히 조직화된 그물에 걸려 낚여 버리고 만 소비자였다.


자신만의 이상형을 설정하고 수정하며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추구ME’, 나는 이것이 막연하고 허무맹랑하지 않아서 더 사람들이 너도 나도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도달할 수 있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목표로 설정하였고,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비용 투자를 하는 것이기에,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일환으로 생각되었다. 한가지로 일원화되어 있던 긍정적인 자화상들이 다양성을 갖게 되는 것이 요즘 소비의 요점이 아닐까.


인터넷 밈이 Z세대와 만나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자리잡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는 도구로 진화한 현상을 다룬 ‘밈코드’, 어떤 텍스트들을 읽으면 특정 안무와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이 당연해지고, 이것이 다양한 마케팅 도구로도 활용되는 것을 보아왔다.


새로운 오프라인 경험을 추구하게 된 MZ세대를 타기팅한 다채로운 페스티벌 ‘별다페’, 요즘 페스티벌은 그저 일탈이나 쾌락의 수단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다양해졌다. 구미 라면 축제는 구미 농심 공장에서 당일 생산된 라면을 구매해서 바로 끓여 먹을 수 있는 경험과 다양한 라면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길 수 있고, 김천은 MZ세대가 김천하면 김밥천국을 떠올린다는 점에 착안하여 김밥축제를 열었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가고 싶었던 축제는 수면 위 수면 콘서트였다. 매트리스 위에 누워 공연을 관람하며 하룻밤을 보내는 이벤트였다. 뮤지션의 공연과 전문 성우의 고전 낭독, 수면 전문가의 강의 등으로 채워진 깨알같은 축제 정보가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잠재 고객이 느끼는 즐겁고 행복한 감정과 기억을 브랜드에 연결하는 것은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자비와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페스티벌은 어떤 미디어보다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이 준비된 브랜드 경험의 장을 만들 수 있다.


돌멩이, 키링 등 하찮아 보이는 것이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는 애착템 열풍.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아이들의 가방에 달린 수많은 종류의 키링을 따스한 시선을 가지고 이해해보기로 했다. 별걸 다 꾸미는 젊은 세대의 행태에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심리를 포착한 ‘데코덴티티’, 이것에 등장한 신발 데코는 정말 불편해보였지만 예쁘긴 했다. 디지털 과부하로 디지털을 디톡스하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디지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갈 방식을 보여주는 ‘도파민과의 밀당’, 누구나 이것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래보았다. 회빙환콘텐츠가 범람하는 요즘, 과거의 후회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게 하며 그 무엇보다 강력하게 심리적 위안을 제공한다는 설명에서 내가 왜 이런 드라마류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이 더더욱 다채로운 형태로 혁신적인 기술과 결합되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문명의 발전과 진보에 감탄할 나를 그려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러 흥미로운 트렌드들을 다양한 시각자료들과 함께 관심 갖고 읽어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몇 년전부터 유행하던 것들도 있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트렌드들에 대한 정보도 많아 30년 차이가 나는 아이의 세상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자영업자로서 내 일에는 어떤 부분을 적용하면 좋을까 자연스레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했다.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에 대한 책을 더 관심있게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글은 마무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으로 온 카스테라 오늘의 청소년 문학 43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인공 다미는 조선시대 자기 주도적 삶을 지향하는 한 인물이다.

역관의 딸인 다미와 가족들. 천주교를 믿은 대가로 어머니가 잡혀가고 아버지도 함께 연루되어 모진 벌을 받고 반신불구가 되며 10대인 다미가 돌보아야 할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조선시대에는 남녀차별과 신분의 차이로 자신이 능력이 있다고 해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적었다. 아버지를 보살피기 위해 돈이 더 많이 필요했던 다미는 궁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다미의 주변에서 하나 둘 다미에게 보여주는 작은 나비효과 같은 움직임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엄마가, 아비가, 또리아재, 김무생, 다산 어른 등 다미의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미의 마음은 굳건해진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두려움을 이길 용기를 갖게 되고 나를 믿고 홀로 우뚝 서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것이 다미의 가수저라, 카스테라이다.


그녀의 솜씨를 알아보고 도와주는 사람들로 인해 그녀는 외국 간식인 카스테라를 만들게 되었고 서구와의 무역의 기회가 조금씩 열리고 있을 시기, 항구에서 다과방을 하며 장사를 하게 된다.

요즘으로 치면 개인 카페를 열어 운영하게 된 것이다.

다미는 빙허각에게 ‘여성도 자기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재능을 펼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꼈지만 끊임없이 그 말을 곱씹으며 고민했다.

또 이미 가진 재능도 계속해서 갈고닦았는데, 카스테라와 별사탕 같은 서양 음식 조리법을 책에서 우연히 접했을 때도 낯선 것이라며 외면하지 않고 자기 재능을 더 넓은 분야로 확장해 냈다.

결국 다관을 운영해 보겠느냐는 김무생의 제안을 받았을 때, 다미는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단단해진 스스로를 믿고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선택할 수 있었다.

누구든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느 쪽으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꾸준한 날갯짓이 끝내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야 만다는 것을 21세기의 청소년들에게 19세기 소녀 다미가 보여 준다.

요즘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느껴질 때면 다미처럼 아픈 마음을 알아주고,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손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내 주위엔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까?

작가는 우리 시대도 아직 주도적인 삶이 아닌 남들에 의해 끌려다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며 자신을 찾아 제물포에서 찻집을 하는 다미처럼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기를 바람을 전한다.


네 귀퉁이의 기둥 가운데 하나만 부실해도 건물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다.

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쌀과 물의 양, 불의 세기, 조리 시간 중 한 가지만 틀어져도 못 먹게 된다.

다미의 삶도 그랬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좋은 어른들의 도움 덕에, 그리고 타고난 재주 덕에 어두웠던 다미의 삶에 변화가 찾아온 것 같지만, 다미가 그 도움과 변화를 받아들이려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다미는 아마 계속해서 암울한 현실 속에 갇혀 있었거나, 자기 이름을 포기하고 궁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찮아 보이는 우리의 미세한 꿈틀거림이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당장은 그 사소한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시간을 넘어 저 먼 미래로 가면, 바로 그 꿈틀거림으로 인해 우리는 남들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