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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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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의 SF판타지 소설이다. 제31회 일본SF대상 수상작, 제 8회 일본서점대상 3위, 그리고 영화화된 작품은 제22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애니메이션상 수상. 이렇게 큰 인기를 끈 『펭귄 하이웨이』, 최근에 작가정신에서 리커버 개정판으로 발간되었다.


작은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펭귄들, 콜라 캔을 펭귄으로 만드는 치과 누나의 능력, 흉측하게 생긴 재버워크, 정체 모를 초원과 '바다'까지. 미스터리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주인공인 '소년 학자' 아오야마는 이 현상들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아오야마는 동네 치과 누나를 좋아하여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나는 함께하면 함께할수록 더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펭귄들, 그리고 이상한 현상들은 과연 누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누나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오야마의 질문들은 한 곳으로 귀결되고, 마침내 아오야마는 외친다. "유레카."


이 소설에서 아이들이 호기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던 환경이 무엇보다 좋았다. 아오야마, 하마모토 그리고 우치다는 궁금한 것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였으며 그들만의 세계를 마음껏 확장해나갔다. 세계의 끝을 향하는 그들의 여정에 같이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모두 그러했던 아이들이었겠지만, 호기심을 감추고 살아가는 법만을 배워온 것 같다.


펭귄들의 귀여운 모습들을 상상하면서도, 애어른 같은 아오야마의 모습에 웃음이 지어지고, 왠지 모를 슬픈 여운이 남기도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펭귄 하이웨이"를 따라가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기억을 가진 소년이 독자들을 반겨줄 것이다.


* 해당 콘텐츠는 작정단 12기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 작가정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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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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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님이 전하는 다정한 산문집이다. 소설가로서 독자들을 위로했던 그가, 이제는 조금 더 진솔한 문장들로 다가왔다. 여기에 소재의 새로움을 더했다. '빵'과 '책'을 매개로 하여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실 『다정한 매일매일』은 2020년에 이미 발간된 적이 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표지가 새로 바뀌었으며, 기존에 없던 글 두 편도 추가되었다. 빵처럼 부드러운 느낌의 표지가 매력을 한껏 더하기에, 새로이 구매하더라도 좋을 듯하다.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이 그저 사랑과 동경만으로 시작한 일. 나의 한계를 알지 못한 채 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쳐 시작했으나 남들이 능숙해지도록 혼자 여전히 서툴고 쩔쩔매는 일. 남들 앞에 선보여야 할 때면 늘 자신감이 없지만 결과물이 어떻든 그만둘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게 소설 쓰기와 베이킹은 어쩌면 똑 닮은 작업."


빵을 굽는 일과 소설 쓰는 일의 공통점에 대해, 책에서는 이렇게 언급된다. 결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행착오의 과정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다. 


빵의 종류는 다양하다. 쿠키, 마카롱, 팬케이크, 티라미수, 머핀, 붕어빵, 도넛······. 그리고 이들의 맛, 색, 재료, 식감, 질감 등도 천차만별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소설도 그러하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다채로운 삶도 그러하다. 소설 속 등장하는 빵이나 책 중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연관 지어 읽어보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이다. 


제목처럼 책 속 문장들에서 깊은 다정함이 느껴진다. 다정함은 타고나는 것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작가님은 책 내에서 이렇게 언급한다.


"가능하다면, 매일매일이 내게 다정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매일매일 다정해지려 노력하는 사람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정하다'는 것은 어쩌면 '상태'로서 내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도'로서 내가 실천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타인에게 유해하지 않게 다가가려는 시도, 다정한 말들, 온기 있는 손길은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스함은 노력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작가님의 말이, 차디찬 세상에서 하나의 위로가 되어 준다. 하루하루 다정하려고 애쓴다면, 비로소 "다정한 매일매일"이 계속되는 세계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 해당 콘텐츠는 작정단 12기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 작가정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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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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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으나 충분히 언급되지 못한 대표 근대 여성 작가들과 오늘날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을 착실히 "잇는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나란히 읽으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의 연결을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이다.


김명순 작가는 근대 여성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소설, 잇다] 시리즈에서 가장 기대한 작가이기도 하다. 소외, 부조리, 외로움을 근대의 감성으로 그려낸 글들은 현대에 도달하여도 아름답게 읽힌다.


『천사가 날 대신해』에는 김명순 작가의 소설 중 「의심의 소녀」, 「돌아다볼 때」, 「외로운 사람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일까? 밝은 문장에서도 어딘가 절망과 고독이 느껴진다. 좌절된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여 아프다. 그의 작품들에서, 왜 사랑이라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항상 상실이 스쳐 지나갈까. 그가 사회에서 느꼈던 부조리함과 절망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민정 작가는 소설 「천사가 날 대신해」, 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을 실었다. 소설에서는, 소문이 그리는 폭력의 층위, 그리고 관계 사이 폭력이 오고 가는 다층적인 양상을 그린다. 에세이에서는, 김명순 작가와의 이어짐에 대해 서술하는 작가의 솔직한 답변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현대의 표현과는 어감의 차이가 있는 문장 표현들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또한, 사고로 인해 유실된 부분은 이 책에서도 당연히 표현되지 못하였는데, 그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생동감을 주었다. 근대 사회의 작가들을 다시 현대로 불러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유의미할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문인들은 세계에 작품을 남기고 떠난다. 작품이 영원히 숨쉴 수 있다면 그들의 영혼 한 조각이나마 이 세계에서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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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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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작가정신의 [소설, ] 시리즈에서 발간한 중편소설이며, ‘소설, 향 리마인드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 개정판이다. 조경란 작가님은가족 서사를 주로 그리는 작가님이며, 이 책 또한 가족 서사를 토대로 한다.

인물들은 크게 두 가지 요소, ’시간에 귀속되어 고통을 겪는 존재들이다. 주인공이경의 가족 구성원들은 불행의 근원이 가정임을 인식하면서도, 적극적인 변화를 꾀하려기보다는 오히려 구성의 고착화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적극성만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걸, 그들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변화 없이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도피혹은죽음뿐이라는 점이, 절망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모의 도피는, "이경"이 내심 의지하던 존재인 "옆집 남자"까지 홀연히 데리고 가버린다. ”이경은 결국 수용을 택하는데, 능동적인 수용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답습으로 느껴진다.

시간와 가정의 공통점이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시간은 객관적으로는 공평하나 흐름에 있어서는 개인차가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인물들은 시간을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감내해야 할 고통으로 인지한다. 그 시간은 마치 자아와 상관없이 무심하게 흘러가버리는 "강물"과도 같다.

"이곳에서는 시간도 늘 완류로만 흐르고 있다.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38p)

"강물은 내가 처음 온 날과 똑같은 형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저렇게 썩어 가고 있는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이제는 궁금하지 않다." (48p)

시간을 간주하는 척도는 두 가지가 있다. 시간을 축복으로 여기는지 혹은 저주로 여기는지. 이 둘 사이를 끈임없이 진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겠지만, 시간을 저주로 여기는 나날들이 삶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확실한 고통이다. "이경"은 장님들을 보며 "장님은 결코 웃는 법이 없다"(42p)라고 말하지만, 미래에 좌절만이 예상되는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꽃은 핀다.

"채송화, 분꽃, 그리고 뒤늦게 핀 봉숭아꽃. 꽃들은 활짝 피어 있다. 이틀 동안 무섭게 비가 퍼부었고 나는 꽃들을 돌보지 않았다. 며칠 전부터 물도 주지 않았고 쓰레기들을 골라내지도 않았다. 한데도 꽃들은 만개했다. 몇 개 대궁은 부러지거나 휘어져 있긴 하지만 뿌리가 뽑힌 것은 없다. 이상한 일이다. 강물이 범람했고 전기가 끊어졌었다. 목욕탕집 전체가 빗물에 휩쓸려 갈 정도였다. 그런데도 꽃들은 죽지 않았다. 활짝 핀 꽃들은 벌어진 대합 속살처럼 징그럽기만 하다. 나는 매운 손끝으로 꽃모가지들을 똑똑 부러뜨린다. 입을 꾹 다문다. 한쪽 손바닥이 채송화, 분꽃, 봉숭아 꽃잎들로 가득해진다." (93~94p)

태풍에도 만개하는 꽃들, 징그러울 정도로 질긴 생존력이다. 하지만 꽃은 살아남아 아름다움을 전한다. 절망 속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표현하는 존재이다. 그렇게 『움직임』은 한 켠에 고이 모아 놓은 희망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여담으로, 떠나기 전에 다정해지는 사람의 모습도 인상 깊은 슬픔이었다. 사라져 버리기 전에 처음으로 불러준 ("신이경"이 아닌) "이경아"라는 목소리. 왜 사람들은 상실이 다가옴을 직감할 때 더 온화해지는 것일까?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것을 잘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량이 그리 길지 않은 중편소설이라 단시간 내에 읽기 좋다. 초판이 1998년에 발행되었기에, 당시 시대상과 감성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흡입력 있게 흠뻑 빠질 수 있는 가족 서사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 『움직임』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해당 콘텐츠는 작정단 12기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 작가정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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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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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소설이다. 그렇기에 이미 수많은 버전의 도서가 출간되었으나, 작가정신의 『모비 딕』은 여러 모로 특별하다. 먼저 김석희 번역가님이 "내 혼이 담겼다"라고 표현했을 만큼, 번역에 매우 크게 공을 들인 완역본이다. 장엄하면서도 엄숙한 소설의 그 분위기가, 문장 곳곳에 녹아 있어서 읽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더불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 다양한 자료도 있다. 등장인물 소개, '피쿼드' 호의 항해 지도, 이미지를 통한 포경선 설명, "옮긴이의 덧붙임"과 독자와의 대화를 통한 풍부한 해설 등. 책을 읽어나가기 어렵다면 이러한 자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터이다.

내용에 대해 말해보자면, 고래잡이를 생업으로 삼는 포경업자들이 포경선을 타고 항해하는 스토리이다. 당시 고래의 머리기름은 큰 가치가 있었다. 그렇기에 포경업자들은 고래를 사냥하여 돈을 벌었다. 하지만 고래잡이라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며, 고래는 거센 반항으로 많은 이들을 다치게 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고래의 이러한 행동을, 공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존을 위한 방어로 보는 것이 더 옳아 보인다. 하지만 "피쿼드 호"의 선장 "에이해브"는 고래 "모비 딕"이 자신을 "공격"했다고 믿고, 이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일등항해사인 "스타벅"은 이에 반대 의견을 표하지만, 에이해브의 광기를 막기는 어려웠다. 광기는 또 다른 비극을 낳는다.

바다와 고래에 관한 작가의 애정이 느껴지기도 했다. 고래 · 포경업 · 포경선에 대한 설명과 묘사는 소설에서 아주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하나의 백과사전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풍부하다. 소설을 읽으며 포경선을 타고 함께 항해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작가정신의 『모비 딕』은 읽는 재미와 원활한 이해,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전면 개역판이다. 책의 두께에 괜스레 두려워하기보다는,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본래 텍스트의 훌륭함과 더불어 이번 개정판에서의 여러 요소들은, 위험하지만 찬란한 바다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기 충분하다. 고전 완독이 어렵다면, 작가정신의 『모비 딕』을 통해 도전해보자!




* 해당 콘텐츠는 작정단 12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가정신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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