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유령들
M. L. 리오 지음, 신혜연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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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무섭다기보다는,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달까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는데 그래도 이상하게 손에서 놓이지는 않더라고요.

이야기의 배경은 셰익스피어 연극을 공부하는 엘리트 연극학교의 학생들이에요.
매번 무대에 올라 비극을 연기하고,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누군가는 악역을 맡죠. 그런데 그 역할들이 무대 위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예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사소한 감정도 더 크게 느껴지고,
질투나 비교 같은 마음이 쉽게 숨길 수 없는 상태가 돼요. 그러다 결국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이야기는 그 이후를 조용히 따라갑니다.

이 책은 누가 범인인지 빠르게 알려주지 않아요. 대신 왜 아무도 솔직해지지 못했는지를 보여줘요.

읽다 보면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모른 척하지 않았을까 하고요.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과장돼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낯설지는 않았어요.비교하고, 뒤처졌다고 느끼고, 그래도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못하는 마음들이 우리 일상과 꽤 닮아 있었거든요.

읽고 나서 한동안 책 내용을 곱씹게 됐어요.
우리는 얼마나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 나도 상황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착한 사람, 이해심 많은 사람이라는 얼굴 뒤에 외면하고 있는 감정은 없었는지도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 책은 시원한 결말을 주지는 않아요.
그래서 더 오래 남았어요.
읽고 나면 마음 한쪽이 조금 묵직해지는데,
그 여운이 싫지 않았어요.

조용히, 천천히 읽기에 좋은 책이에요.
그리고 다 읽고 나서 혼자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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