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
에가미 오사무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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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세상이 공평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각자 이상적인 세상을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인정하기 싫지만 세상이 불공평하게 돌아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지표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불완전하며 강자에게 유리한 구조를 취했는지를 나타낸다.
문제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금은 과거에 비해 빈부세습이 강해지고, 그 결과 모래시계 형태의 사회구조가 점점 더 극단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악순환을 깨고자 노력해왔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오늘날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나라가 이러한 제도(혹은 이보다 더 열악한 제도)가운데 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중에서도 일본은 정도가 심해 어두운 전망이 예상되는 국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일본의 병리현상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각 장은 각종 통계로 무장하여 일본인들에게 흔히 말하는 팩트폭행을 가한다.
본문에서는 책 구성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책에 대한 명암을 간략하게 나누고자한다.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의 저자는 의사처럼 일본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처방한다.
일본의 현실은 필자가 대략적으로 알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책에 따르면 오늘날 일본에서는 노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 속에서도 여자와 남자의 임금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가 부채 대책 없이 늘고 있으며, 그 부담은 후손들에게 전가될 예정이다.
끼니를 걱정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음식물쓰레기가 사회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잔혹범죄, 과로사 등 극단적 사회상마저 증가하는 추세니 사실상 쓰러지기 직전이라 진단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출산율이다.
앞서 언급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새로운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심각한 저출산 현상과 마주하고 있으며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도 암울하지만, 미래를 바꿀 원동력조차 기대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일본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위 사실들에 신뢰를 더하기 위해 통계자료를 적극 활용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가감 없이 일본의 민낯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저자는 모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저자는 현실을 직시한 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세 가지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 세 가지는 발상의 전환으로 자기자본을 강화할 것, 목적중심사고 패러다임을 가지고 금전자본을 강화할 것,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자본 역시 위 두 자본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필자는 이 중 목적중심사고를 기반으로 한 금전자본 확보가 기억에 남았다.
저자는 주식과 같은 한탕주의로써 인생역전을 노리는 서민들에게 초심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저자의 본업이 자산관리임을 고려할 때, 이 조언은 다른 두 해결책에 비해 무게가 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상 깊게 남았다.
현실이 버거울지라도 초심을 잊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저자가 생각하는 일본의 부활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의 매력은 담백함이다.
필자는 책을 읽으며 깔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전반적으로 살펴봤을 때 당신이 잔혹한 100명 마을에 산다면?은 과장되거나 편향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책 속에 위치한 수많은 통계들도,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도 화려하기보단 사실적이고 기본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글을 읽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 일본의 어두운 단면을 감정에 입각한 호소보다 구체적인 통계수치로 풀어낸 점이 좋았다.
만약 감정적인 호소로써 사회상을 다뤘다면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신 저자는 서두에 짧게 통계자료를 해석하여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마지막 장에는 이를 구체화함으로써 글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또한 목차가 단순하기 때문에 작가의 메시지를 파악하기 쉬움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장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 장의 주제를 두괄식으로 전달함으로써 독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결방안의 구체성이나 번역하면서 추가한 통계자료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는 일본의 현실을 진단한 후 해결책으로 인적자본, 금전자본, 인간관계를 제시했다.
물론 필자도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세 자본을 고려하지 않으면 국가의 장기적 발전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일본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따른다.
해결방안이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깝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실용성이 떨어진다.
또한 한국판으로 번역하면서 추가한 통계자료들이 아쉽다.
책은 일본에서 2015년에 출간되었고, 번역을 거쳐 한국에서 2017년 말에 출간되었다.
출판부는 번역을 하면서 일본통계와 같은 내용의 한국통계를 추가함으로써 양국 간의 비교를 돕고자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몇 자료들이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면, 136페이지에는 11년도 통계를 사용하고, 164, 165페이지에는 본문과 통계의 상대적 빈곤율 순위가 불일치한다.
출판일자에 비해 너무 오래된 통계를 사용하거나 본문과 일치하지 않는 통계는 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
독자를 고려하여 우리나라 통계를 추가한 점은 칭찬한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역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기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료를 편집하는데 있어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종합하면, 필자는 이 책을 일본(그리고 한국)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알기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필자는 이 책이 가진 매력을 강조하고 싶다.
담백함’, 가식 없이 현실을 깨우쳐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역할을 다한다.
통계자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함으로써 침몰하는 일본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편집부의 본래 의도를 기억하자.
일본과 우리의 통계 모형이 수평을 그린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 조용히 경고하고 있다.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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