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커피 - 음악, 커피를 블렌딩하다
조희창 지음 / 살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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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 커피는 빠질 수 없는 음료가 되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하며, 점심 식사를 하고 한 잔씩 커피를 마신다. 커피 중독자들의 나라인 한국에서 커피는 일종의 자양강장제와 같은 역할을 맡았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머리가 안돌아 가는 느낌이라 꼭 마시게 된다. 그렇지만 커피가 꼭 바쁜 일상을 표상하는 음료이기만 하지는 않다.

힐링하면 많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취향의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커피를 한 잔 마시는 모습이 가장 마음에 다가온다. 혼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느긋하게 그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다. 특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내 마음에 꽂히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이런 커피와 음악의 시너지를 잘 이해하고 우리에게 좋은 음악과 커피를 소개하는 책이 있다. 바로, 음악평론가 조희창이 쓴 에세이 베토벤의 커피이다.

 

저자 조희창은 음악평론가이자 본인의 카페 <베토벤의커피>의 커피로스터이다. 소니 뮤직 클래식 담당, KBS 방송작가, 월간 <객석> 기자, 이탈리안 레스토랑 경영과 같이 다양한 직업을 거쳐왔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카페 <베토벤의커피>에서 커피를 볶으며 해설이 있는 음악회불금 클래식을 운영하고 전국 각지에서 정기적으로 음악 강의를 하며 지낸다.

 

이 책은 저자의 다양한 경험에서 비롯된 커피와 음악의 크로스오버 인문학 에세이이다. 3장으로 나누어져 1장에서는 꿈꾸다’, 2장에서는 채우다’, 3장에서는 나누다라는 주제로 구성했다. 각 장에서는 챕터별로 커피와 음악을 연결해서 소개한다.

커피와 음악은 서로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렇지만 각자의 역사가 뚜렷하기 때문에 커피와 음악을 엮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칫하면 하나의 글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 조희창은 클래식과 커피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커피와 클래식 이야기를 적절하게 연결시켜 조화롭게 펼쳐나간다. 특히 음악, 커피뿐만 아니라 저자의 철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넘나들면서도 작가의 재담에 이끌려 술술 읽어나가게 된다.

 

같은 생두도 볶고 내리는 방법에 따라 이렇게 맛 차이가 나는데, 음악은 연주자에 따라 얼마나 손맛이 다르겠는가. 악보 위에 적힌 그 많은 음표와 지시어들을 열 개의 손가락으로 표현하려면, 수많은 경우의 수가 따른다.- 조희창의 베토벤의 커피

 

베토벤의 커피는 클래식을 주로 해서 팝과 재즈, OST 음악까지 다뤘다. 클래식과 커피라니, 뭔가 공부해서 전문 용어를 줄줄 늘어놓아야 할 것 같은 분야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그렇게 어려운 개념으로 음악과 커피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힘을 빼고 음악과 커피를 즐기는 방법을 독자에게 친근하게 소개한다. 같은 커피도 클래식도 하나의 느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연주자, 혹은 로스터가 누구냐에 따라 음악도 커피도 그 맛이 달라진다. 또 그 날 그 날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떤 정형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과 커피를 즐기면 된다고 한다. 물론 배경 지식은 커피와 음악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너무 지식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살아가는 기쁨은 커다란 이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 디테일에 있다. 하루가 쌓여 1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는 것이다.” - 조희창의 베토벤의 커피

 

클래식과 커피를 즐긴다고 말하는 것이 마치 상류층 문화인 것 같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즐기는 것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이다. 당장 집 근처, 혹은 회사나 학교 근처 카페를 가더라도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저자는 커피와 음악을 가끔씩 즐기는 특별한 취미라기보다는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으로 소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 챕터에서 구체적인 커피 원두 명과 음악을 추천한다. 또한 음악 제목으로만 음악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누구의 연주인지까지 알려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QR 코드를 활용해 저자가 추천하는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과연 귀찮은데 QR 코드까지 찍어가며 음악을 들으러가게 될까 의심스러울 수도 있겠다. 장담컨대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QR 코드를 찍어서 음악을 감상하러 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그만큼 맛깔나게 음악에 대해 소개하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정서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으로 묘사하는 커피의 맛과 음악의 느낌에 나도 모르게 마셔보고 싶고,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책은 꼭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가까이에 두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읽기를 추천한다. 매 챕터에서 추천해주는 음악을 찾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경험이 정말 근사하다. 평소에 허겁지겁 마시던 커피를 좀 더 즐길 수 있고, 배경음악에 불과했던 음악을 좀 더 이해하고 들어보면 다르게 들린다. 비록 커피는 저자가 추천해주는 커피를 다 못 찾아 마시더라도 괜찮다. 그냥 힘을 풀고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들고 저자가 추천해주는 음악을 듣다보면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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