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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 열 편의 인권영화로 만나는 우리 안의 얼굴들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평점 :
[하니포터 7기 서평]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 이다혜·이주현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한겨레출판(2023)
이 책은 <씨네21>에서 활동한 기자분들이 집필하였으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과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다. 국내 인권영화 10편을 다루며, 그것이 어떻게 현대 사회와 연결되는지 서술하고, 그리고 이 책을 보는 독자들에게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게 화두를 던진다. 청년, 학습권과 교육권, 아이돌, 노인 문제, 성적 만능주의, 존엄한 죽음, 고독사, 양심적 병역거부, 장애인 차별, 디지털 파놉티콘 ······. 인권에 관해 이렇게나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아래는 인권영화에 대해 작가님들이 쓴 글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인용한 것이다.
“우리 안의 선한 본성을 믿는다. 우리 안의 선한 천사를 늘 응원한다. 그럼에도 인권 감수성이라는 건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다. 판단력과 논리력을 기르는 것처럼 폭력과 차별과 통제와 억압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인권 감수성도 기를 필요가 있다. ”
”이런 상상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진다면 우리는 그 길로 가야 한다. 총을 드는 세상이 아닌 꽃을 드는 세상으로.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허무맹랑한 상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뻔한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이다. 엉뚱한 상상이다.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상상하는 건 중요하다. 영화는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이처럼 책에서는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힘, 그리고 이것이 인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소외당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이입할 수 있는가? 또, 얼마나 이입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선뜻 답하기가 쉽지 않다. 나 하나 보호하기조차 벅찬 사회에서 타인에게까지 노력을 쏟는 것은 말은 쉬워도 그렇게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되고 싶지 않은 면에 대한 공감은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작품 한 편으로 세상이 모두 변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작품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면, 그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 것이고, 이것이 어떠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생각이 비관으로 물들어갈 때 그로부터 구제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니까.
- 10편의 인권영화
<메기>
그러면 청년을 위한 해피엔딩은 어디 있을까.
이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크루의 협업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건의 피해자나 가해자로 호명되는 대신 스토리텔링 하는 창작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아니, 희로애락의 사건들을 자신의 언어로 재정의 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청년의 삶은 온전히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
그는 사랑과 혁명을 나란히 언급 하며 '사랑의 현재적 혁명성'을 얘기했다. "혁명을 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동안 혁명의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다. 혁명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지금 당장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일종의 사랑의 혁명성에 대해 생각했다.” 중요한 건 과거와 미래의 사랑이 아니라 현재의 사랑이다. 사랑은 유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양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수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떡볶이 혁명의 투사가 된다.
<힘을 낼 시간>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간다. 길을 찾는다는 것은 그토록 단순한 행위지만, 목적지를 상실했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혹은, 이렇게 길을 찾아본 적이 없다면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봉구는 배달 중>
노화를 외면하고 싶은 마음, 노화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이것이 노인 문제를 대할 때의 우리의 본능적이고 본질적인 마음인지도 모른다고 신아가 감독은 말했다.
<4등>
성적이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행복과 안녕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 입시 경쟁이 과열된 이곳에서, 성적을 올릴 수만 있다면 무엇과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가 된 이들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하늘의 황금마차>
행복한 죽음이라는 뜻을 지닌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말도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한때는 너도나도 웰빙을 얘기했다면 이제는 너도나도 웰다잉을 얘기한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이 중요해졌다.
··· 삶이 평등하지 않은 것처럼 죽음 또한 평등하지 않다. 존엄한 돌봄을 받다가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선 경제적,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소주와 아이스크림>
누군가에게 가정은 자신을 보호하는 울타리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존투쟁의 장이나 마찬가지다. 이 딜레마를, 영화는 담담하게 그려낸다. 다짜고짜 연결되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영화를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얼음강>
징병제 국가이자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군대 문제는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이자 이성적 합의점을 찾기 힘든 주제다.
<두한에게>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의 사진에 감동적인 문구가 덧붙여지는 이런 이미지들을 스텔라 영은 “감동 포르노”라고 일축한다. ‘포르노’라는 단어는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한 그룹의 사람들을 물건 취급해서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게 이득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과대망상자(들)>
무한 경쟁과 무한 소비의 시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시대, 온라인 쇼핑몰의 장바구니 품목이 개인의 요강과 취향과 정체성까지 설명해주는 시대. 우리는 새로운 디지털 감시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 해당 콘텐츠는 하니포터 7기 활동의 일환으로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