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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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리그 진출이라는 오랜 꿈의 완성을 눈앞에 둔 '준석' 은 경기를 승리로 이끈후 새벽에 강남대로 사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통 사고, 그날의 사고로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준석'이 깨었났을때 '최경'은 준석의 머리를 찍은 MRI를 보여주며, 사진속에 보이는 거머리와 같은 물체에 의해 그 동안의 삶이 누군가의 조종에 의한 것 이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경'은 파우스트와 파우스터의 믿지 못할 얘기를 들려주며, 그 증거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과 '준석'의 여자친구였던 '지수'의 죽음도 그것과 연관되어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지하경제의 괴물이라 불리우는 사계업계의 대모인 남선은, 친구인 동광의 추천으로 메피스토 코리아 지부에 방문하여, 지부장인 케빈의 도움으로 프라이빗 회춘의 방법인 파우스트가 되기 위해 파우스티안 컨트랙트(FAUSTIAN CONTRACT)를 작성한다. 그녀가 고른 파우스터는 미술학도이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인 '차은민'이다. 남선은 자신이 못가진 딱 두가지, 일에 매몰되어 잃어버린 청춘과 여자로서의 삶을 차은민을 통해서 살아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파우스터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것을 머리속에 있는 피뢰침으로 자신의 파우스트에게 전달한다. 파우스트는 자신과 연결된 파우스터를 통하여 새로운 삶을 영유할 수 있다.

 

파우스트가 되시면 파우스트와 본인이 고른 파우스터 중 누구 하나가 죽을때까지 무기한 계약이 지속됩니다. 단 파우스트가 파우스터에게 최초 설정한 목표 값을 달성하면 졸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졸업을 하게 되면 그에 따른 배팅 값을 받게 될 것이고, 새로운 파우스터를 설정하거나 기존 파우스터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습니다.

'준석'은 자신의 파우스트가 누군인지 알기 위해서 '최경'에게 협조한다. '최경'으로 부터 들은 믿지 못할 진실과 '경의 아버지 최회장'이 남신 파우스트에 관한 책. 결국 최경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준석이지만, 자신의 삶이 진짜인지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파우스터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 준석 그리고 준석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찾으려 하는 은민.

<파우스터>는 두꺼운 책임에도 몰입감이 좋아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전. 아니 반전이라기 보다는 책을 읽는 내내 한번쯤은 의심했을 그런 내용의 실체가 다가온다. 하지만 그 사실을 예상했더라도 분명 충격적이다.

<파우스터>는 어찌보면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소설이다.

그동안 자신의 결정이라고 믿었던 그 모든 선택 그리고 온전히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 성취했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였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더불어 자신이 10여년 동안 꿈꿔왔던 목표의 완성이 코앞인데, 그 꿈 조차도 나 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하다면......

 

내 방식으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지금 진짜로 살아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게 뭔지 아십니까? 자신이 노예란 사실을 아는 겁니다.

 

책을 읽는 동안 준석과 은민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고 그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나는? 이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파우스터>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성공의 길을 갈 수 있는 방법과 온전히 자아에 의한 삶, 두가지를 고민하게 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어느쪽을 선택해야 하는것일까? 아니... 나는 지금 온전한 나인가... 파우스터 인가..........

<파우스터>에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인용한 부분이 나온다.

이 책을 좀더 깊이 이해하려면 <파우스트>를 읽어보는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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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13
에디스 해밀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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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신화와 성경은 꼭 읽어봐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신화가 아닌 내용의 책이나 영화 에서도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지명이나 인명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스 신화가 서양에 내린 뿌리는 깊고 넓다. 우리나라도 몇년 전 부터 초등부터 성인에 이르기 까지 그 관심이 높아져 다양한 책 들이 출간되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책을 읽어야 하는가는 또 다른 고민이다.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장 특징은 서론과 각장의 설명에 있다.

그리스 신화의 중요성에 대해, 신화로써의 가치에 대한 글은 그동안 다른 책에서 보지 못했던 내용들이고, 어느 시인에게서 인용했는지, 그 시인들의 장단점을 명시한 것은 좀더 이 책에 대한 가치를 높히고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들인다. 하지만 본문에 어떤 부분인지 명시가 안되어 있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신화에 대한 해설서가 아닌점을 감안하더라도...)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야기의 구성이 다르다.

물론 주요 신화에 대한 설명은 비슷할 수 있지만 엮어 설명하는 부분이 다르며, 작가의 의견이 기술되어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가 알 수 있고, 관심도를 향상 시킨다. 그리고 신화의 흥미 위주의 줄거리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많이들 알고 있을 법한 줄거리는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그 의미와 연관성에 좀 더 치중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를 정말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아주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에 대한 줄거리를 부분 부분이나마 들어봤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오랫동안 수많은 시인들에 의해서 들려진 이야기이다 보니, 신들에 대한 평가가 사람마다 시대마다 차이가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두권만을 보아도 <일리아스>에서의 신은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고귀하고 절대적인 부분과 그렇지 못함이 공존한다. 하지만 <오뒷세이아>에서는 신들은 대부분 선의 편이며, 정의롭게 행동한다. 당시의 권력과 시대의 문제를 반영한 시인들이 생각을 표현하다보니 이렇게 이야기가 변질되었으리라 여겨진다.

물론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신들의 다양한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분명한것은 <에디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존재감이다.

그동안의 그리스 로마 신화 책들과 다가옴이 다르고 내용의 차이가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른 책으로 접한 독자에게도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아울러 많은 명화들과 일러스트는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제5부 신화에 등장하는 위대한 가문들과

제6부 기타 신화들은 알고 있는 지식을 좀더 정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리스인은 자신들의 모습을 본따 신을 만들었다.

분명 인류의 역사를 그리스 신화 이전과 이후를 분명히 나눌 수 있는 문장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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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로 양복점
가와세 나나오 지음, 이소담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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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부로 양복점>은 일본풍이 강한 소설이다.

이 책의 주요 아이템이 코르셋이긴 하지만, 기모노와 융합된다는 점과 일본 문화를 상당히 많이 보여준다는 점 등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본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으로 <아사부로 양복점>을 보거나 피하지는 말자. 이 책은 내용은 의복과 문화에 관한 것이고 그리고 융합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쓰다는 열등감이 많은 고등학생이다. 그의 열등감을 부축이는 것은 어중간한 시골에서 태어나 에로 만화가 엄마를 두었다는것, 그리고 ' 아쿠아 마린' 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름을 갖었다는 것, 작은 체구, 마른 몸, 안쓰러울 정도로 하얀 피부까지 우스워 보이는 요소란 요소는 전부 갖췄다는 것이였다. 그렇지만 '아쿠아 마린 쓰다'는 불량스럽거나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였다. 그냥 그저 그런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였다.

 

 

 

 

어느날 '아쿠아'는 상점들이 문을 닫아 퇴색하고, 지역 상점 추진회가 무슨 짓을 해도 수명을 다한 '셔터거리'를 지나 등교 하던중 '이사부로 양복점'의 쇼윈도우에서 18세기 상류계급이 쓰던 것을 완벽하게 재현한 코르셋, '코르 발레네'를 보게 된다. 비록 여성의 성 상품화와 등교길에 학생들이 쳐다 본다는 이유로 지역 상공회, 부인회 등의 반대가 심하지만 양복점의 주인 '스즈무라 이사부로' 할아버지와 의기투합하여 '코르셋 혁명'을 일으키기로 한다.

 

'아쿠아'는 에로 만화가인 엄마의 만화 배경이나 톤등을 붙히는 일을 도와주다가 알게된 18세기 유럽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지식이 충만해 있었다.하지만 '이사부로'씨의 이런 혁명의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 사회라는 체제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혁명의 도구로 코르셋을 선택했다고 얼버무린채....... 코르셋 혁명의 완성을 위해 '이사부로'는 코르셋에 집중하고, '아쿠아'가 양복점의 인테리어를 바꾸기로 한다.

 

남의눈치를 보지마, 남과 비교하지 마. 의견을 억누르지 마.

네 인생을 너이외의 누구에게도 맡기지 마

 

'아쿠아'가 선택한 컨셉의 테마는 '에버렛 자포니즘'.

단순하게 겉으로 드러나는 화양절충이 아니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만들어 기모노와 코르셋을 조합한 필연성이나, 그걸 입은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이사부로 양복점'에서 일본의 평행 세계를 만들거라는 희망을 담았다.

이제 코르셋은 단순히 속옷의 개념에서 진정한 혁명의 도구로 진화한다.

이를 홍보하고, 지원하기 위한 응원군도 만만치 않게 등장한다.

'이사부로'와 '아쿠와', 둘에게는 없는 새로운 관점을 지닌 초등학교 같은반이였던 미키 아스카, 조용히 '이사부로'를 응원하고 모델을 자처하는 오사와, 스즈코, 가토 할머니, 양복점 홈페이지 및 사진등을 촬영하는 오사와 할아버지와 하야토, 이들은 '코르셋 혁명'의 지원자이자 혁명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의 성 상품화를 위한 과거의 유물로 코르셋을 규정한 상공회의 회장 소마나 마나베여사는 '이사부로' 씨 뿐만 아니라 '아쿠아' 까지도 공격을 하기 시작한다.

과연 '이사부로'와 '아쿠아' 그리고 그들의 혁명군은 반대론자의 방해를 물리치고, 무사히 코르셋 혁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내 손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간 상품은 몸에 걸치는 사람 때문에 모습이 점점 변한다고, 이쪽이 의도하든 말든 알아서 발전하는 법이야.

 

코르셋을 주제로 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발전 시켰다. 단순히 흥미위주의 이야기도 아니고, 코르셋을 통해 평행 세계를 연결시키고 이에 맞는 세계관을 역설한다. 더불어 읽으면서 따듯하게 다가온것은 '하나의 목표를 위한 세대간의 의기투합'이였다. 그들은 나이를 넘어, 서로의 의견을 중시하고, 서로를 돕고,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한다. 어쩌면 상공회 회장과 마나베 여사의 반대를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는 점도 독자에게는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해피엔딩을 위한 '모든것의 마무리를 좋게 좋게'가 아닌 의견이 다른 부류가 있음을 강하게 나타내주어, 융합뒤에는 다른 의견이 존재함을 기억하게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코르셋 혁명.

상점가를 부흥 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를.

그리고 '이사부로' 할아버지의 공무원에 대한 사이다 같은 일침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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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프랑스
경선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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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France

프랑스에서의 유학 생활, 예술계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꿈꿔 봤을 프랑스 유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 이다.

하지만 저자는 <데일리 프랑스>에서

"프랑스의 멋진 거리를 걸으며, 노천카페에서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는 그런 상큼한 데일리 프랑스를 상상한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건 나의 이야기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며, 그건 나의 프랑스가 아니다"

라고 밝히며 우리가 상상 했던 것과는 다른 일상을 소개한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지만 형편상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었던 '경선'은 예술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사립 학교 학생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학생 기숙사라고는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살 수 있었던 그런 곳이었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온기가 없는 방에서의 생활,

여기가 어딘지 모를 낯선 기운. 인종 차별은 일상이고 캣콜링 (길에서 예쁘다고 하는것)도 다반사다.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아시아 인종, 특히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쌓여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죄가 아닌듯 행동을 하는 그들 속에서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경선'은 활발한 성격이 아니다. 조금은 우울한 그런 성격의 소유자 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데일리 프랑스>의 분위기도 약간은 살짝 쳐진 듯한 느낌이다. 유럽의 화려한 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저분한 뒷골목도 아니지만, 약간은 응달진 그런 곳, 그 곳에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그 당시 우리 반에서 언니와 내가 거의 모든 과목의 1,2등을 다투고 있는데도,

우린 여유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그걸 당연하게 여기기도 했다.

게다가 우린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이 '어른스러운' 일인 것 같았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 누군가를 초대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은 여유에서 나온다.

 

유학생활 도중 알게된 같은 반의 외국 친구들과도 그리 편하게 지내지 못한 '경선'. 그녀도 얘기했듯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없는 돈에 떠난 유학생활이기에,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들이 더욱 여유와 거리를 두게 한 것 이였을 것이다.

<데일리 프랑스>

처음엔 그림이 어색했지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상상했던 그런 유럽이 아니라 '경선'의 일상이기에 더욱 값지게 다가오며, 자연스럽게 '경선'에게 동화되어 스스로를 다독거리고 응원하게 된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싶은 '경선', 행복하고 싶은 '경선'. 그녀의 바램대로 이루어지길 바래본다.

그리고 프랑스로 유학을 갈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는것이 좋을 듯하다. 분명 이 책은 도움이 될것이다.

작가는 이제 2권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1권의 일상과 이어질 2권의 내용도 기대된다.

 

1년만에 돌아온 내 방은 너무 낯설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엄마한테 너무 힘들다고 얘기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한 번도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작은 기숙사 방이 진짜 집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가고 싶었다. 웃을 필요 없고,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는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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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토마토
캐롯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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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토마토>. 우스개 소리로 '삶은 달걀'이 생각나는 제목이다.

레진코믹스에서 ‘시를 닮은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연재된 70편의 에피소드 중 14편을 엄선한 캐롯의 옴니버스 웹툰 『삶은 토마토』.

엄선된 내용이라서 그런지 14편이 모두 가슴에 아로 새겨진다.

그 중 제일 가슴에 남는건 '메로나' 라는 에피소드이다.

'샤워 하다가 문득, 내가 놓쳐버린 기회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곤 한단다.'

놓쳐버린 기회. 인생을 어느 정도 살다보면 나이가 들었다는 핑게로, 현실에 안주를 한다. (보통 대게의 삶이 그러하겠지만..) 그럴때면 문득 문득 나에게 다가왔던 기회들이, 잡지 못한 기회들이 아쉬움과 함께 가슴을 파고 들것이다. 이 에피소드에 나온 기회에 대한 이야기는 이상하게 가슴이 남는다. 미포선라이즈의 이야기도 모파상의 단편에 관한 이야기도...... 아마도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집은 전화번호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놓쳐버린 기회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놓쳐버린 것 만큼 내가 잡은 것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을 모두 아쉬워 한다면 내 인생의 존재감을 스스로 깍아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이 크지 않다.

 

 

 

그래여, 뭐. 기회라고 해서 꼭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게 뭐 잘못인가요.

무기력 해도 괜찮아요. 그대로도 좋다면, 종일 방 안에서 기회가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되는 거죠.

뭐, 기회를 놓친 사람에게 남들이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한심하다고 하는 것은 우스워요.

잡아야할 기회는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는것들뿐, 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해지지 않을 기회라면 아무리 근사해보여도 놓아버리는 것이 맞죠.

하지만, 하지만 전자의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면, 문을 열고 기회의 얼굴을 살핀 다음,

헤어지거나 차이더라도 몇 번 더 만나보는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뿐이예요.

 

그래도 내가 선택했던, 이번이 아니라면 정말 후회할 것 같은 기회들의 연속성이 내 주위에 있기에 기분 좋은 순간들이 많음을 감사한다.

'사브레' 는 오롯이 나의 어린시절을 기억나게 했다. 아니 에피소드가 아니라 '사브레'라는 쿠키가....

내가 어릴적 '사브레'는 아주 고급 과자 였다. 어머니의 부엌 찬장속에 숨겨져 있던 과자. 손님이 방문 하실때나 기분이 아주 좋은 그런 때가 아니면 구경 조차 할 수 없었던 귀한 과자 였다.

내 기억속의 '사브레'는 바삭함 보다는 부드러운 눅눅함이다. 입안에 넣으면 씹는 것이 아니라 녹여 먹는 그런 맛.

부스러기 마저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집어 먹던 그 맛. 나에게 쿠키는 아직도 그 맛이 남아 있다.

 

 

인생에 쫄깃한 문어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밀가루 뿐인걸 인정하기가 어려웠지.

그래도 맥주가 있으니까

 

추억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삶은 토마토>

힘든 일 이후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술 한잔이.

내 삶의 목적이자 힘이 되는 나의 가족들이.

감사해지고, 나 혼자 걸어온 삶이 아니라는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혼자 있었던 좀 더 활력차고, 좀 더 기회가 많았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도 해주어 좋았다.

아..

난 샤워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은.......

창피했던 순간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생각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몇가지가 늘 머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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