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너무나도 많은 책이다.

(아... 물론 요리에 자신 있는 사람들, 한번 보고 따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과감히 빼자.. 그들은 작가에게 인간이 아닌 존재들로 느껴질 수 있기에)

레시피를 따라 해도 (따라할 수 만 있어도 성공이지만)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드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에게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시원한 사이다 같은 책이다. 물론 나에게도 그렇다.

우리가 어렸을때도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이것이 요리를 못하는 아주 큰 핑게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남자도 당연하게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유명한 남자 세프들이 방송에 나와 맛있고 너무나도 먹음직 스럽게 보이는 요리를

뚝딱뚝닥 만드는 세상이다.

더불어 인터넷에 공개된 레시피로 인하여 요리를 못하는 남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것은 레시피를 따라했다가 성공 혹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의 후기도

많아서 경험의 축적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레시피에서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적당히, 적당량 이라는 용어와

몇분동안 이라고 정확한 시간을 기재해 놓는것들이다.

적당이라는 표현에서 느끼는 것은 대부분 동감할 것이고, 정확한 시간의 기술은

오히려 요리 초보에게는 기다림의 두려움을 준다.

(너무 탈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설 익을것 같기도 하며, 압력 솥과 같은 조리 기구들은

그 시간동안 폭발할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또하나 우리집 냉장고에 존재하지 않는 요리 재료가 나올때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왠지 그 재료가 없으면 맛이 제대로 살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번의 요리를 위해서 생소한 재료를 구입하기도 망설여 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과 같으리라 기대하는 건 이의 요정"을 믿는것과 같아."

현학자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가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다년간의 영웅적 노력 끝에 조금이나마 요리의 지혜를

터득했는데도 왜 그걸 잊고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지 참 한심한 노릇이다.

확실히 요리는 천부적인 뭔가가 필요하다.

맛을 내는 것도 그렇고, 보기 좋게 담아내는 것도 그렇고.

각종 매체에 눈이 높아진 사람들, 그리고 레시피가 있는데 왜 못만드냐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책을 한번 보자.

우리를 이해하고, 좀더 넓은 아량을 배풀게 될 것이다.

줄리언 반스의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는 작가가 백권이 넘는 요리책을 사 보고

따라하는 동안 쌓인 요리에 대한 경험과, 성공과 실패를 맛보는 과정을 담고 있으며,

작가가 만든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 책이다.

음식에 관한 지적이고 위트있는 에세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