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후회하는 몇가지 중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애써 다 털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내 안 어딘가에 끈질기게 들러붙어 있고, 떼어내도 끈적이며 남아 있는, 날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 내가 그것을 다시 꺼내는 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꺼내서 마주하게 되더라도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는 힘들 거라는 걸, 너무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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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자살클럽 열린책들 세계문학 224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임종기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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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너도 주머니에 돈을 좀 챙겨. 그래야 공평하지. 난 이미 내 몫을 챙겼으니. 그런데 말이야,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은 운이 좋아 주머니에 여윳돈이 좀 생기면, 말하기 부끄럽지만, 꼭 지켜야 할 행동 수칙이란 게 있어. 한턱을 내지 않기, 비싼 수업 교재를 사지 않기, 오래된 빚을 갚지 않기, 빌리고 빌려 주지 않기. 바로 이런 거야.」 맥팔레인이 말했다.

「맥팔레인.」 페테스가 여전히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선배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어요.」

「나를 위해서라고?」 울프가 소리쳤다. 「오, 왜 이래! 내가 보기에 그건 순전히 너 자신을 지키려고 한 일이야. 생각해 봐. 내게 문제가 생기면, 넌 어떻게 될 것 같나? 이 두 번째 작은 사건은 분명히 첫 번째 사건에서 연유한 거야. 그레이 씨는 갤브레이스 양의 속편이라고. 시작하지 않았으면 멈출 일도 없었겠지. 하지만 일단 시작을 했으면 그 일을 계속해야 하는 거야. 그게 진리야. 사악한 자에게 휴식 따윈 없어.」

끔찍할 정도로 눈앞이 캄캄한 느낌과 운명이 자신을 배반했다는 예감이 이 불행한 학생의 영혼을 휘어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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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최초의 인간 열린책들 세계문학 3
알베르 카뮈 지음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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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하고 무지하고 집요한 삶에 비겨 본다면 그 어느 것도 가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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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잘 믿어지지 않는 줄, 나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내가 당신에 대해서 느끼는 애정이 맹목적인 것이라곤 생각지 마세요. 당신한테도 큰, 아주 큰 결점들이 있어요. 적어도 내 눈에는요.」

말랑은 그의 두꺼운 입술을 핥더니 문득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어떤 것들이지?」

「예를 들어서 당신은, 이를 테면 절약형이라고 할 수 있죠. 인색해서가 아니라 결핍이 무서워서, 두려워서죠. 어쨌든 나로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큰 결점이죠.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당신은 다른 사람들의 저의를 의심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에요. 본능적으로 당신은 완전히 사심 없는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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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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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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