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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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인간은 함께 어울리며 성장하고 기쁨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관계의 홍수 속에 산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24시간 내내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스마트폰 하나로 우리는 타인과 계속 연결된다. 스마트폰에서는 시시때때로 SNS 속 누군가의 소식을 전하는 알람이 뜬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속되는 타인과의 연결에 쉽게 관계에 피로를 느낀다.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은, 온전히 나만이 존재하는 시간을 꿈꾸게 된다.


  실제로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삶을 산 사람이 있다.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미국 메인 주에서 27년 간 절도를 하며 은둔생활을 지속하다가 체포된 사람이다. 그는 숲 속에서 홀로 사는 것에 자유를 느끼고 만족스러웠다고 주장한다. 1,000건이 넘는 무단절도를 저지른 범죄자임이 틀림없지만 그에 대한 관심이 간다. 그는 어떻게 숲 속에서 27년이나 살 수 있었을까? 그는 어떻게 그 누구와도 관계하지 않고 혼자 그렇게 긴 시간을 살 수 있었을까? 

  과연 그는 혼자 사는 삶을 살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숲속의 은둔자》에서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은거 생활과 그의 감상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책 《숲속의 은둔자》는 저널리스트인 작가 마이클 핀클이 크리스토퍼 나이트를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이클 핀클은 범죄실화 소설인 《트루 스토리》로 에드거상 최우수 범죄실화 부문 후보로도 올랐던 사람이다. 그는 저널리스트 생활에 슬럼프를 맞이해 휴직을 하던 중 크리스토퍼 나이트에 대한 기사를 접하며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크리스토퍼 나이트와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며 감옥으로 9차례 면회와 나이트가 살았던 숲으로 현장답사를 다녀오고, 그의 재판에도 참석하는 등의 열정을 보였다. 마이클 핀클은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은 크리스토퍼 나이트 취재 활동을 《숲속의 은둔자》로 엮어냈다. 이 책에서는 나이트와 쌓은 라포를 기반으로 듣게 된 나이트의 은둔 생활과 그가 은둔 생활을 하며 느낀 감정들을 세세하게 다뤘다. 그런 나이트의 은둔 생활의 의의에 대해 저자인 마이클 핀클은 나름대로 분석을 곁들였다. 

  홀로 수많은 나날을 보낸 크리스 나이트는 불가해한 아웃라이어였다. 그의 위업은 다른 모든 이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는다. 정말로 나이트는 밖에서 그 모든 겨울을 났다. 추위 속에서 그가 했던 일은 평범한 동시에 심오했다. -《숲속의 은둔자》 중 

  마이클 핀클은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은둔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가 절도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가 27년간 (낚시 온 3대와 멀리서 조우한 이외에)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혼자 힘으로 숲속에 은거하는 삶을 산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종교적 이유로 고행을 위해 은둔을 한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크리스토퍼 나이트만큼 오랜 기간, 정말 혼자만의 힘으로 산 사람은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그가 크리스토퍼 나이트에게 주목한 점은 그가 혼자 사는 것에서 오는 고독을 정말로 즐겼다는 것이다.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들은 그를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보기도 하지만 마이클 핀클의 눈에는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만 해본 은거를 실천으로 옮기고 그 삶을 즐긴 사람일 뿐이었다. 

  인간은 남들 앞에선 언제나 세상에 내보이는 사회적 가면을 쓴다. 심지어 혼자 거울을 들여다볼 때도 연기를 한다. 이는 나이트가 야영지에 거울을 두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기교를 놓아버리고 누구도 아닌 동시에 모든 사람이 되었다. -《숲속의 은둔자》 중 

  숲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그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고독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고독을 즐겼다. 누군가와의 관계 유지나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필요하지 않았던 숲 생활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행동을 제외한 시간에는 명상과 독서를 했다. 특히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현대 사회의 우리의 모습과 대비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타인에 보이는 나의 모습을 신경 쓴다.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우리는 스스로를 꾸며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진실한 나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진다. 진짜 나와 사회적 나 사이의 간극이 지속되면서 정신적인 피로감이 쌓이고 이는 관계에 대한 피로로 연결되고는 한다.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난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자신을 남에게 보일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남에게 보일 자신이 모습을 염려할 시간에 자기 자신에 더 집중하고 자신의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나이트는 명상을 하며 자신의 모습과 삶을 성찰하기도 하고 독서를 통해 나름의 사유도 탄탄히 이루었다는 것이 이 책 전반에서 나타난다.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 세계를 다진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삶은 많은 현대인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삶이다. 타인을 신경 쓰느라, 돈을 버느라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공허함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바라고 또 자신의 공허한 내면을 채우기를 기대한다.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비록 도둑질을 했지만 복잡한 관계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내면세계를 충족시키는데 몰두한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데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혼자임을 멀리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외로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더 줄어들고, 외로워지는 것을 더욱더 두려워하게 된다. -《숲속의 은둔자》 중 

  무엇보다도 혼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나이트의 모습이 깊은 감명을 남긴다. 인생은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나이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독을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는 고독함을 받아들였다. 때가 되면 숲에서 조용히 죽기를 바란 나이트의 그런 모습은 담대하다. 오랜 시간 혼자 살면서 그는 혼자라는 것이 주는 매력에 매료되었다. 오히려 그는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밀어내기보다는 숙명적인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 관계가 촘촘해진 오늘날에는 진정으로 혼자 있는 경험이 드물기 때문에 더욱 혼자를 버티기 힘들어한다. 내가 오늘 아침으로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공유하는 사회에서 어떤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다는 고립감은 쉽게 고독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독을 잊기 위해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만으로는 고독감을 해결할 수 없다. 결국 혼자 남는 시간이 다가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외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탄탄하게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구성이 재밌었다. 편지, 9차례의 면회와 재판 참석이 저자가 크리스토퍼 나이트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꽤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서 그의 내밀한 생각까지 관찰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부족한 나이트에 대한 정보를 나이트가 살았던 숲 인근 주민들, 경찰, 그리고 전문가들을 통해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 덕분에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삶이 좀 더 입체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크리스토퍼 나이트는 기이한 범죄자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은 나이트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었다는 관점에서 보았다, 마이클 핀클이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숲 속에서의 은둔 생활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생동감 넘치는 글이 뒷받침해준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관계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순간을 가져다 줄 책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숲 속에서 살지는 못할지라도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등을 떠밀어 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는 그 손길에 몸을 맡기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며 자신의 내면을 가꿔보면 된다.



혼자임을 멀리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외로움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더 줄어들고, 외로워지는 것을 더욱더 두려워하게 된다. -《숲속의 은둔자》 중

인간은 남들 앞에선 언제나 세상에 내보이는 사회적 가면을 쓴다. 심지어 혼자 거울을 들여다볼 때도 연기를 한다. 이는 나이트가 야영지에 거울을 두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기교를 놓아버리고 누구도 아닌 동시에 모든 사람이 되었다. -《숲속의 은둔자》 중

홀로 수많은 나날을 보낸 크리스 나이트는 불가해한 아웃라이어였다. 그의 위업은 다른 모든 이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어서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놓는다. 정말로 나이트는 밖에서 그 모든 겨울을 났다. 추위 속에서 그가 했던 일은 평범한 동시에 심오했다. -《숲속의 은둔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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