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존 벨레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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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는 지난 1031일 할로윈을 맞이해 개봉한 영화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의 원작 소설이다. 고딕 동화의 거장인 존 벨레어스의 대표작이라고 뽑힐 만큼 매력적인 소설이다. 존 벨레어스는 작가 특유의 공포와 환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이함과 화려함이 어우러진 고딕적인 소설로 유명한 미국 작가이다. 고딕 동화의 거장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동화라고 하기에는 어른들에게도 매혹적인, 할로윈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소설이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읜 주인공 루이스는 미시간에 사는 삼촌 조너선과 함께 살게 된다. 시계 소리로 가득 찬 수상한 저택에서, 어딘가 숨기는 것이 많아 보이는 괴짜인 삼촌 조너선과 그의 친구이자 이웃에 사는 짐머만 부인과 생활하게 된 루이스. 루이스는 삼촌 조너선과 짐머만 부인이 마법사이며, 자신이 살게 된 저택 역시 사악한 마법사의 마법에 걸린 저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연 루이스와 삼촌 조너선, 짐머만 부인은 집안 어디에서나 들려오는 시계 소리의 비밀을 풀 수 있을까?

 

마법사들과 함께 집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시계소리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특별한 이야기가, 평범한 초등학생인 루이스의 일상과 엮이며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진행된다. 통통하고 운동신경이 좋지 못하지만, 엉뚱하고 귀여운 루이스가 겪는 좌충우돌 모험은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마음을 졸이게 하고, 때로는 웃음이 나오게 한다. 고딕 동화라는 표현처럼 어린이들의 시점에 맞추어 진행되지만 너무 유치하지 않은 책이었다. 오히려 어른들이 읽기에도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포와 환상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의 거장답게 무서운 장면은 다 큰 어른이 봐도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마치 다시 어린이가 되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잔뜩 긴장해서 숨을 죽이고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이 재밌게 볼 포인트는 역시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라는 점이다. 소설 속에서 삼촌 조너선은 루이스에게 포커와 각종 게임을 가르치고, 루이스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해서 선물로 주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루이스가 실수를 하더라도 스스로 말하기 전까지 기다려주는 인내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삼촌 조너선이 서툴지만 다정하고 친근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루이스를 이끌어 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촌의 친구인 짐머만 부인은 루이스에게 루이스가 좋아하는 초콜릿 칩 쿠키와 도넛을 구워주는 세심한 배려를 보이는 친절한 이웃집 부인으로 나타난다. 그녀는 간혹 삼촌 조너선이 서투르게 루이스를 대할 때마다 루이스를 챙겨주고, 조너선을 설득한다. 루이스 역시 부모님을 잃어 상심했지만 자신을 자상하게 챙겨주는 삼촌과 짐머만 부인 덕택에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돌보고, 애정을 나누고, 함께 역경을 헤쳐나간다. 그렇게 루이스와 삼촌, 짐머만 부인은 비록 사회에서 생각하는 가족과는 다르지만, 가족이 된다.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이고, 루이스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좀 뻔한 내용도 있고, 너무 쉽게 풀리는 점이 어른에게는 좀 아쉬울 법 하다. 그렇지만 존 벨레어스의 상상력이 너무 매혹적이라서 어른들도 그 정도 단점은 잠시 잊고 푹 빠져서 가볍게 즐길 수 있을 만한 고딕 동화였다. 비록 할로윈은 이미 지났지만, 지나간 할로윈이 아쉬운 분들, 마법 판타지를 좋아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를 읽고 뒤늦게라도 할로윈 분위기를 내보면 어떨까? 현실을 잊게하는 기묘한 이야기에 빠져 어느새 루이스와 조너선, 짐머만 부인과 함께 아슬아슬하고, 환상적인 모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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