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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 함정임의 유럽 묘지 기행
함정임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색다른 소재, 특히 저자가 유럽의 묘지를 기행하면서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20살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그 여행을 조금씩 실천해서 들려주는 그의 묘지로부터의 초대랄까. 책을 읽는 나와 저자가 함께 떠나는 묘지여행은 섬뜩하기 보다는 편안하면서도 따스한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산에 봉분을 만들어 공동묘지 형식으로 있어서 오싹하기도 한데 특히 밤에는 다니면 안되는 , 그리고 갈 생각을 못하는 그런 곳이라 다들 입버릇처럼 얘기한다. 요즘은 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 설화나, 무서운 이야기속에서는 늘상 공동묘지가 빠짐없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듯 우리는 묘지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묘지를 아름답게 꾸미거나 사람들이 왕래하기 편하게 꾸며져 있기도 하고 저자의 책속에도 있지만 관광지와 흡사하다. 그리고 공원에 있어서 누구나 들여다 볼수 있고 애도하고 함께 즐길수 있는 공간이다. 저자가 다닌 묘지들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묘지가 있어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기도 하고 애도 하기도 한다. 소설가, 철학자, 사상가,음악가, 영화감독, 배우, 등 다채로운 유명한 인물들이 묘지에 잠자고 있다. 저자는 그들의 묘지를 찾아서 여행하면서 우리를 이끌고 있다.
총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는 프랑스의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는 예술가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르트르와 보봐르의 합장묘부터 시작해서 수전손택,38살연하의 연인과 함께 묻힌 마르그리트 뒤라스도 이 묘지에 있다. 2부는 프랑스 위인이 묻혀 있는 팡테옹국립묘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프랑스의 국민영웅, 200만명의 군중이 모인가운데 개선문에서 장례를 치른 빅토리위고가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가 얼마나 프랑스에서 유명한 이 인지 이 글을 통해서 새삼 느끼기도 했다. 3부는 몽마르트 묘지에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예술가들, 보들레르, 스탕달등 유명한 예술가들이 이 묘지에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4부는 페르 라셰즈 묘지, 이곳에는 발자크와 마르셀 프루스트, 도어스이 짐모리슨등이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5부는 오베르쉬즈우아즈에서 세트까지 편에서는 빈센트반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가 나란히 묻혀 있는 묘지를 찾아 떠나고 마르크샤갈의 생폴드방스, 알베르카퀴의 루르마랭등과 그리고 저자가 처음으로 찾아가기를 원했던 폴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를 찾아간다.
6부는 아일랜드슬레이고에서 그리스의 크레타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예이츠가 잠들어 있는 슬라이고, 그리고 이니스프리의 호수, 세익스피어 고향, 베로나의 줄리엣의 묘,체호프와 그의 아내가 잠들어 있는 수도원의 묘,톨스토이와 토마슴만의 묘를 찾아 떠난 여정이다. 7부는 베를린에서 빈까지의 여정을 소개해주고 있다.
저자가 인도해주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잠들어 있는 그곳을 찾아떠나는 그 여행은 나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자의 책을 읽을수 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저자가 20살에 계획했던 여행들을 32년동안을 해온 여행기라고 한다. 그 오랜 여행기를 이 한권으로 압축할수는 없겠지만, 저자와 함께 하는 묘지로의 기행은 잊을수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