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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극과 극 - 카피라이터 최현주의 상상충전 사진 읽기
최현주 지음 / 학고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사진의 또다른 세계를 본다. 디카나 휴대폰으로 일상을 찍어올리는 일이 다반사가 되면서 사진 찍는 일 역시 누구나 하는 특이한 것도 아닌 작업이 되어버렸지만, 사진의 세계를 작품으로 끌어올리는 작가들의 사진에는 일반인들의 사진에서 찾기 어려운 함축된 의미가 존재한다. 그 의미들은 한 순간을 밀도 있게 포착한 사진에서도, 사진과 사진을 현대적 툴의 힘을 빌어 합성한 사진에서도, 사진에 채색을 더한 복잡한 과정을 거친 사진에서도 어김 없이 나타난다.

사진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같은 문외한에게 책 속의 사진들은 낯선 세계다. 사진은 알듯 모를듯한, 거창하거나 소박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그 앞에 선다면 필경 요리조리 쏘아보며 작가의 의중을 읽어내느라 정신 없이 바빴을 것이다. 그 중, 몇 개의 작품에는 꽤나 가깝게 접근하여 해석의 뿌듯함을 즐겼을 수도 있겠으나, 몇 작품은 나만의 안드로메다로 데려가 독창적인 해석의 결과를 내놓았을지도 모른다. 감상은 개인적인 몫이니 그것이 나쁘다 할 순 없지만, 작가의 문화적 시각을 배우고 습득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의도를 읽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알록달록 사탕으로 만들어낸 모란도와 포실포실하고 정겨운 느낌의 실타래, 오랜 세월의 여정을 거쳐온 돌 하나가 사진 속에서 각각 제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던지고 있는데, 그것을 받아줄 마음이 없다면, 아니 마음은 있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말을 듣는 것처럼 해석의 어려움을 겪는다면 스스로의 내공을 쌓거나 도움을 받거나 두 가지의 길이 존재한다. 내가 느낀 감상을 좀 더 폭넓게 만들어 작품과 세상의 연결 고리를 읽을 수 있으려면 그대로 멈춰 있을 수는 없다. 이때, 바쁜 시간 속에서 짬을 내어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한다. 박물관에서 이어폰을 끼고 준비된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것처럼, 사진도 그런 도움이 있을 때 감상의 충만함을 느끼기가 쉽다.

이 책은 많은 작가들의 사진을 친절하고도 감성적으로 설명해낸다. 국문학과 출신의 카피라이터가 쓴 글이라 읽는 맛이 난다고 할까? 사진의 세계를 글로 펼쳐나간 문장력이 보통이 아닌 느낌이다. 이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책에 보여지는 것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일 것이다. 

작품으로서의 사진, 얼핏 보기에 난해하고 뜻 모를 사진도 저자의 설명을 거치면 결국 일상에서 파생된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실험적으로 보이는 사진도, 자연의 일상을 잡아낸 사진도 그 모든 시작은 대상과 사람과의 관계를 읽어내고 우리의 모습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해준다. 사진으로의 충실한 안내자, 또는 성능이 매우 좋은 번역기와 같은 저자의 설명을 거쳐 사진이라는 낯설었던 예술적 영역에 발을 담궈 보자. 새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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