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비교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 함께 생활한다.
그래서 살다가 한 번쯤은 자의든 타의든 타인과 비교하는 상황과 마주한다.
이때 우리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닌 상대적인 위치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
어떤 사람(편의상 A라 지칭한다.)이 한 달에 100원을 번다고 가정하자.
평균 소득이 10원인 동네와 1000원인 동네 중 어느 동네에서 이 사람의 만족도가 높을까?
당연히 전자에서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소득은 똑같지만 소득 분위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A가 보유한 금액은 같지만 전자에서는 소득이 평균 이상이고 후자에서는 평균 이하다.
그러니 같은 돈일지라도 A의 만족도에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간단한 예시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상대적 수치는 절대적 수치만큼이나 인간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오늘날 상대적 위치 삶의 전반적인 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는 것이다.
오늘날 소득 분위 간의 사고방식 차이는 상대적 지위로부터 비롯한다.
이로부터 시작하는 차이는 삶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며 그 결과 사람들은 소득집단 별로 유사한 행동양식을 보인다.
부러진 사다리의 저자 키스 페인은 불평등에 대한 해석 도구로 상대적 지위를 사용함으로써 불평등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저자의 전략은 목차에서부터 나타난다.
각 장을 보면 저자가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려고 했음이 드러난다.
그래서 저자는 무상급식, 상대적 비교, 인격, 정치 성향, 수명, 종교, 인종, 직장을 현실의 모형으로써 선택한다.
8개의 요소만 가지고 현실을 완전히 구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위 요소들이 일상에 끼치는 영향력과 책 분량의 한계를 고려할 때 현실 모형을 충분히 재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는 저자가 수명이나 정치 성향, 직장 등 이전까지 주목받지 않던 요소들을 통해 불평등을 해석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데, 이는 사소한 일상을 소재 삼아 독자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작가의 전략이다.


각 주제 속에 나타나는 상대적 지위의 영향력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방법은 실험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저자가 심리학자이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학자가 되어 사회 불평등과 관련된 연구를 주업으로 삼고 있으며 이 책 역시 그 산물 중 하나다.
그래서 저자는 각 장마다 불평등과 관련된 심리 실험들을 추가했다. 우리는 책 속에 나타난 수많은 실험들을 통해 저자의 전문성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의견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같은 주제를 가진 유사한 실험들을 소개하고 이들이 모두 일관된 결과를 가리키고 있음을 보인다.
이 사실은 저가가 심리학자로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의 주장과 근거가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모두 증명한다.


저자의 견해는 마지막 장에 명백히 나타난다.
앞선 8장을 통해 저자는 상대적인 위치가 사람들의 사고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설명한다.
우선 저자는 상대적 지위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이후 상대적 빈곤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서술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상대적 박탈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가난과 불평등에 대한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상대적 박탈감을 주장하면서 한편으로 가난과 불평등이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각 장의 대전제가 되어 지속적으로 글을 이끌어간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저자가 바라는 세상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유토피아적 이상은 디스토피아적인 현실이라 하며 막연한 이상향을 거부한다.
대신 저자가 강조하는 건 기회와 보상 사이의 공정이다.
사회주의의 실패에서 알 수 있듯이 불평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저자는 대안으로 과정의 투명성을 선택했다.
그는 투명성을 보장함으로써 불평등으로부터 오는 상대적 박탈감을 최대한 완화시키려 했다.
따라서 저자가 추구하는 사다리는 가로로 눕혀진 사다리가 아닌 오르내림에 지장 없는 사다리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기회와 보상에 있어 공정함이 보장된다면 상대적 박탈감이나 상대적 지위로부터 오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거라 보았다.
불공정한 세상은 바꿀 수 없지만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키스 페인의 유토피아다.


부러진 사다리는 저자가 바라는 이상 세계를 견고하게 구현한다.
저자는 자기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과 실생활을 접목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가장 먼저 개개인의 생활을 깊숙이 파헤친다.
그래서 각 장은 무상급식, 상대적 비교, 인격, 정치 성향, 수명, 종교 등 실생활과 밀접한 내용들로 구성되었다.
그 결과 이 책을 읽으면 세상사에 관심 없는 사람이더라도 불공평이 삶 속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저자는 자신의 전공을 통해 이론적 기반을 다진다.
이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각 장을 장식한 수많은 실험들이다.
그는 한 주제에 대해서도 여러 유사 실험들을 비교함으로써 자기주장의 오류를 최소화한다.
그 결과 저자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세계를 도출하는데 성공한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정답은 아니다
키스 페인의 이상향에도 분명 한계점이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사회적 차원의 노력 역시 필수적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날을 세우기 전에 저자의 메시지를 들어보길 권한다.
불공평이 우리 삶을 뒤덮고 있는 오늘날, 실생활 분석을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이 책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삶 깊숙한 곳까지 자리 잡은 불공평을 파악하고, 이를 타파하기 원한다면 이 책을 적극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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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미덕
샤를 페팽 지음, 허린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네이버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빛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씨앗이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세상이 실패에 냉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을지라도 실패로 끝나면 그것은 더 이상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거기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원점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비롯된 마이너스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실패자들은 재기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우리는 하이 리스트-하이 리턴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지향한다. 
하지만 많은 성공은 실패로부터 나온다.
수많은 위인들을 보자.
모두가 아는 에디슨이나 링컨 등만 봐도 착오를 통해 역사에 기록될만한 업적을 남겼다.
모든 성공이 실패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성공이 이로부터 나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패의 미덕저자 샤를 페팽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시대에 실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저자는 철학적 요소를 통해 실패의 중요성을 깊게 풀고자 했다.


이 책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요소들을 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예시에 나오는 인물들은 일반적으로 아는 위인들부터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공인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예시를 통해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결국 실패는 아름답다.’이다.
이들은 성공의 도구로써 실패를 강조하고 나아가 독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격려한다.
한편 저자는 사례에 이론적 기반을 보충하기 위해 철학을 사용한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들만 뽑아옴으로써 철학을 독자에게 최대한 쉽게 전하고자 했다.
작가의 노력으로 플라톤부터 라캉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한자리에 모였다.
이와 같은 도전적인 집필은 독자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필자는 저자의 묘수가 적중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의도를 본문에 명확히 표현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바르바라, 드골, 링컨, 스티브 잡스, 에거시, 에디슨, j.k 롤링 등 세계를 움직인 위인들을 인용하여 이들이 어떻게 실패를 통해 성공했는지 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또한 한편으로 수많은 실존주의자와 합리주의자를 불러 그들의 사상을 통해 실패를 보는 올바른 시선을 제시한다.
작가의 전략은 확실하다.
하지만 필자는 저자의 전략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오류들은 저자의 메시지를 흐리게 만든다.
필자는 그 이유를 흩어진 철학과 무분별한 예시에서 찾았다.


정리되지 않은 철학 독자의 이해를 방해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철학의 핵심은 실존주의와 정신분석학이다.
그래서 그는 실존주의의 생성과 정신분석학의 존재를 통해 실패를 바라보고, 이 관점을 가지고 실패의 미덕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합리주의자 핵심 사상의 한계를 조명함으로써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문제는 이들의 조화.
평소 서양철학에 관심이 많아 서양철학 계보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서양철학에 대한 이해가 적을뿐만 아니라 아예 모르는 경우도 대다수다.
만약 이 책이 철학 서적이라면 전문 서적이기 때문에 문제 될 사유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이 책에서 철학은 조연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문제는 저자가 조연을 주연과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본문을 살펴보면 철학이 녹아들기보다 이들끼리 따로 묶여있어 액자식 구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가 실패의 미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까닭은 본인 역시 조화에 실패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무분별한 예시는 독자가 주장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앞서 몇 차례 언급했듯이 저자는 수많은 성공사례들을 인용함으로써 실패를 격려한다.
하지만 저자가 선택한 성공사례들이 오히려 집필 목적을 파악하는데 도움 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예시의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가 의도대로라면 예시들은 실패를 통해 얻는 긍정적인 교훈들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예시들이 이 관점에서 벗어난다.
본문에 나타난 타르트 타탕을 예로 들어보자.
그가 성공할 수 있던 결정적인 이유는 우연이다.
물론 그가 그 과정 중에 실패를 겪은 건 사실이나, 그의 성공은 우연에서부터 비롯된다.
타탕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 자리한 많은 예시 역시 성공요소가 실패 이외의 요소에 맞춰있다.
우연뿐만 아니라 도전과 같이 실패와 연관성 있는 요소들이 실패가 있어야 할 자리에 위치한 경우가 상당하다.
그 결과 필자는 저자가 실패의 미덕을 논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우연(혹은 도전)의 중요성을 논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실패와 도전의 연관성은 필연적이지만 작가가 이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장 전개에 있어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몇몇 예시에서 논리 비약이 나타난다.
저자는 실패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제를 벗어나는 예시를 선택하는 과오를 범한다.
5장 실패의 미덕에 나오는 예수와 사도 바울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예수와 바울을 실패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성공이 실패를 바탕으로 나왔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이는 기독교에 대한 미흡한 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인물의 행보가 역사적으로 볼 때 실패와 연관되기 어려울뿐더러, 혹여나 실패자로 보더라도 본문에 나타난 그들의 행동을 실패로 규정짓기에 무리가 있다.
이러한 점들은 작가의 주장에 힘을 싣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이 책에 자신의 의도를 녹여내지 못했다.
저자는 철학자로서 실패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고자 했다.
실제로 책 곳곳에서 저자가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음이 보인다.
수많은 철학자와 위인들은 저자의 노력을 확실하게 나타낸다.
하지만 성공은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저자의 글은 두 가지 이유로 성공했다 보기 어렵다.
우선, 저자는 자신의 지식을 통제하지 못했다.
흩어진 철학을 모으지 못한 결과, 서양 철학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없다면 책에 나오는 철학적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다.
저자는 실패 자체에만 몰입한 나머지 저자의 의도와 벗어나는 예시들을 본문에 넣었다.
방향성 잃은 예시들은 책을 어지럽히는 데 앞장선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독서에 있어 작가의 의도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작가의 도전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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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에가미 오사무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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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세상이 공평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각자 이상적인 세상을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이 불공평하게 돌아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지표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불완전하며 강자에게 유리한 구조를 취했는지를 나타낸다.
문제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금은 과거에 비해 빈부세습이 강해지고, 그 결과 모래시계 형태의 사회구조가 점점 더 극단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악순환을 깨고자 노력해왔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오늘날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나라가 이러한 제도(혹은 이보다 더 열악한 제도)가운데 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중에서도 일본은 정도가 심해 어두운 전망이 예상되는 국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일본의 병리현상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각 장은 각종 통계로 무장하여 일본인들에게 흔히 말하는 팩트폭행을 가한다.
본문에서는 책 구성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책에 대한 명암을 간략하게 나누고자한다.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의 저자는 의사처럼 일본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처방한다.
일본의 현실은 필자가 대략적으로 알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일본에서는 노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 속에서도 여자와 남자의 임금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가 부채 대책 없이 늘고 있으며, 그 부담은 후손들에게 전가될 예정이다.
끼니를 걱정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음식물쓰레기가 사회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잔혹범죄, 과로사 등 극단적 사회상마저 증가하는 추세니 사실상 쓰러지기 직전이라 진단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출산율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새로운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심각한 저출산 현상과 마주하고 있으며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도 암울하지만, 미래를 바꿀 원동력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일본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위 사실들에 신뢰를 더하기 위해 통계자료를 적극 활용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가감 없이 일본의 민낯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모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저자는 현실을 직시한 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세 가지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세 가지는 발상의 전환으로 자기자본을 강화할 것, 목적중심사고 패러다임을 가지고 금전자본을 강화할 것,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자본 역시 위 두 자본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필자는 이 중 목적중심사고를 기반으로 한 금전자본 확보가 기억에 남았다.
저자는 주식과 같은 한탕주의로써 인생역전을 노리는 서민들에게 초심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저자의 본업이 자산관리임을 고려할 때, 이 조언은 다른 두 해결책에 비해 무게가 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상 깊게 남았다.
현실이 버거울지라도 초심을 잊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저자가 생각하는 일본의 부활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의 매력은 담백함이다.
필자는 책을 읽으며 깔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은 과장되거나 편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책 속에 위치한 수많은 통계들도,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도 화려하기보단 사실적이고 기본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글을 읽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 일본의 어두운 단면을 감정에 입각한 호소보다 구체적인 통계수치로 풀어낸 점이 좋았다.
만약 감정적인 호소로써 사회상을 다뤘다면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신 저자는 서두에 짧게 통계자료를 해석하여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마지막 장에는 이를 구체화함으로써 글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또한 목차가 단순하기 때문에 작가의 메시지를 파악하기 쉬움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장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 장의 주제를 두괄식으로 전달함으로써 독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결방안의 구체성이나 번역하면서 추가한 통계자료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는 일본의 현실을 진단한 후 해결책으로 인적자본, 금전자본, 인간관계를 제시했다.
물론 필자도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세 자본을 고려하지 않으면 국가의 장기적 발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일본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따른다.
해결방안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깝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실용성이 떨어진다.
또한 한국판으로 번역하면서 추가한 통계자료들이 아쉽다.
책은 일본에서 2015년에 출간되었고, 번역을 거쳐 한국에서 2017년 말에 출간되었다.
출판부는 번역을 하면서 일본통계와 같은 내용의 한국통계를 추가함으로써 양국 간의 비교를 돕고자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몇 자료들이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면, 136페이지에는 11년도 통계를 사용하고, 164, 165페이지에는 본문과 통계의 상대적 빈곤율 순위가 불일치한다.
출판일자에 비해 너무 오래된 통계를 사용하거나 본문과 일치하지 않는 통계는 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
독자를 고려하여 우리나라 통계를 추가한 점은 칭찬한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역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기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료를 편집하는데 있어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종합하면, 필자는 이 책을 일본(그리고 한국)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알기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필자는 이 책이 가진 매력을 강조하고 싶다.
담백함’, 가식 없이 현실을 깨우쳐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역할을 다한다.
통계자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함으로써 침몰하는 일본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편집부의 본래 의도를 기억하자.
일본과 우리의 통계 모형이 수평을 그린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조용히 경고하고 있다.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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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 교육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
마이클 풀란 지음, 이찬승.은수진 옮김 / 21세기교육연구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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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빛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현 교육체제에 대한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당장 떠오르는 요소들만 생각해봐도 주입식 교육, 교육의 빈부격차, 목표 부재의 학생들, 정권에 좌우되는 교육정책 등 교육에 있어 문제가 셀 수 없이 많다. 문제는 이 문제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병들어가는 교육체제를 방임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까지 교육체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여러 주체들이 병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왔다. 그 결과 노력의 산물로써 개인적 차원부터 정책적 차원까지 다방면적으로 교육개혁이 이뤄졌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노력이란 단어가 무안할 정도로 미미한 효과만 나타났다. 오히려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한 혼란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개혁의 피해자가 되는 불상사까지 나타났다. 이쯤이면 묻고 싶다.

과연 교육개혁의 봄은 올까?

 

책의 저자 마이클 풀란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는 교육중심지인 학교를 바탕으로 학교교육의 변화와 실패사유, 그리고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필자가 읽은 책은 5번째 개정판으로 구성은 이전과 차이나이 않으나, 현실적인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가장 앞은 교육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변화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변화프로세스에 대한 통찰을 다루며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교육개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교육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이야기의 주제는 교육주체로 넘어간다. 교사, 교장, 학생 등 개인적 차원부터 정부, 지자체 등의 공적차원까지 교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을 다룬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면 저자는 교육변화의 미래를 말하며 글을 맺는다. 전문적인 글일뿐더러 분량도 상당하기 때문에 독서에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인용했으며, 자신의 주장을 일관성 있고 확고하게 주장한다. 그러니 딱딱해 보이는 표지와 두꺼운 분량만 보고 독서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교육개혁은 현실적인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다. 때문에 저자의 메시지는 우리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필자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첫 째는 수많은 인용구다. 저자는 자신의 교육개혁을 자력으로 완성하지 않았다. 그는 본인 의견만 고집하지 않고 수많은 데이터와 다른 교육자들의 말을 들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완성했다. 그 증거는 책 곳곳에 나타나있다. 작가가 인용한 수많은 학자들의 인용문은 너무 많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자신의 의견에 다른 학자의 인용문을 더함으로써 본인의 주장을 한 층 견고하게 만들었다. 둘째는 실제 있었던 사례들이다. 인용문이 책에 무게감을 더했다면 사례는 그 무게를 더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실제 있던 다양한 사례들을 본문에 집어넣었다.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기도 하고, 실패사례를 통해 반면교사 삼아야함을 경고하기도 한다. 위 요소들은 우리로 하여금 저자의 의견에 좀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저자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주장으로써 우리의 노력과 실천을 요구한다. 저자는 독자를 현혹하지 않았다. 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다. 저자는 독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조미료를 치지 않았다. 저자가 주장하는 교육개혁의 화살표는 근본적인 문제로 향한다. 근본개혁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교육주체가 확대됨에 따라 강렬해진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나만 잘하면 돼가 아닌 나부터 잘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나의 노력이 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기본 전제조건이 되는 것, 풀란은 이 어려운 전제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요소가 하나 되어 시스템 차원의 개혁을 이루라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 책을 우리나라 교육체제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권한다. 특히 교육개혁을 원하지만 갈피잡지 못하는 독자라면 더욱 추천하는 바다.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가 교육개혁의 만능열쇠거나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이 최소 정답에 근접해있으며 시스템적 개선까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학교차원까지는 충분히 실현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 글을 읽을 예비 독자들에게 필자와 함께 풀란이 개척한 길을 걷기를 제안한다. 함께 기본전제를 충족시킴으로써 다음 개혁을 위한 동력원을 얻기를 바란다. 아직까지 책의 분량이나 깊이에 걱정하고 있다면 부담을 내려놓아라. 완독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무리라면 자신에게 해당되는 부분만 읽어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만약 부분적으로 읽는다면, 1부는 모두 읽고, 2부 혹은 3부에서 자기가 속한 집단을 선택해서 보는 걸 추천한다.) 서두에서 물었던 질문에 답하며 글을 마친다.

교육개혁의 봄날은 우리가 만든다.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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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삶의 마지막 날, 내 인생에 묻는다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빛입니다.

 

제목이 주는 흥미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은 책이다.

처음 책 제목과 저자, 본문 요약에 대한 글을 봤을 때 많은 기대를 했다.

20년간 호스피스 병동에서 근무한 베테랑 의사가 죽음에 대한 책을 출판하다니,

죽음에 대해 얼마나 깊고 생생하게 이야기하겠는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면서 얼마나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지 생각해보니

독서 욕구가 솟구쳤다.

 

본문 구성 역시 나쁘지 않았다.

작가는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둘러싸는 주변 요소들에 초점을 두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작가가 호스피스의로서 한 사람의 마지막을 지키기 때문에

주변 요소를 강조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역시 기대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책의 제목 역시 기대를 불렀다.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 모두 심도 있으면서도(철학적 느낌을 풍긴다.) 아름다운 단어로 구성했다.

 

하지만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선택하게 만든 요소들이 정작 책 속에선 찾기 힘들었다.

호스피스 병동 생활을 하면서 겪은 몇몇 예시들이 기술되었지만, 인상 깊지 않았다.

또한 죽음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글을 이끌었으나 내가 그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웠다.

죽음에 대한 의견 자체는 좋았으나 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하기에 글이 너무 가공되었다.

죽음 자체가 철학적이기 때문에 작가가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책은 다양한 생각보단 본인 의견에 공감에 주력했다.

 

또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책의 분량에 비해 같은 단어, 같은 주장이 너무 자주 보인다.

결론을 하나로 묶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일지 모르겠으나, 과한 반복은 독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낳는다.

차라리 반복 대신 다양한 예시로 본인의 주장을 펼쳤다면 더 설득력을 지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가 아쉬운 책이다.

가볍게 보면 참 좋은 책이다.

죽음을 대한 작가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무게를 지녔다.

하지만 이 책이 살릴 수 있는 강점이 덜 부각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고, 팥 없는 찐빵이라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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