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얼리의 나라
남킹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11월
평점 :
《주얼리의 나라》를 읽으면서 처음 느낀 감정은 ‘참 묘한 이야기다’라는 생각이었다. 표지 속 붉은 보석처럼 반짝거리지만, 그 안에 감춰진 어둠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독자로서 마음이 흔들렸다. 주얼리는 이책속의 여인 안나의 또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라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다루는 줄 알갰지만 실상은 권력과 욕망, 거짓과 위선이 뒤엉킨 인간의 민낯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여러 생각이 이어졌다.
이 책의 중심에는 윤산군과 그의 아내 안나라는 인물이 있다. 그들은 겉으로는 예술을 사랑하고 품격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속을 열어보면 누구보다도 강한 욕망을 품고 있다. 그 욕망은 시작해 결국 사람과 권력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한 나라를 뒤흔드는 선택들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의 모습은 과장된 악인은 아니지만, 현실 속에서 충분히 존재할 것 같은 권력자들의 그림자를 닮았다. 그 점이 이 소설을 더 현실감 있게 만든다.
읽다 보면 이 부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그리고 그 기만이 어떻게 그들 스스로를 집어삼키는지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안나는 예술의 뮤즈라 불리며 외면적으로는 품위와 감성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권력을 움켜쥐고 주변을 조종하려는 욕망이 살아 움직인다. 윤산군 또한 안나의 야망과 맞닿아 더 큰 힘을 탐하면서 점점 어두운 선택을 반복한다.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감탄과 분노가 번갈아 찾아왔다.
특히 재미있었던 건, 이 소설이 단순히 누군가의 악행과 몰락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행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독자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나는 욕심에서 자유로운가?’, ‘사람이 욕망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소설 속 인물들은 극단적이지만, 그 욕망의 씨앗은 우리 주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야기의 전개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책 속 시대적 배경 또한 인물들의 욕망과 잘 맞물려 있다. 특정 시대를 지목하지는 않지만,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현실의 여러 모습이 떠오른다. ‘가면을 쓴 권력’, ‘위선으로 포장한 예술’, ‘주변을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려는 사람들’…. 이런 요소들이 지금의 시대에 일어난 일과 묘하게 (?!) 겹쳐지며 더 큰 공감을 준다. 그래서 윤산군과 안나가 결국 맞이하게 되는 결말 역시 단순한 소설적 장치가 아니라, 욕망의 끝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결말 부분에서는 후련함과 씁쓸함이 동시에 찾아왔다. 두 사람의 끝은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이 욕망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이 책이 단순히 ‘권력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였다는 사실이 더 크게 와닿았다.
《주얼리의 나라》는 화려한 제목과 달리, 보석보다 더 날카롭고 깊은 인간의 욕망을 다룬 소설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현실에서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그들이 겪는 갈등 또한 독자로 하여금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읽고 나면 화려함 뒤에 숨은 그림자,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에게 씌우는 가면을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다. 과연 지금 현실에서도 소설속 결말처럼 그리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