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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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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결론 부분으로 기억나네요.
 

그는 휴대전화 소리를 죽이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모든게 거추장스러웠다. 매트리스를 누르는 자신의 몸무게도, 감은 채 파르르 떨리는 양 눈꺼풀도, 뇌의 틀을 맴도는 말벌 같은 생각들도, 요즘 그는 종종 힘이 들었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났다. 생은 그를 여기까지 데려와놓고 그가 이제 어떻게든 살아보려니까 힘을 설설 빼며, 이제 그만, 그만 살 준비를 해, 그러는 것 같았다. 희망이 없어, 그는 흐느끼듯 중얼거렸다. 차라리 단칼에 끊어내고 싶다. 증발하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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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미쳤다는 생각은 철저히 직관에 반한다. 우리는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고 대체로 선량하다고 생각한다. 발을 못 맞추는 건 나머지 사람들이라고………. 그렇지만 성숙은 자신의 광기를 감지하고, 적절한 때에 변명하지 않고 인정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만일 수시로 자신이란 사람에 대해 당황스러워지지 않는다면 자기 이해를 향한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은 것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성공을 향한 집요한 꿈을 심어놓았다. 인류에게 그런 분발심이 내장된 데에는 분명 진화상의 이점이 있다. 부지런함은 우리에게 도시, 도서관, 우주선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 충동 때문에 개인의 평정은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인류 역사에서 천재의 몇몇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범인들이 매일 불안과 강박에 시달리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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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6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오종우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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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행간에서 경향을 찾아 나를 자유주의자니 보수주의자니 하고 확고하게 규정지으려는 자들이다. 나는 자유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점진주의자도 성직자도 무신론자도 아니다. 나는 그저 단지 자유로운 예술가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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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네."
"음………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뭐야, 고개를 들었다. 창밖의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만 수화기에 남아 울렸다.
"저 지금 택시 탔어요."
그녀가 다정하게 말했다.
"지훈씨. 지훈씨는 능력 있고 인기도 많잖아. 내가 다 알아요. 일잘하지, 직장 번듯해, 응? 또 잘생겼고, 또 몸짱이시고."
이 말을 하면서 지유씨는 살짝 콧소리를 내며 웃었다. 비웃는 건가. 기분이 확 잡켰다.
"얼마든지 또 좋은 여자 만날 수 있잖아요."
마치 어린애 대하듯 구슬리는 말투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상하게, 나는 마치 아이가 되어버린 것처럼 제발 한번만, 한번만, 하면서 매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날 어르고 달래서 재우려 했다.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 타야 하잖아요. 이제 얼른 씻고 자야죠.
그런 기이한 작별인사가 끊어질 듯 이어졌고, 그렇게 끊으려는 자와 끊지 못하는 자의 실랑이가 한참을 더 이어진 끝에 통화가 끝났다. 세상 질척거리는 통화였다. 심지어 나는 울고 있었다. 최악이었다. 휴대폰을 침대 위에 던져버리고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뚜껑을 닫지 않은 채로 올려놨던 작은 생수병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고 바닥에 두었던 백팩 위로 물이 쏟아졌다. 나는 황급히 백팩을 집어 들었다. 백팩의 앞주머니 지퍼가 활짝 열려 있었다. 이 씨발년이. 열었으면 닫아놔야 할 거 아냐. 소중한 황금연휴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나는 내가 지유씨 앞에서울었다는 사실이 억울해서 또 눈물이 났고 그렇게 눈물의 악순환 속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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