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 스트레스 없이 키우기 - 애견 행복 매뉴얼
후지이 사토시 지음, 이윤혜 옮김 / 보누스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 키우던 개가 새끼를 배고, 어느 날 갑자기 세 마리의 아가들을 거느린 채 왕비처럼 도도한 눈빛을 반짝이던 것이 기억난다. 눈못뜬 강아지들의 설익은 움직임과 새끼들의 변을 날름 먹어 청소하던 어미개까지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하루하루가 신이 났었다. 새끼 중의 한 마리를 어미를 대신해 키우면서 정을 많이 줬었는데, 학창시절 독서실에 다니면서 관심을 많이 주지 못하던 사이에 개에게 사고가 생기고 말았다. 엄마는 사흘동안 밥을 못하셨고,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선언하셨다. 지금은 하늘에서 편안히 쉬고 있거나 아니면 환생했을지도 모를 순하디순한 아이를 생각하면,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당시의 장면들이 조각조각 모여들어 추억 속에 잠기게 된다.

그때 이후로 개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키우고 싶은 욕망은 굉장히 크다. 키우는 걸 망설이게 되는 이유는 끝이 좋지 않았던 애완동물의 추억 때문인데, 그렇더라도 동물을 키우는 재미가 얼마나 대단하고 판타스틱한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키우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고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는 내용이 많았다. 외출할 때 혼자 남아있는 개가 안쓰러워 정성들여 인사를 하고, 나갔다 오면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하루에 사람처럼 밥을 세 번 주는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책에서는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처음엔 자연스러운 감정 표출을 막는 것에 조금 불만이 생기기도 했으나, 개의 입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이것이 맞는 방법인 것 같다. 사람의 입장에서 개는 애완동울 또는 반려동물이라서 사람과 다름없이 친근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개는 엄연히 야생에서 자라던 습성이 남아있는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으로 개를 대하면 개에게 원하지 않았던 스트레스를 주게 될 수가 있다.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에서 개의 본성을 안다는 것은 꼬이는 실마리를 풀어줄 중요한 단서와도 같다. 개를 키운다는 건 정말 단순히 밥 주고 예뻐하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며, 그에 대한 공부가 따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주관적인 판단으로 개를 코너로 몰게 되지 않을 수 있다.

책의 저자가 개 훈련센터의 책임자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개를 다루는 법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몇 가지의 훈련법도 소개되어 있는데, 앉아, 엎드려, 기다려와 같은 기본적인 말을 알아듣도록 훈련시키는 방법을 비롯해서 개가 장바구니를 들고 운반하도록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되어 있다. 전부 다 필요하다고 느끼진 않으며 딱히 쉬워보이지도 않지만, 때가 닥치면 쓸모있게 활용될 것 같다.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하물며 생리적으로 다른 종인 개를 키울 땐, 더더욱 개의 습성과 본능을 알고 적절한 대처를 해줘야 한다. 마음 가는 대로 감정을 표현하며 잘 해주다가 서로 힘들어지는 상황으로 치닫지 말고, 개의 습성에 맞게 대처하여 오랜 세월을 편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반려견으로 키우는 것이 개를 키우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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