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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
박젬마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1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이미 갱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몸이 예전 같지 않았고, 이유 없이 지치고,
괜히 마음이 가라앉는 날들이 잦아졌지만
그것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지 못한 채
그저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지내고 있었다.
『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제목은
그런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는 말,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말이 요즘의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큰 기대 없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펼치게 되었다.
나 또한 갱년기를 겪고 있는 시기이고,
책 속 작가가 말하는 생각들과 이미 비슷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터라 이 책은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작가의 문장 하나하나가 내 속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져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과정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막상 그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당사자가 되면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괜히 유난스럽게 보일까, 괜히 약해 보일까 하는 마음에 혼자서만 끌어안고 견디게 되는 시간들이 늘어난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정확히 짚어낸다.
갱년기를 극복해야 할 대상이나 참아내야 할 고비로만 그리지 않고,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는 하나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설명받는 느낌보다는 누군가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숨기지 않는다.
몸의 변화, 감정의 흔들림,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혼란을 담담한 언어로 풀어낸다. 그 솔직함 덕분에
독자인 나도 마음의 경계를 조금씩 풀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제는 나를 조금 앞자리에 두어도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동안 가족을 챙기고,
주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나 자신은 늘 뒤로 미뤄두는 것이 익숙해져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너무 나 자신에게만 엄격했던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증상이 사라지거나 마음이 단번에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를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나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마음을
조금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괜찮아, 나를 위한 시간』은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지금의 나에게괜찮다고 말해주는 책이다. 조금 느려도,조금 흔들려도 그 자체로 괜찮다고 말해준다.
갱년기라는 단어 앞에서 괜히 마음이 움츠러들었던 분들, 몸과 마음의 변화를 혼자서만 견디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아도 좋겠다.
책을 읽는 그 시간만큼은
정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