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토마토
캐롯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삶은 토마토>. 우스개 소리로 '삶은 달걀'이 생각나는 제목이다.

레진코믹스에서 ‘시를 닮은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연재된 70편의 에피소드 중 14편을 엄선한 캐롯의 옴니버스 웹툰 『삶은 토마토』.

엄선된 내용이라서 그런지 14편이 모두 가슴에 아로 새겨진다.

그 중 제일 가슴에 남는건 '메로나' 라는 에피소드이다.

'샤워 하다가 문득, 내가 놓쳐버린 기회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곤 한단다.'

놓쳐버린 기회. 인생을 어느 정도 살다보면 나이가 들었다는 핑게로, 현실에 안주를 한다. (보통 대게의 삶이 그러하겠지만..) 그럴때면 문득 문득 나에게 다가왔던 기회들이, 잡지 못한 기회들이 아쉬움과 함께 가슴을 파고 들것이다. 이 에피소드에 나온 기회에 대한 이야기는 이상하게 가슴이 남는다. 미포선라이즈의 이야기도 모파상의 단편에 관한 이야기도...... 아마도 그녀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집은 전화번호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놓쳐버린 기회가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놓쳐버린 것 만큼 내가 잡은 것들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고, 그런 것들을 모두 아쉬워 한다면 내 인생의 존재감을 스스로 깍아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이 크지 않다.

 

 

 

그래여, 뭐. 기회라고 해서 꼭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게 뭐 잘못인가요.

무기력 해도 괜찮아요. 그대로도 좋다면, 종일 방 안에서 기회가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되는 거죠.

뭐, 기회를 놓친 사람에게 남들이 아까운 기회를 놓쳤다, 한심하다고 하는 것은 우스워요.

잡아야할 기회는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는것들뿐, 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해지지 않을 기회라면 아무리 근사해보여도 놓아버리는 것이 맞죠.

하지만, 하지만 전자의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면, 문을 열고 기회의 얼굴을 살핀 다음,

헤어지거나 차이더라도 몇 번 더 만나보는것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뿐이예요.

 

그래도 내가 선택했던, 이번이 아니라면 정말 후회할 것 같은 기회들의 연속성이 내 주위에 있기에 기분 좋은 순간들이 많음을 감사한다.

'사브레' 는 오롯이 나의 어린시절을 기억나게 했다. 아니 에피소드가 아니라 '사브레'라는 쿠키가....

내가 어릴적 '사브레'는 아주 고급 과자 였다. 어머니의 부엌 찬장속에 숨겨져 있던 과자. 손님이 방문 하실때나 기분이 아주 좋은 그런 때가 아니면 구경 조차 할 수 없었던 귀한 과자 였다.

내 기억속의 '사브레'는 바삭함 보다는 부드러운 눅눅함이다. 입안에 넣으면 씹는 것이 아니라 녹여 먹는 그런 맛.

부스러기 마저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집어 먹던 그 맛. 나에게 쿠키는 아직도 그 맛이 남아 있다.

 

 

인생에 쫄깃한 문어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밀가루 뿐인걸 인정하기가 어려웠지.

그래도 맥주가 있으니까

 

추억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삶은 토마토>

힘든 일 이후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술 한잔이.

내 삶의 목적이자 힘이 되는 나의 가족들이.

감사해지고, 나 혼자 걸어온 삶이 아니라는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혼자 있었던 좀 더 활력차고, 좀 더 기회가 많았던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도 해주어 좋았다.

아..

난 샤워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은.......

창피했던 순간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생각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몇가지가 늘 머리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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