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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채소농장 - 하루하루가 싱그러워지는
오렌지페이지 출판편집부 지음, 정난진 옮김, 김은경.서명훈 감수 / 팜파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7년 전에 이사 온 아파트에는 마침 베란다에 텃밭이 있었다. 첫 해에는 무언가 심어보려는 의지가 가득했고, 마침 배추 모종을 나눠준 이웃분 덕에 모종을 종종이 심어놓고는 커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턴가 잎들이 시들시들 축 쳐져가는 것이었다. 텃밭이 샷시 바깥쪽에 있었서 자주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뒤늦게 잎 뒤편을 보니 진딧물이 말도 못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잘 씻어지지도 않는 진딧물을 흐르는 물에 겨우겨우 씻어내고는 채 여물지도 못한 배춧잎으로 국을 끓여 먹었던 기억! 그리고 나서 씨앗으로 도전했던 상추, 쑥갓도 좋은 결과를 보지 못했다. 곁들이로 산 해바라기는 쑥쑥 잘만 자라던데 어째서 채소를 키우는 건 잘 안되는 것인지 속상했고, 식용으로 뭔가 키우는 건 관상용보다 더 어렵다는 인식이 그때 자리잡아 이후로는 텃밭을 활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의 실패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키우는 요령을 공부한 후에 도전하면 내 손으로 키운 청정 채소를 먹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참 사랑스러운데, 부가적으로 맛있고 싱싱한 채소까지 얻을 수 있다면 키우는 재미도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단지 사는 게 바쁘다보니 채소를 키울 마음의 여유가 없을 뿐이다.
책에는 베란다를 활용하여 채소를 기르는 공간을 가꾸는 법이 나와 있다. 사계절 빛이 잘 들어오는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우면 관상용으로도 좋고 식탁을 차리는 일도 즐거워질 것만 같다. 꽤 유명한 분의 블로그에서 이미 베란다에 텃밭을 꾸며놓은 것을 본 적이 있어서 공부하고 시도만 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전에 빈 화분을 이용해 쉬운 몇 가지부터 시도해보며 자신감을 얻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는 오렌지페이지라고 나와 있다. 국적이 한국인인 그룹인가? 잘 모르겠다. 이런 종류의 책은 일본인이 쓴 것을 번역한 것이 종종 있었고, 듣도 보도 못한 채소의 등장에 뭔가 문화적으로 안맞는 듯한 느낌이 더해져 책의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선 만족스러운 편이다. 여주, 모로헤이야, 수프셀러리 같은 잘 모르는 채소가 있긴 하나, 콜라비라는 생소했던 채소가 슬슬 대중화의 길을 터가는 것처럼 씨앗만 구할 수 있다면 꼭 지금까지 알던 채소만 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일반적으로 가로로 긴 화분을 많이 사용하지만, 흔한 원형 화분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고, 책에서는 심지어 부직포 가방의 모서리를 잘라 흙을 담아 쪽파를 심어놓기도 했다. 코코아 통도 밑에 구멍만 뚫으면 화분으로 만들어 놓았다. 관상용 식물을 코코아 깡통에 심는다면 이게 뭔가 하겠지만, 먹음직스러운 채소가 자란다면 그것도 왠지 어울려 보인다.
채소를 키울 때에는 새싹이 파릇파릇 나올 때 솎아주기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흙을 비집고 나온 것들이 예뻐 하나라도 죽이기 싫어 그대로 두었다가 상추며 쑥갓이며 더 이상 자라지 않아 결국 다 죽고 말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음에 다시 시도를 할 때에는 책에 나온 대로 주의사항을 잘 지켜서 오이, 양상추, 고추 등의 친근한 채소를 내 손으로 수확하는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 무엇이든지 정석을 따르면 실패의 확률은 줄어든다. 책을 안내자로 삼아 차근차근 도전해본다면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