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해체 현상의 확산으로 여러 구성의 2인조 가족이 늘어가면서 그들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책 속의 2인조 가족만큼은 뚜렷한 개성이 있는 비범한 가족이다. 괴짜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세상과 상관없이 혼자만의 길을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가진 것 없이도 유쾌하고, 늘어가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로맨스 정신을 잃지 않은 분이다. 누군가 집을 방문할 때를 기다려 이벤트처럼 행하는 시체놀이는 정말 어이없어 현실성이 떨어질 지경이지만, 할아버지의 성격을 잘 나타낸 부분이기도 하다. 야나는 복권 당첨과 남자친구와의 로맨스를 꿈꾸는 사춘기 소녀다. 할아버지의 옷을 빌려 입고 다 떨어진 신발을 신어도 세상에 주눅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버린 책을 섭렵한 까닭에 자신만의 철학 세계를 구축했기에 복권 살 돈을 달라는 야나에게 세상의 지혜가 듬뿍 담겨진 충고를 하신다. "얘, 사람은 하나를 가지면 다른 것을 가지려고 들게 되어 있어.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야. 아무것도 가지지 않았을 때에만, 넌 그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어." 할아버지와 야나는 세상의 몰상식함과 끊임없이 충돌한다. 지금 이대로도 아무 문제 없는 이 가족은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않기 위해 저항하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할아버지는 양로원으로, 야나는 기숙사로 가게 돼 잠시동안의 이별의 시간을 갖는다. 할아버지의 포복절도할 언행은 양로원에서도 이어져 그곳 원장의 골칫덩이가 되고 말았지만, 야나에게만큼은 예전처럼 다시 함께 살고픈 그리운 가족이자 스승같은 존재일 뿐이다. 남들의 시각에서는 방치로 보인다 하더라도 할아버지는 자신의 방식으로 야나를 보살피고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셨던 거다. 누가 뭐래도 그들만의 유머러스함과 합리성으로 세상사람들의 고지식한 선입견이 틀렸음을 증명해낸 유쾌한 가족! 우리 정서와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때만큼은 한국인이 아닌 자연인의 기분이 되어보자. 국적을 초월한 자유로운 기분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