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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선 -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
송혁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고전, 아무리 들어도 친숙하지 않은 단어다. 고전을 배운 적 있거나 배우고 있다면 특히 공감할 것이다. 고전이 어떤 이미지인지 상상해보자. 우리가 고전을 떠올릴 때 흔히 한문으로 도배되어있거나, 이상한 모양새의 한글을 생각한다. 맞다. 몇몇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고전은 이렇게 암호 같은 모습을 하고 우리를 맞이한다. 뿐만 아니다. 암호 같은 글을 번역하고 나서도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원인은 고전과 우리 사이의 시간적 간극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전은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수천 년 전에 쓰인 글이기 때문에 해석했을지라도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30여 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부모님 마음도 이해하기 힘든데, 수백수천 년 전 사람들의 의도를 파악하라니. 난해할 수밖에 없다. 변명이라지만 고전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고전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고전과 우리 사이의 매개체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고전과 우리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시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할 때 고전 작품들은 외적, 내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고전과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문화재나 예술작품 등을 볼 때 저자의 해설을 곁들이면 이해하기가 수월하듯이, 고전 역시 시대의 간극을 메울 매개체가 있어야 독자가 이해하기에 도움이 된다. 이때 필요한 건 완고함보다는 유연함이다. 고전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선 교과서 같은 해설보다 이야기 같은 해설이 필요하다.
『고전의 시선』은 이러한 독자의 요구에 부응한다. 이 책은 고전적인 지혜를 통해 오늘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과거의 지혜가 오늘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옛 것에 대한 반감이 깊은 젊은 세대들을 깨우친다. 특히 책 마지막 장(4. 세상을 향해)은 촛불부터 신정권 내각 구성까지의 사건들을 고전의 시선으로 봄으로써 고전이 오늘날에도 유용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이 책이 신문사 칼럼을 기반으로 출판되었다는 사실 역시 고전의 유용성에 힘을 싣는다. 저자는 이 책을 출판하기 전부터 칼럼 연재를 통해 고전과 현대 사이의 다리를 놓아왔다. 칼럼에 고전을 더했기 때문에 『고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오늘날 이슈와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각 장은 칼럼-고전-해석으로 구성된다. 이 역시 저자의 전략이 숨어있다. 저자는 칼럼을 가장 앞에 둠으로써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힘쓴다. 고전이나 해석을 서두에 두었다면 글이 자칫 지루해졌겠지만, 저자는 서두에 칼럼을 내세움으로써 독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필자 역시 이를 느꼈는데, 서두에 칼럼이 흥미를 유발함으로써 칼럼의 밑바탕이 된 고전에 자연스러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모르는 인물이나 단어가 있다면 해석 파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서 그 점 역시 인상 깊었다.
이 책을 통해 고전에 대한 편견에 변화가 있길 바란다. 물론 고전이 지금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때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혹은 학창시절 마주했던 재미없는 고전의 모습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 안에 오늘날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많은 지혜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책만 봐도 고전은 개인 수양부터 대인관계, 그리고 국가운영까지 우리 삶 전반을 아우르는 교훈을 주고 있다. 저자의 책이, 그리고 저자의 삶이 이러한 삶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니 작가가 읽기 좋게 요리해 놓은 고전을 맛보자. 의구심을 가지고 책을 펼지라도 어느 순간 고전의 매력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