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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미덕
샤를 페팽 지음, 허린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네이버 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빛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씨앗이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세상이 실패에 냉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을지라도 실패로 끝나면 그것은 더 이상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거기에서 끝나면 다행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원점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에서 비롯된 마이너스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실패자들은 재기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그 결과 우리는 하이 리스트-하이 리턴보다 안정적인 선택을 지향한다.
하지만 많은 성공은 실패로부터 나온다.
수많은 위인들을 보자.
모두가 아는 에디슨이나 링컨 등만 봐도 착오를 통해 역사에 기록될만한 업적을 남겼다.
모든 성공이 실패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성공이 이로부터 나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패의 미덕』저자 샤를 페팽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시대에 실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저자는 철학적 요소를 통해 실패의 중요성을 깊게 풀고자 했다.
이 책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요소들을 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예시에 나오는 인물들은 일반적으로 아는 위인들부터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공인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예시를 통해 인물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결국 ‘실패는 아름답다.’이다.
이들은 성공의 도구로써 실패를 강조하고 나아가 독자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을 격려한다.
한편 저자는 사례에 이론적 기반을 보충하기 위해 철학을 사용한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들만 뽑아옴으로써 철학을 독자에게 최대한 쉽게 전하고자 했다.
작가의 노력으로 플라톤부터 라캉까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한자리에 모였다.
이와 같은 도전적인 집필은 독자로 하여금 신선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필자는 저자의 묘수가 적중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의도를 본문에 명확히 표현한다.
예를 들면 저자는 바르바라, 드골, 링컨, 스티브 잡스, 에거시, 에디슨, j.k 롤링 등 세계를 움직인 위인들을 인용하여 이들이 어떻게 실패를 통해 성공했는지 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피력한다.
또한 한편으로 수많은 실존주의자와 합리주의자를 불러 그들의 사상을 통해 실패를 보는 올바른 시선을 제시한다.
작가의 전략은 확실하다.
하지만 필자는 저자의 전략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오류들은 저자의 메시지를 흐리게 만든다.
필자는 그 이유를 흩어진 철학과 무분별한 예시에서 찾았다.
정리되지 않은 철학은 독자의 이해를 방해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철학의 핵심은 실존주의와 정신분석학이다.
그래서 그는 실존주의의 ‘생성’과 정신분석학의 ‘존재’를 통해 실패를 바라보고, 이 관점을 가지고 실패의 미덕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합리주의자 핵심 사상의 한계를 조명함으로써 자기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문제는 이들의 조화다.
평소 서양철학에 관심이 많아 서양철학 계보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서양철학에 대한 이해가 적을뿐만 아니라 아예 모르는 경우도 대다수다.
만약 이 책이 철학 서적이라면 전문 서적이기 때문에 문제 될 사유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이 책에서 철학은 조연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문제는 저자가 조연을 주연과 동일시했다는 점이다.
본문을 살펴보면 철학이 녹아들기보다 이들끼리 따로 묶여있어 액자식 구성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자가 실패의 미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까닭은 본인 역시 조화에 실패했음을 인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무분별한 예시는 독자가 주장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앞서 몇 차례 언급했듯이 저자는 수많은 성공사례들을 인용함으로써 실패를 격려한다.
하지만 저자가 선택한 성공사례들이 오히려 집필 목적을 파악하는데 도움 주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예시의 방향성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가 의도대로라면 예시들은 실패를 통해 얻는 긍정적인 교훈들이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예시들이 이 관점에서 벗어난다.
본문에 나타난 타르트 타탕을 예로 들어보자.
그가 성공할 수 있던 결정적인 이유는 우연이다.
물론 그가 그 과정 중에 실패를 겪은 건 사실이나, 그의 성공은 우연에서부터 비롯된다.
타탕 이야기뿐만 아니라 책 곳곳에 자리한 많은 예시 역시 성공요소가 실패 이외의 요소에 맞춰있다.
우연뿐만 아니라 도전과 같이 실패와 연관성 있는 요소들이 실패가 있어야 할 자리에 위치한 경우가 상당하다.
그 결과 필자는 저자가 실패의 미덕을 논하고자 하는지, 아니면 우연(혹은 도전)의 중요성을 논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실패와 도전의 연관성은 필연적이지만 작가가 이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장 전개에 있어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몇몇 예시에서 논리 비약이 나타난다.
저자는 실패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제를 벗어나는 예시를 선택하는 과오를 범한다.
5장 실패의 미덕에 나오는 예수와 사도 바울이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예수와 바울을 실패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성공이 실패를 바탕으로 나왔다고 서술한다.
하지만 이는 기독교에 대한 미흡한 이해를 바탕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인물의 행보가 역사적으로 볼 때 실패와 연관되기 어려울뿐더러, 혹여나 실패자로 보더라도 본문에 나타난 그들의 행동을 실패로 규정짓기에 무리가 있다.
이러한 점들은 작가의 주장에 힘을 싣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이 책에 자신의 의도를 녹여내지 못했다.
저자는 철학자로서 실패를 새로운 관점에서 풀고자 했다.
실제로 책 곳곳에서 저자가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음이 보인다.
수많은 철학자와 위인들은 저자의 노력을 확실하게 나타낸다.
하지만 성공은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저자의 글은 두 가지 이유로 성공했다 보기 어렵다.
우선, 저자는 자신의 지식을 통제하지 못했다.
흩어진 철학을 모으지 못한 결과, 서양 철학에 대한 이론적 기반이 없다면 책에 나오는 철학적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다.
저자는 실패 자체에만 몰입한 나머지 저자의 의도와 벗어나는 예시들을 본문에 넣었다.
방향성 잃은 예시들은 책을 어지럽히는 데 앞장선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독서에 있어 작가의 의도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작가의 도전에 비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