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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김치 레시피 - 한국의 맛, 김치의 모든 것
배명자 지음 / 상상출판 / 2025년 12월
평점 :
『사계절 김치 레시피』를 처음 펼쳤을 때는
김치 책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 하는 마음이 조금 있었어요.
김치는 늘 집에 있었고, 너무 익숙해서
굳이 책으로 다시 배워야 할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책을 천천히 넘기다 보니
이 책은 김치를 잘 담그는 방법을 알려준다기보다
김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바꿔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재료가 달라지고
손이 가는 방식도 달라지고
기다리는 시간도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아주 조용한 말투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괜히 차분해졌어요.
어려운 설명이나 전문적인 표현은 거의 없고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에요.
“이 계절엔 이런 김치가 어울려요.”
“이때는 조금 기다려 주세요.”
그런 말들을 들으며
김치는 기술보다도 계절과 마음을 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도 과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번듯하게 차려진 상차림보다는
막 담가 놓은 김치, 익어가는 김치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담겨 있어서
괜히 더 믿음이 갔고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김치를 담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 계절이 또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
그런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김치를 통해 사계절을 다시 느끼게 되는 기분이랄까요.
요즘은 뭐든 빨리 배우고, 빨리 따라 하고,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지는데
이 책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김치도, 계절도, 생활도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요.
김치를 잘 담그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겠지만
저처럼 그냥 김치를 좋아하고
계절의 흐름을 느끼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조용히 곁에 두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에 다 읽기보다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꺼내 보고
“아, 이제 이런 김치를 담글 때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
그래서 이 책은
요리책이라기보다
사계절을 담아둔 기록 노트 같아요.
천천히,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