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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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으나 충분히 언급되지 못한 대표 근대 여성 작가들과 오늘날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을 착실히 "잇는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나란히 읽으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의 연결을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이다.


김명순 작가는 근대 여성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소설, 잇다] 시리즈에서 가장 기대한 작가이기도 하다. 소외, 부조리, 외로움을 근대의 감성으로 그려낸 글들은 현대에 도달하여도 아름답게 읽힌다.


『천사가 날 대신해』에는 김명순 작가의 소설 중 「의심의 소녀」, 「돌아다볼 때」, 「외로운 사람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일까? 밝은 문장에서도 어딘가 절망과 고독이 느껴진다. 좌절된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여 아프다. 그의 작품들에서, 왜 사랑이라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항상 상실이 스쳐 지나갈까. 그가 사회에서 느꼈던 부조리함과 절망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민정 작가는 소설 「천사가 날 대신해」, 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을 실었다. 소설에서는, 소문이 그리는 폭력의 층위, 그리고 관계 사이 폭력이 오고 가는 다층적인 양상을 그린다. 에세이에서는, 김명순 작가와의 이어짐에 대해 서술하는 작가의 솔직한 답변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현대의 표현과는 어감의 차이가 있는 문장 표현들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또한, 사고로 인해 유실된 부분은 이 책에서도 당연히 표현되지 못하였는데, 그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생동감을 주었다. 근대 사회의 작가들을 다시 현대로 불러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유의미할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문인들은 세계에 작품을 남기고 떠난다. 작품이 영원히 숨쉴 수 있다면 그들의 영혼 한 조각이나마 이 세계에서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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