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후회병동

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대게의 경우 후회를 동반한다.

자신이 만족하는 완벽한 선택이란 없기에,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길이 어땠을까를

동경하기 때문일 것이다. 왠지 그쪽이 나에게 더 맞을 것 같고, 더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

<후회병동>은 그런 인생의 선택에 대해, 선택의 다른 쪽을 보여 주고 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대인 관계에 서투른 의사 '루미코'는 어느날 뭔가에 홀린듯 병원 화단에서 청진기를 줍게 되고, 이 청진기의 신비한 힘으로 말기 암 환자들의 생각을 듣고, 보게 되며, 그들이 후회하는 그 순간의 과거로 안내해 다시금 경험하게 도와준다.

물론 죽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현실 세계보다 압축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문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어 환자들이 자신의 후회하는, 또 다른 선택을 하고 그것이 가져오는 삶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럼으로써 환자들의 마음의 평안을 돕게 된다.

<후회병동>은 4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dream, Family, marriage, friend, 그리고 에필로그 의사 루미코의 삶.

꿈, 가족, 결혼, 그리고 친구.... 인생을 살면서 가장 선택에 대한 후회를 많이 하는

부분들을 정확히 집어내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고통을 토로하고 당신이 옳았다. 당신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당신은 훌륭하다. 좋은 인생이었지 않은가, 라고 격려를 받는다. 평온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으려면 결국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후회를 가져오는 선택을 한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되돌릴 수 없는 그것을 '운명' 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받아 들인다. 하지만 죽음을 눈 앞에 둔 손간이라면 어떨까?

운명을 한탄하며 후회를 하게 될 것인지, 자신의 선택에 대한 감사를 하며 마지막을 보내게 될것인지. 보통은 전자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후회 속에 바꿀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사죄하고, 용서하며, 정리를 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죽음이 가져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후회병동>에 나오는 환자들의 내면도 처음엔 그러했으리라.

<후회병동>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무게감이 전해진다.

5명의 말기 암환자를 통해, 인생의 선택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고,

자신의 인생이 결코 자신의 혼자만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도 한다.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이해와 용서,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전달의 중요성 도 함께 일러준다.

마지막으로

'루미코'와 '마슈코' 그녀들의 앞길과 '야에가시 고지'의 복수를 응원한다.

[음식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너무나도 많은 책이다.

(아... 물론 요리에 자신 있는 사람들, 한번 보고 따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과감히 빼자.. 그들은 작가에게 인간이 아닌 존재들로 느껴질 수 있기에)

레시피를 따라 해도 (따라할 수 만 있어도 성공이지만)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드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에게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시원한 사이다 같은 책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렇다.

우리가 어렸을때도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이것이 요리를 못하는 아주 큰 핑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남자도 당연하게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유명한 남자 세프들이 방송에 나와 맛있고 너무나도 먹음직 스럽게 보이는 요리를

뚝딱뚝닥 만드는 세상이다.

더불어 인터넷에 공개된 레시피로 인하여 요리를 못하는 남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것은 레시피를 따라했다가 성공 혹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도

많아서 경험의 축적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레시피에서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적당히, 적당량 이라는 용어와

몇분동안 이라고 정확한 시간을 기재해 놓는것들이다.

적당이라는 표현에서 느끼는 것은 대부분 동감할 것이고, 정확한 시간의 기술은

오히려 요리 초보에게는 기다림의 두려움을 준다.

(너무 탈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설 익을것 같기도 하며, 압력 솥과 같은 조리 기구들은

그 시간동안 폭발할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또하나 우리집 냉장고에 존재하지 않는 요리 재료가 나올때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왠지 그 재료가 없으면 맛이 제대로 살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번의 요리를 위해서 생소한 재료를 구입하기도 망설여 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과 같으리라 기대하는 건 이의 요정"을 믿는것과 같아."

현학자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가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다년간의 영웅적 노력 끝에 조금이나마 요리의 지혜를

터득했는데도 왜 그걸 잊고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지 참 한심한 노릇이다.

확실히 요리는 천부적인 뭔가가 필요하다.

맛을 내는 것도 그렇고, 보기 좋게 담아내는 것도 그렇고.

각종 매체에 눈이 높아진 사람들, 그리고 레시피가 있는데 왜 못만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책을 한번 보자.

우리를 이해하고, 좀더 넓은 아량을 배풀게 될 것이다.

줄리언 반스의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작가가 백권이 넘는 요리책을 사 보고

따라하는 동안 쌓인 요리에 대한 경험과,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작가가 만든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 책이다.

음식에 관한 지적이고 위트있는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재미있다.

[단편소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4월

임성순 작가의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2019년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임성순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기에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가 쇼킹했다는 기억과 함께,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을 넘어선 자본의 승리, 결국 돈의 승리를 꼬집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은행나무의 임성순 소설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에 실린 단편들은

그것을 넘어 상당히 암울하면서도 공격적인 느낌으로 다가 왔다.

이 책에 실린 6개의 작품들중 4개의 작품은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서 발표가 된것이고

'사장님이 악마예요' 와 '불용' 만이 신작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임성순 작가의 작품들을 계속 읽어 볼 수 있게 엮어 놓은 단편집이라 작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더불어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에 각 단편들에 대한 부가 설명이 실려 있다. 그냥 변명아니 변명 같은....)

그리 길지 않은 단편이지만 작가는 당시의 시대상을 얘기하기도 하고, 사회를 꼬집기도 하며, 블랙코메디로 비웃기도 한다.

가만히 있는듯 하다가 묵직한 한방의 스트레이트를 날리기도 했고 쉴새없이 잽들을 날리기도 했다.

망각했으므로 세월이 가도 무엇 하나 구하지 못했구나.

'불용' 이라는 단편이 제일 어렵게 다가왔다.

'아무것도 열 수 없는 열쇠'가 무엇을 의미 하는지, 결국 제자리를 찾은 그열쇠의 의미를 아직 모르겠다. 재미있는 것은 작가 조차도 '작가의 말'에 이 작품을 개별 작품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닥치는 대로 준비했어'라는 이 소설집의 기획의도와 아주 적합한 작품 이라고 평가 했다. 그리고 아무도 빼자는 소리를 안해서 작품이 실었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제일 좋다라고 평가해 줄 것이라는데, 난 제일 난해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니

난 이 소설을 어떻게 읽은 것인가, 구분이 안된다.

단편집이 장점이라면 편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중편, 장편 소설보다 쉽게 접하게 되고, 빨리 읽어서 좋다라는 잇점이 있다.

거기에 단편임에도 설레게 하는, 생각게 하는 그 어떤 것이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임성순 작가의 소설이 나에게 그런 책이다.

[맛집기행] 전국의 맛집 2019

전국의 맛집 2019 - 블루리본 서베이 ㅣ 전국의 맛집
블루리본 서베이 지음 / BR미디어 / 2019년 4월

음식관련 방송이나 책들이 넘치는 시기이다.

그만큼 맛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우리는 보통 맛집에 대한 정보는 방송이나 블로그, 인스타그램등 개인 SNS를 통해서 얻게 된다.

하지만 대게의 경우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맛집에 대한 평가는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칭찬 일색인 선전용이 많아 더욱 헷갈리게 되고, 옥석을 가리기가 힘들다.

낯선 지역, 낯선 풍경, 낯선 음식에 대한 기억......

사소한 것 하나가 그 여행 전체를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중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것 보다 높다.

여행을 다니면서 먹는 맛있는 음식! 그 여행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그만큼 중요한 음식, 맛집에 대한 정보

이제 <블루리본서베이 전국의 맛집 2019>를 이용해 보자.

<블루리본서베이 전국의 맛집 2019>는 우리나라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맛집 평가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최초라는 것은 몰라도 최고가 되려면 그만한 노력이 요구될 것이다. 최고라는 것은 스스로가 내리는 평가가 아니기에...

이 책에 나오는 맛집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평가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www.blueR.co.kr 을 통해서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다고 한다.

(해당 홈페이지에서 평가 및 검색이 가능하니 꼭 방문하여 살펴보자)

<전국의 맛집 2019> 에는 총 3,249 곳의 맛집이 소개되어 있으며, 리본의 갯수로 평가를 나누었다.

리본이 없는 곳 : 가까운 곳에 있으면 한 번 방문할 만한 곳 (1,928 곳)

리본 한개 : 다시 방문 하고 싶은 곳 (1,191 곳)

리본 두개 : 주위 사람에게 추천하고 슾은 곳 (129 곳)

리본 세개 :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솜씨를 보이는 곳 (1 곳)

<전국의 맛집 2019>의 구성은 총 3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1부는 지난 1년간 서베이 결과로 평가된 추천 맛집의 리스트 이다. 리본 세 개를 받은 맛집. 테마별 추천 맛집, 2018년 3월 부터 2019년에 새로 오픈한 식당중 주목할 만한 곳이 소개되어 있다.

2부는 맛집 디렉터리로, 모든 수록 대상 맛집이 지역별로 가나다 순으로 배열 되어 있다.

3부는 목적별로 분류되어 있다. 음식 종류별 또는 가나다라 순으로 업소 이름을 찾고, 2부의 디렉터리에서 자세한 내용을 다시 찾아 볼수 있게 되어 있다.

단순히 맛집의 이름과 리본의 갯수만을 명시한 것이 아니라 식당의 음식 종류, 대표 메뉴, 독자평 등과 함께, 대표 메뉴의 가격도 실려 있어 예산을 잡을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매년 2만명이 넘는 독자가 평가에 참여하는 우리나라를 대표 하는 맛집 평가서.

이제 전국의 맛집 2019를 기초로 여행의 스케쥴을 잡아 맛집 탐방을 떠나보자!!

분명 <전국의 맛집 2019>는 기억에 남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리라 생각된다.

[장편소설] 십우도

십우도
백금남 지음 / 무한 / 2019년 4월

<십우도>는 백정 5대의 가계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과 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5대째인 '정산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지만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조상들이 겪은 괄시와 삶에 대한 고통까지도 함께 할 수 있다.

특히 '산우'의 고조부인 '흰고무래', 그의 눈먼 아들 '정풍정'과 며느리인 '곱추 도화'의 이야기는

백정에 대한 사람들의 괄시와 차별을 넘어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그들은 한을 담아 백정 짓을 대물림 하였다.

산우는 도살하던중 소를 놓쳤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도망쳐 버린 소를 찾아 산을 오르면서 <십우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우는 소를 찾아 헤매고, 흔적을 발견하고, 소를 잡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조상들의 삶을 기억한다.

그중 백미는 첫번째 소를 놓쳤을때 만난 '포수 서문'과의 동행과 문답이다.

그들의 행위는 그들의 삶을 깨달음의 길로 이르게 한다.

'산우'는 '서문'을 만났을때 깨달음의 시작을 보였고 서문을 회상함으로써

깨달음의 완성과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비록 소를 찾아 가는 과정이였지만 결국 그를 깨달음의 길로 안내한 것은

마음속이 일어나는 그 무엇이었다.

그건 정형과 함께 어울려 한마리의 소를 잡을 때의 꿈입니다.

나는 꿈에서 깨어 일어나면 분명 타자는 본질로 들어가는 문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곧잘 하곤 합니다.

이 길로 가자고 하면 가자고 하는 주체적인 자기와 그것을 거역하는

반 주체적인 자기와의 화합물이 인간이라면 반 주체적인 자기를 너라 하고

주체적인 자기를 나라 할때 자기 동일성을 회복하기 위해 둘의 만남은 당연하다는 말이지요.

'산우'의 현실과 기억의 내용들을 넘다드는 전개로 독자들에게

'산우'와 그의 조상들의 깊은 한을 느끼게 해주고, '산우'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 한다.

상당히 어려운 주제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해탈과 깨달음을 그리 쉽지 않음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해준다.

<십우도>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소설이다.

그래서 종교 소설로도 분류하는것 같다.

<십우도>는 '십우도의 그림'에 맞게 각 장을 나누었고, 소를 인간의 본질에 비유하여

'백정 산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일러준다.

제1 심우(尋牛) : 자가의 본심인 소를 찾는다.

제2 견적(見跡) : 소의 자취를 본다

제3 견우(見牛) : 소를 발견하다

제4 득우(得牛) : 소를 얻는다

제5 목우(牧牛) : 소를 길들인다

제6 기우귀가(騎牛歸家) : 소를 타고 깨달음의 세계인 집으로 돌아온다.

제7 망우존인(忘牛存人) : 소를 잊고 안심한다.

제8 인우구망(人牛俱忘) : 사람도 소도 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제9 반본환원(返本還源) : 있는 그대로의 전체 세계를 깨닫는다.

제10 입전수수(立廛垂手) : 중생 제도를 위해 길거리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