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숲 -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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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늘 제게 조금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괜히 깊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고, 배경지식이 많아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관심은 있었지만 쉽게 펼쳐보지 못했던 분야였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의 숲>은 달랐습니다.
이 책은 동서양의 고전 33권을 짧게 요약해 핵심을 들려주고, 어떤 관점으로 읽어야 할지를 안내해 줍니다. 길고 복잡한 설명 대신 중요한 부분을 차분히 짚어 주어서 저 같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철학과 사상, 사회와 역사, 소설과 드라마, 그리고 시까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논어>와 <맹자>같은 동양 고전부터,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처럼 서양의 사상서도 함께 다룹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는 박지원의 <열하일기>가 등장하고, 미래 사회를 예견한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도 소개됩니다. 한 권 안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습니다.

문학 작품도 인상 깊었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그리고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까지 이어지며 인간과 사회에 대해 묻습니다. 단순한 줄거리 설명이 아니라, 그 작품이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나왔는지를 함께 이야기해 주어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 사회를 보면 마음이 복잡해질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든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서로의 말을 끝까지 듣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먼저 내세우는 모습이 더 많아 보입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 역시 흔들릴 때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생각하는 힘’이었습니다.
고전 속 인물들은 혼란의 시대 속에서도 인간다운 가치를 붙들고 고민했습니다. 무엇이 옳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간을 이롭게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습니다.

<맹자>에서 말하는 측은지심,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에서 말하는 자아의 성장,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속 윤동주의 부끄러움에 대한 성찰까지 모두가 결국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정답을 주기보다는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요즘같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그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조금 더 넓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전문가처럼 깊이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이 더 이상 멀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고전 한 권쯤은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극과 극으로만 갈라진 사회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과 사고를 다질 수 있었던 시간.
고전 속 철학과 문학을 통해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 시간.

저에게는 어렵지 않게 다가온, 하지만 가볍지 않았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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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
박젬마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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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이미 갱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몸이 예전 같지 않았고, 이유 없이 지치고,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날들이 잦아졌지만
그것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저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내고 있었다.

『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제목은
그런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는 말,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말이 요즘의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게 되었다.

나 또한 갱년기를 겪고 있는 시기이고,
책 속 작가가 말하는 생각들과 이미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터라 이 책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문장 하나하나가 내 속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져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막상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가 되면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괜히 유난스럽게 보일까, 괜히 약해 보일까 하는 마음에 혼자서만 끌어안고 견디게 되는 시간들이 늘어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정확히 짚어낸다.
갱년기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나 참아내야 할 고비로만 그리지 않고,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는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설명받는 느낌보다는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몸의 변화, 감정의 흔들림,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혼란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다. 그 솔직함 덕분에
독자인 나도 마음의 경계를 조금씩 풀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제는 나를 조금 앞자리에 두어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동안 가족을 챙기고,
주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나 자신은 늘 뒤로 미뤄두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너무 나 자신에게만 엄격했던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증상이 사라지거나 마음이 단번에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마음을
조금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은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지금의 나에게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조금 느려도,조금 흔들려도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해준다.

갱년기라는 단어 앞에서 괜히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분들, 몸과 마음의 변화를 혼자서만 견디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아도 좋겠다.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정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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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대의 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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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무슨 내용일지 잘 감이 오지 않았어요.

제목부터가 조금 낯설었거든요.
‘나는 그대의 책이다’라니, 보통은 내가 책을 읽는 건데 책이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궁금해졌어요.

책을 펼치고 몇 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됐어요. 등장인물도 없고,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아요.

대신 책이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요. 천천히 하라고, 편하게 읽으라고, 굳이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요.

그래서 저도 괜히 집중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이 책은 공기, 흙, 불, 물 이렇게 네 가지 세계를 지나가게 합니다.그걸 ‘여행’이라고 부르는데,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여행은 아니에요.

짐을 챙길 필요도 없고,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어요. 그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미 여행이 시작되어 있어요.

공기의 세계를 읽을 때는 괜히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잠깐 내려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흙의 세계로 넘어가면 조금 차분해집니다.
어디 멀리 가고 싶다기보다 그냥 지금 있는 자리에 잠시 머물러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불의 세계에서는 조금 불편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어요. 애써 외면했던 감정이나
괜히 마음속에 쌓아둔 생각들이 슬쩍 고개를 들더라고요.

그리고 물의 세계에 이르면 모든 게 흘러가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금 이 상태 그대로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솔직히 말하면 각 세계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설명하라고 하면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는 책 같았습니다.

이 책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아요.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게 정답이다”
이런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습니다.

대신 계속 묻습니다.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어디쯤 와 있는지, 잠깐 쉬어도 괜찮지 않은지.

그래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생각하게 돼요. 요즘 내가 너무 바쁘게만 살고 있었나, 괜히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나,
그런 생각들이요.

저는 이 책을
한 번에 끝까지 읽지 않았어요.
몇 장 읽고 덮고, 커피 마시다 다시 펼쳐보고, 그렇게 천천히 읽게 되더라고요.

빨리 읽으려고 하면 이 책은 자꾸
“천천히 가도 괜찮아” 이렇게 말리는 느낌이었어요.

다 읽고 나서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건 아닙니다. 인생이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어요.
머릿속이 말끔해졌다기보다는 잠깐 숨을 고른 느낌이 남았습니다.

이 책은 위로해 주는 책이라기보다 조용히 옆에 앉아 있는 책 같아요. 말은 많지 않지만 혼자 두지는 않는 책요.

그래서 언젠가 마음이 조금 복잡해질 때,
아무 생각 없이 다시 펼쳐보고 싶어질 것 같아요.

『나는 그대의 책이다』는 열심히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넘기며 나 자신을 잠깐 바라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읽었다기보다 조용히 나의 내부로 잠시 다녀온 느낌이 남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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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지현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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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이 모여 있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피츠제럴드라는 이름은 익숙했지만, 단편집이라는 점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책이었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고 나니, 이 책은 생각보다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에는 모두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야기들은 서로 이어지지 않지만, 읽다 보니 묘하게 비슷한 감정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각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어긋나는 모습들이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전 세 시간」은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 마음의 균열이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단지 몇 시간 동안의 만남일 뿐인데, 그 짧은 시간 안에서 말하지 못한 감정과 지나간 마음들이 조용히 드러난다. 큰 사건은 없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꼭 결과가 있어야 남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 꿈」은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다.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손에 닿을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젊음의 한가운데에서 바라본 사랑이 얼마나 눈부시면서도 허무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여운이 남았다.

「분별 있는 일」은 제목처럼 이성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었던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랑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했던 그 ‘분별’이 정말 옳았는지, 아니면 너무 늦게 후회하게 되는 선택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읽으면서 ‘그때는 몰랐지’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설정이 독특하지만, 결국 이 이야기 역시 사랑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삶 속에서, 사랑은 얼마나 불완전하고 덧없는 감정인지 보여준다. 특별한 이야기인데도, 감정만큼은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버니스, 단발로 자르다」는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결국 경쟁과 비교 속에서 상처받는 소녀의 이야기다. 사랑과 질투,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뒤섞여 있어서 읽는 동안 불편하면서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얼음 궁전」은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찾으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도시와 시골,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의 온도 차이가 사랑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해하려고 해도 끝내 다 이해할 수 없는 마음들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컷글라스 그릇」은 완벽함을 향한 욕망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겉으로는 아름답고 단단해 보이지만, 작은 균열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사랑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피츠제럴드가 말하는 사랑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랑은 늘 부족하고, 엇갈리고, 때로는 너무 늦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설레기보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화려한 문장보다는 담담한 문장들이 마음에 남았다. 작가가 모든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서, 오히려 읽는 사람이 자기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감정으로 남을 것 같다.

한 번에 다 읽기보다는, 하루에 한 편씩 읽는 게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조용한 시간에 읽으면 좋겠다. 사랑을 막 시작한 사람보다는, 사랑을 한 번쯤 지나온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강렬한 책은 아닐지 몰라도, 읽고 나서 마음속에 조용한 흔적을 남기는 책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보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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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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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 드 모파상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총 14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단편집이라 처음에는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막상 읽다 보니 한 편, 한 편이 생각보다 마음에 오래 남아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졌다. 넘기기보다는 잠시 멈춰서 문장을 다시 읽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모파상의 이야기들은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흔히 기대하는 달콤한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설렘보다는 사랑 안에 함께 들어 있는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어긋나는 마음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마음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첫눈〉이나 〈봄에〉, 〈달빛〉 같은 이야기를 읽을 때는 계절의 분위기가 먼저 떠올랐다. 첫눈이 내리는 순간의 설렘, 봄이 오면 괜히 기대하게 되는 마음, 달빛 아래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 이 이야기들 속의 사랑은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는 감정보다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가깝다. 그래서 더 예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고백〉, 〈미친 여자〉,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을 읽을 때는 마음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 누군가의 고백이 항상 따뜻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말해버린 마음과 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서 생기는 균열들이 조용히 드러난다. 큰 사건은 없지만, 읽고 나면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았다.

〈목걸이〉와 〈보석〉은 읽으며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허영과 체면, 그리고 남들의 시선이 사람을 얼마나 쉽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사랑이나 행복보다 사회적인 평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오래전에 쓰인 이야기인데도 지금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더 인상 깊었다.

이 책에 나오는 반전들은 깜짝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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