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긍정적 에너지가 넘쳐나는 파리 가이드 도전기

<빠담 빠담, 파리>를 리뷰해주세요.

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한때 여행책만 보면 눈이 돌아가 나라별로 갖춰놓고 열심히 읽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그 책이 그 책으로 느껴지는 거였다. 평범하게 살다 여행을 떠난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은 작가의 글솜씨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고, 주제를 무엇으로 잡느냐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그래도 질리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여행책에 대한 관심은 한참 닳아오르다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처지고 말았는데, 오랜만에 여행 관련 책을 앞에 두고는 호기심도 일었지만 역시 지레 실망할까봐 마음을 비우고 읽었다.

이 책은 다른 여행책보다 독특한 점이 있다. 그것은 글쓴이가 여행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이 아니고 가이드로서 여행자들을 이끈다는 점이다. 이전에 파리에 가본 경험은 딱 한 번에 불과했으나, 가이드로서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선 파리에 관해 누구보다 풍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저자인 양나연 씨는 짧은 시간 안에 좋은 가이드가 되기 위해 파리 시내를 돌고 지도 공부를 하며 스파르타식 훈련을 한 끝에 드디어 인기 가이드로 거듭난다.

잘 나가는 방송작가를 파리로 이끈 것은 흉악한 범죄 기도였는데, 사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좀 놀랐다. 뉴스에 나와도 실감되지 않던 성폭행 미수 사건이 실제로 이렇게 느닷없이 무심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충격이었다. 어쨌든 양나연 씨는 이 일로 인해 막연하게 꿈꿔오던 파리 여행 가이드가 되기로 결심한다.

'웃찾사'의 방송작가를 거쳐 파리의 여행 가이드, 다시 한국으로 와 obs의 코미디 프로 작가를 하고 있는 저자의 직업 이력을 언뜻 보면 부러움이 앞서지만, 사실 어떤 직업이든 그 안을 들여다보면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밤샘이 일상적인 방송작가도 그렇고, 화려한 언변을 갖추기 위해 안보이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하는 가이드도 그렇고, 일이 익숙해지기까지 느끼는 어려움은 괜찮은 직업이든 아니든간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코미디 방송작가답게 글을 재미있게 써서 책은 술술 읽힌다. 가이드가 되기 위한 분투기이자 가이드가 된 후의 활약기인 탓에 본격적 여행서라고 하기가 조금 애매하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파리의 구경거리를 비롯해 군데군데 펼쳐지는 파리의 매력을 흡수하다 보면 전문적 여행정보가 없다고 해서 그리 아쉽지는 않다.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 분들, 파리의 볼거리가 궁금하신 분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