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해야 할 재미있는 일 10가지 - 캐롤 수녀가 전하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오늘부터 해야 할 것들>
캐롤 재코우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익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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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맨날 똑같은 새해 계획 세우기는 재미없어서 고민하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수녀님이 재미를 논한다니 처음에는 얼마나 재미있으려나 반신반의했다.

그렇지만 읽고 보니 웬걸, 이 수녀님 심상치 않은 분이었다.

고릴라 코스튬을 입고 학생들 앞에 서서 강연을 했다니. 상식을 뛰어넘는 멋진 수녀님이었다.

수녀님이니까 종교적인 색채가 짙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전도 당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가볍게 넘길 수 있을 정도라 거부감도 전혀 들지 않았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트렌드처럼, 수녀님이 추구하는 재미는 일상에 숨은 재미이다. 캐롤 수녀님은 나도 모르게 지나쳐버리는 수많은 소소한 재미들을 찾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도피처를 만들라는 챕터와 수녀처럼 살아보기라는 챕터가 인상 깊었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한 일드의 제목처럼, 수녀님은 가끔 도망칠 줄도 알아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도망치는 것은 현실도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나의 창의력을 기르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좋은 시간이 되기도 한다.

 

수녀처럼 살아보기 챕터에서는 우리가 몰랐던 수녀 생활을 알아볼 수 있다. 수녀는 결혼하지 않고 자매들끼리 연대하여 자립한다는 점에서 오늘 날 페미니즘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이렇듯이 조금 다르게 살아보는 방식은 우리에게 다른 시선을 일깨워준다.

 

이 책의 매력포인트는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타인과 어울려서 함께 즐거워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나 자신이 즐겁게 살기 위해 나 자신을 탐구하고, 끝없이 즐거울 궁리를 하는 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나에 대한 이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계에 적용한다. 타인을 어떤 마음으로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지까지 연결되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도 알려준다. 이 부분이야말로 수녀님이 저자의 특징이 가장 드러나면서도 다른 소확행 책과의 차이가 아닐까?

올 한 해를 시작하면서 알차게 한 해를 보내기 위해 꼭 해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2019년 한 해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한 소소하지만 알찬 팁들을 캐롤 수녀님이 유쾌하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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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커피 -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조희창 지음 / 살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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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 커피는 빠질 수 없는 음료가 되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점심 식사를 하고 한 잔씩 커피를 마신다. 커피 중독자들의 나라인 한국에서 커피는 일종의 자양강장제와 같은 역할을 맡았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머리가 안돌아 가는 느낌이라 꼭 마시게 된다. 그렇지만 커피가 꼭 바쁜 일상을 표상하는 음료이기만 하지는 않다.

힐링하면 많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취향의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커피를 한 잔 마시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다가온다.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그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다. 특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내 마음에 꽂히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이런 커피와 음악의 시너지를 잘 이해하고 우리에게 좋은 음악과 커피를 소개하는 책이 있다. 바로, 음악평론가 조희창이 쓴 에세이 베토벤의 커피이다.

 

저자 조희창은 음악평론가이자 본인의 카페 <베토벤의커피>의 커피로스터이다. 소니 뮤직 클래식 담당, KBS 방송작가, 월간 <객석> 기자, 이탈리안 레스토랑 경영과 같이 다양한 직업을 거쳐왔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 <베토벤의커피>에서 커피를 볶으며 해설이 있는 음악회불금 클래식을 운영하고 전국 각지에서 정기적으로 음악 강의를 하며 지낸다.

 

이 책은 저자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커피와 음악의 크로스오버 인문학 에세이이다. 3장으로 나누어져 1장에서는 꿈꾸다’, 2장에서는 채우다’, 3장에서는 나누다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각 장에서는 챕터별로 커피와 음악을 연결해서 소개한다.

커피와 음악은 서로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렇지만 각자의 역사가 뚜렷하기 때문에 커피와 음악을 엮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칫하면 하나의 글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 조희창은 클래식과 커피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커피와 클래식 이야기를 적절하게 연결시켜 조화롭게 펼쳐나간다. 특히 음악, 커피뿐만 아니라 저자의 철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넘나들면서도 작가의 재담에 이끌려 술술 읽어나가게 된다.

 

같은 생두도 볶고 내리는 방법에 따라 이렇게 맛 차이가 나는데, 음악은 연주자에 따라 얼마나 손맛이 다르겠는가. 악보 위에 적힌 그 많은 음표와 지시어들을 열 개의 손가락으로 표현하려면, 수많은 경우의 수가 따른다.- 조희창의 베토벤의 커피

 

베토벤의 커피는 클래식을 주로 해서 팝과 재즈, OST 음악까지 다뤘다. 클래식과 커피라니, 뭔가 공부해서 전문 용어를 줄줄 늘어놓아야 할 것 같은 분야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렇게 어려운 개념으로 음악과 커피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힘을 빼고 음악과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독자에게 친근하게 소개한다. 같은 커피도 클래식도 하나의 느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연주자, 혹은 로스터가 누구냐에 따라 음악도 커피도 그 맛이 달라진다. 또 그 날 그 날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떤 정형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과 커피를 즐기면 된다고 한다. 물론 배경 지식은 커피와 음악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너무 지식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살아가는 기쁨은 커다란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 디테일에 있다. 하루가 쌓여 1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는 것이다.” - 조희창의 베토벤의 커피

 

클래식과 커피를 즐긴다고 말하는 것이 마치 상류층 문화인 것 같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즐기는 것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이다. 당장 집 근처, 혹은 회사나 학교 근처 카페를 가더라도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저자는 커피와 음악을 가끔씩 즐기는 특별한 취미라기보다는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으로 소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 챕터에서 구체적인 커피 원두 명과 음악을 추천한다. 또한 음악 제목으로만 음악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누구의 연주인지까지 알려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QR 코드를 활용해 저자가 추천하는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과연 귀찮은데 QR 코드까지 찍어가며 음악을 들으러가게 될까 의심스러울 수도 있겠다. 장담컨대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QR 코드를 찍어서 음악을 감상하러 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그만큼 맛깔나게 음악에 대해 소개하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으로 묘사하는 커피의 맛과 음악의 느낌에 나도 모르게 마셔보고 싶고,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은 꼭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가까이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읽기를 추천한다. 매 챕터에서 추천해주는 음악을 찾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이 정말 근사하다. 평소에 허겁지겁 마시던 커피를 좀 더 즐길 수 있고, 배경음악에 불과했던 음악을 좀 더 이해하고 들어보면 다르게 들린다. 비록 커피는 저자가 추천해주는 커피를 다 못 찾아 마시더라도 괜찮다. 그냥 힘을 풀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들고 저자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듣다보면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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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갈 수 있는 배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윤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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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타임라인을 둘러보다 보면 공허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이 사회에, 자신의 삶에 잘 적응해서 이 사회를 살아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이 종종 찾아온다. 다들 어떻게 저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나랑 같은 사람들일텐데, 그들은 나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는지, 왜 나는 그들처럼 일반적이지 않은지, 왜 사회에서 기대하는 바에 부응하지 못하고,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한 사람, 바로 당신을 응원해줄 소설이 여기에 있다. 무라타 사야카의 멀리 갈 수 있는 배평범하지 못한 것 같아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무라타 사야카는 일본 소설 작가로, 그녀는 초등학생 시절, ‘이야기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가보고 싶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 문학부 예술학과 재학 시절부터 편의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해서 데뷔한 후에도 일하는 틈틈이 소설을 써왔다고 한다. 그녀의 인생이 묻어나는 소설들은 일본 사회에서 많은 반응을 얻어냈고, 2016년에는 편의점 인간으로 일본의 양대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카와 상을 수상하였다. 그녀는 평범과 범상치 않음을 넘나드는 소설을 써내며 크레이지 사야카라는 별명을 얻었다.

 

멀리 갈 수 있는 배는 독서실에서 만난 세 여자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과 성적 취향을 찾아 헤매는 19살의 리호와, 여성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31살의 회사원 츠바키, 인간이 아닌 우주적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서 남다른 섹슈얼리티를 가진 31살의 치카코는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독서실이라는, 타인에 대한 큰 관심이 없어지는 공간에서 이들은 자신을 찾으려 한다. 이 곳에서 만난 세 사람이 같이 저녁을 먹으며 자신들의 섹슈얼리티, 즉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기호로서의 남자 혹은 여자의 신체가 아니라 그저 육체 그 자체로서 서로 사랑하는, 그런 단순한 행위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이 기호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멀리 갈 수 있는 배

 

첫 페이지부터 섹슈얼한 표현이 잔뜩 나오더니, 끝까지 섹슈얼리티에 대한 내용이 계속 나와서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단순히 섹슈얼리티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책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섹슈얼리티와 젠더라는 제재를 통해 정체성과 사회적 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자극적인 섹슈얼리티와 젠더라는 제재를 선택했을까?

 

사회에서 섹슈얼리티와 젠더는 타고난 것으로 가장 개인적인 부분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가장 사적인 영역인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영역에도 사회는 정상의 틀을 이미지로 제시한다. 젠더에 기대되는 역할은 물론, 섹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섹슈얼리티와 젠더라는 영역에서 사회에서 제공하는 정상의 범주에 소속되지 못하면 변태로 낙인이 찍히며 사회에서, 또 스스로 심리적으로 소외된다. 그렇기에 섹슈얼리티와 젠더는 수많은 정체성의 종류 중 어쩌면 가장 사적이어야 하지만 가장 공적으로 폐쇄적인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인 무라타 사야카는 이런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정형화한 정체성에 속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은 것이다.

 

저 독서실에서, 배에서, 어딘가 멀리 자유로운 곳으로 나가고 싶었어요. 나에게는 노아의 방주였거든요.” - 멀리 갈 수 있는 배

 

여기서 주인공이 사회에 잘 적응한 츠바키가 아닌, 리호와 치카코라는 점이 흥미롭다. 작중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리호, 츠바키, 치카코 세 명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리호와 치카코이다. 두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리호와 치카코는 세상에서 제시하는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둘 모두 일반적인 범주에 소속되어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고민하는 캐릭터이다. 이들은 스스로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것에 고민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 스스로 자유로워진다. 츠바키는 이들과 다르게 사회에서 제시하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정체성에 안착한 캐릭터이다. 그녀에 기대되는 역할에 부합하기 위해 충실히 노력하고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불만만 많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본다. , 츠바키는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순응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반적인 사람이고, 리호과 치카코는 사회에서 제시하는 틀에 속하지 못해 고민하고,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대비를 통해 저자는 사회에서 제시하는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움을 이야기한다. 자유로운 바깥에서야 억압되지 않은, 온전한 자신을 마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무라타 사야카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틀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제시한 방법은 연대이다. 19살 어린 나이에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자 괴로워 하는 리호는 우주적 관점에서, 사회를 바깥에서 구경하는 치카코와 연대하며 자신을 찾아간다. 치카코 역시 자신이 소꿉놀이와 같은 인간 사회에 끼어들고,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것에 고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인간 사회는 만들어진 규칙으로 지어진 것이며 무용한 것임을 알고 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두 사람이 모여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털어놓으며 그들은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기에 치카코는 아직 세계가 제시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리호와 함께 사회에서 만든 한계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범상치 않은 두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민이 중심이 되다보니 조금 낯설고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글 자체는 어렵지 않고 쉽고 깔끔하다. 중간중간 일본 여성들의 삶과 고민이 슬쩍슬쩍 묻어나서 섬세함도 드러난다. 여성 작가가 쓴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특히 여성 독자들이 쉽게 공감하고 몰입해서 읽기 좋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앞서 말했듯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톨이라는 느낌을 받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당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 다르니까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 시점에 이미 당신은 좀 더 자유롭게 당신을 누릴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얘기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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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존 벨레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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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는 지난 1031일 할로윈을 맞이해 개봉한 영화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의 원작 소설이다. 고딕 동화의 거장인 존 벨레어스의 대표작이라고 뽑힐 만큼 매력적인 소설이다. 존 벨레어스는 작가 특유의 공포와 환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이함과 화려함이 어우러진 고딕적인 소설로 유명한 미국 작가이다. 고딕 동화의 거장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동화라고 하기에는 어른들에게도 매혹적인, 할로윈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소설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읜 주인공 루이스는 미시간에 사는 삼촌 조너선과 함께 살게 된다. 시계 소리로 가득 찬 수상한 저택에서, 어딘가 숨기는 것이 많아 보이는 괴짜인 삼촌 조너선과 그의 친구이자 이웃에 사는 짐머만 부인과 생활하게 된 루이스. 루이스는 삼촌 조너선과 짐머만 부인이 마법사이며, 자신이 살게 된 저택 역시 사악한 마법사의 마법에 걸린 저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루이스와 삼촌 조너선, 짐머만 부인은 집안 어디에서나 들려오는 시계 소리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마법사들과 함께 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시계소리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특별한 이야기가, 평범한 초등학생인 루이스의 일상과 엮이며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진행된다. 통통하고 운동신경이 좋지 못하지만, 엉뚱하고 귀여운 루이스가 겪는 좌충우돌 모험은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마음을 졸이게 하고, 때로는 웃음이 나오게 한다. 고딕 동화라는 표현처럼 어린이들의 시점에 맞추어 진행되지만 너무 유치하지 않은 책이었다. 오히려 어른들이 읽기에도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포와 환상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의 거장답게 무서운 장면은 다 큰 어른이 봐도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마치 다시 어린이가 되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잔뜩 긴장해서 숨을 죽이고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이 재밌게 볼 포인트는 역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는 점이다. 소설 속에서 삼촌 조너선은 루이스에게 포커와 각종 게임을 가르치고, 루이스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해서 선물로 주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루이스가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말하기 전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삼촌 조너선이 서툴지만 다정하고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루이스를 이끌어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촌의 친구인 짐머만 부인은 루이스에게 루이스가 좋아하는 초콜릿 칩 쿠키와 도넛을 구워주는 세심한 배려를 보이는 친절한 이웃집 부인으로 나타난다. 그녀는 간혹 삼촌 조너선이 서투르게 루이스를 대할 때마다 루이스를 챙겨주고, 조너선을 설득한다. 루이스 역시 부모님을 잃어 상심했지만 자신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삼촌과 짐머만 부인 덕택에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돌보고, 애정을 나누고, 함께 역경을 헤쳐나간다. 그렇게 루이스와 삼촌, 짐머만 부인은 비록 사회에서 생각하는 가족과는 다르지만, 가족이 된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이고, 루이스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좀 뻔한 내용도 있고, 너무 쉽게 풀리는 점이 어른에게는 좀 아쉬울 법 하다. 그렇지만 존 벨레어스의 상상력이 너무 매혹적이라서 어른들도 그 정도 단점은 잠시 잊고 푹 빠져서 가볍게 즐길 수 있을 만한 고딕 동화였다. 비록 할로윈은 이미 지났지만, 지나간 할로윈이 아쉬운 분들, 마법 판타지를 좋아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를 읽고 뒤늦게라도 할로윈 분위기를 내보면 어떨까? 현실을 잊게하는 기묘한 이야기에 빠져 어느새 루이스와 조너선, 짐머만 부인과 함께 아슬아슬하고, 환상적인 모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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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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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은 함께 어울리며 성장하고 기쁨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관계의 홍수 속에 산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24시간 내내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마트폰 하나로 우리는 타인과 계속 연결된다. 스마트폰에서는 시시때때로 SNS 속 누군가의 소식을 전하는 알람이 뜬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속되는 타인과의 연결에 쉽게 관계에 피로를 느낀다.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온전히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을 꿈꾸게 된다.


  실제로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삶을 산 사람이 있다.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미국 메인 주에서 27년 간 절도를 하며 은둔생활을 지속하다가 체포된 사람이다. 그는 숲 속에서 홀로 사는 것에 자유를 느끼고 만족스러웠다고 주장한다. 1,000건이 넘는 무단절도를 저지른 범죄자임이 틀림없지만 그에 대한 관심이 간다. 그는 어떻게 숲 속에서 27년이나 살 수 있었을까? 그는 어떻게 그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고 혼자 그렇게 긴 시간을 살 수 있었을까? 

  과연 그는 혼자 사는 삶을 살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숲속의 은둔자》에서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은거 생활과 그의 감상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책 《숲속의 은둔자》는 저널리스트인 작가 마이클 핀클이 크리스토퍼 나이트를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이클 핀클은 범죄실화 소설인 《트루 스토리》로 에드거상 최우수 범죄실화 부문 후보로도 올랐던 사람이다. 그는 저널리스트 생활에 슬럼프를 맞이해 휴직을 하던 중 크리스토퍼 나이트에 대한 기사를 접하며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크리스토퍼 나이트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며 감옥으로 9차례 면회와 나이트가 살았던 숲으로 현장답사를 다녀오고, 그의 재판에도 참석하는 등의 열정을 보였다. 마이클 핀클은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은 크리스토퍼 나이트 취재 활동을 《숲속의 은둔자》로 엮어냈다. 이 책에서는 나이트와 쌓은 라포를 기반으로 듣게 된 나이트의 은둔 생활과 그가 은둔 생활을 하며 느낀 감정들을 세세하게 다뤘다. 그런 나이트의 은둔 생활의 의의에 대해 저자인 마이클 핀클은 나름대로 분석을 곁들였다. 

  홀로 수많은 나날을 보낸 크리스 나이트는 불가해한 아웃라이어였다. 그의 위업은 다른 모든 이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는다. 정말로 나이트는 밖에서 그 모든 겨울을 났다. 추위 속에서 그가 했던 일은 평범한 동시에 심오했다. -《숲속의 은둔자》 중 

  마이클 핀클은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은둔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절도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가 27년간 (낚시 온 3대와 멀리서 조우한 이외에)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숲속에 은거하는 삶을 산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종교적 이유로 고행을 위해 은둔을 한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크리스토퍼 나이트만큼 오랜 기간, 정말 혼자만의 힘으로 산 사람은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크리스토퍼 나이트에게 주목한 점은 그가 혼자 사는 것에서 오는 고독을 정말로 즐겼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은 그를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보기도 하지만 마이클 핀클의 눈에는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만 해본 은거를 실천으로 옮기고 그 삶을 즐긴 사람일 뿐이었다. 

  인간은 남들 앞에선 언제나 세상에 내보이는 사회적 가면을 쓴다. 심지어 혼자 거울을 들여다볼 때도 연기를 한다. 이는 나이트가 야영지에 거울을 두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기교를 놓아버리고 누구도 아닌 동시에 모든 사람이 되었다. -《숲속의 은둔자》 중 

  숲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그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독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고독을 즐겼다. 누군가와의 관계 유지나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필요하지 않았던 숲 생활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행동을 제외한 시간에는 명상과 독서를 했다. 특히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현대 사회의 우리의 모습과 대비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타인에 보이는 나의 모습을 신경 쓴다.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우리는 스스로를 꾸며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진실한 나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진다. 진짜 나와 사회적 나 사이의 간극이 지속되면서 정신적인 피로감이 쌓이고 이는 관계에 대한 피로로 연결되고는 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난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자신을 남에게 보일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남에게 보일 자신이 모습을 염려할 시간에 자기 자신에 더 집중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나이트는 명상을 하며 자신의 모습과 삶을 성찰하기도 하고 독서를 통해 나름의 사유도 탄탄히 이루었다는 것이 이 책 전반에서 나타난다.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 세계를 다진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삶은 많은 현대인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삶이다. 타인을 신경 쓰느라, 돈을 버느라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공허함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바라고 또 자신의 공허한 내면을 채우기를 기대한다.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비록 도둑질을 했지만 복잡한 관계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충족시키는데 몰두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데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혼자임을 멀리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외로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더 줄어들고, 외로워지는 것을 더욱더 두려워하게 된다. -《숲속의 은둔자》 중 

  무엇보다도 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이트의 모습이 깊은 감명을 남긴다. 인생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나이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독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고독함을 받아들였다. 때가 되면 숲에서 조용히 죽기를 바란 나이트의 그런 모습은 담대하다. 오랜 시간 혼자 살면서 그는 혼자라는 것이 주는 매력에 매료되었다. 오히려 그는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밀어내기보다는 숙명적인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관계가 촘촘해진 오늘날에는 진정으로 혼자 있는 경험이 드물기 때문에 더욱 혼자를 버티기 힘들어한다. 내가 오늘 아침으로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공유하는 사회에서 어떤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다는 고립감은 쉽게 고독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독을 잊기 위해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만으로는 고독감을 해결할 수 없다. 결국 혼자 남는 시간이 다가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외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탄탄하게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이 재밌었다. 편지, 9차례의 면회와 재판 참석이 저자가 크리스토퍼 나이트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꽤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서 그의 내밀한 생각까지 관찰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부족한 나이트에 대한 정보를 나이트가 살았던 숲 인근 주민들, 경찰, 그리고 전문가들을 통해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 덕분에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삶이 좀 더 입체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기이한 범죄자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나이트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었다는 관점에서 보았다, 마이클 핀클이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숲 속에서의 은둔 생활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생동감 넘치는 글이 뒷받침해준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순간을 가져다 줄 책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숲 속에서 살지는 못할지라도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등을 떠밀어 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는 그 손길에 몸을 맡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며 자신의 내면을 가꿔보면 된다.



혼자임을 멀리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외로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더 줄어들고, 외로워지는 것을 더욱더 두려워하게 된다. -《숲속의 은둔자》 중

인간은 남들 앞에선 언제나 세상에 내보이는 사회적 가면을 쓴다. 심지어 혼자 거울을 들여다볼 때도 연기를 한다. 이는 나이트가 야영지에 거울을 두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기교를 놓아버리고 누구도 아닌 동시에 모든 사람이 되었다. -《숲속의 은둔자》 중

홀로 수많은 나날을 보낸 크리스 나이트는 불가해한 아웃라이어였다. 그의 위업은 다른 모든 이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는다. 정말로 나이트는 밖에서 그 모든 겨울을 났다. 추위 속에서 그가 했던 일은 평범한 동시에 심오했다. -《숲속의 은둔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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